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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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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독립

김홍섭 교수

오늘날 혼자 살아가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홀로의 삶이 아름답거나 당당하기까지 여겨지며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생활 방식의 하나로 나타난다. 혼밥, 혼술에 혼행 등의 용어가 회자된다. 혼자 먹는 밥(혼밥) 혼자 마시는 술(혼술) 혼자 떠나는 여행(혼행) 등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본래 더불어 살게 되어 있다. 사람 ‘인(人)’은 두 사람이 기대어 있는 형상에서 어원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많은 동물들이 어려서 부모와 둥지에 머물다가도 장성하면 부모 곁을 떠나 홀로 독립해야한다는 엄연한 진리는 우리에게 독립이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웅변한다. 새끼 독수리는 절벽에서 수없이 떨어지며 서투른 비상을 연습하며 어미 독수리의 엄한 훈련으로 스스로 하늘을 날아 올라 비로소 독립한다. 새끼 사자도 장성하면 무리를 떠나 홀로 자립의 길을 떠나 하이에나와 더 강한 맹수들의 위협을 이기고 독립하게 된다. 사람도 장성하면 직장과 직업을 정해 경제적 독립을 하고 배우자를 만나 새 가정으로 독립해야 비로서 장성한 성인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현대인은 다양하고 복잡한 삶에 얽혀있다. 그러면서도 늘 우리는 외롭고 고독하다. 군중속의 고독(The Lonely Crowd)을 지적한 리스먼(D. Riesman)의 주장이 아니어도 우리는 충분히 고독할 시간과 기회가 많다. 오히려 그래서 우리는 ‘고독과 친구가 되라’는 조언을 많이 듣는다. 그러나 고독을 진정한 벗으로 삼고 날마다 고독하게 지내는 일상을 살기란 쉽지 않다. 고독사(孤獨死)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고독은 질병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과연 고독은 가치있고 의미있는 상태며 참된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물론 혼자 밥 먹기와 혼자 술 먹기 그리고 혼자 여행을 즐기는 것에는 그 나름의 여유와 매력이 있지만 그것이 평생의 습관이 된다면 쉽지 않는 과제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많은 위인들은 고독한 상태에서 오히려 큰 업적을 이룬 경우가 많다. 권력과 부의 정점에서나 휘황한 영광의 시간에 인간은 오히려 타락하고 방만하며 실패의 길을 가는 경우가 많다. 단테(Durante degli Alighieri)와 밀턴(John Milton)의 대작들은 고독의 시간에 탄생했으며 칸트나 니체의 철학서도 그러하다. 동양에서도 우리역사의 송강(松江)과 고산(孤山)의 시가와, 서포(西浦)와 김시습의 문학도 고독속에서 태어났고, 중국의 굴원, 소동파, 도연명, 이백과 두보의 시가와 일본 바쇼(松尾芭蕉 ,まつお ばしょう)의 단시(短詩, 俳句,하이쿠)도 고독의 산물이었다.

심리학자 앤서니 스토는 근래 소개된 <고독의 위로>(앤서니 스토, 이순영역, 책읽는수요일)란 책에서 고독의 필요성으로 첫째, 고독은 ‘나답게 사는 길을 모색하는 시간’을 제공함을 제시한다. 개인의 자아가 집단의 자아로 흡수되고 집단화하면 개인의 자아를 잃게된다. 고독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게 된다. 둘째, 감정을 삭이고 다스릴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고독한 시간에 우리는 각자의 공간에서 그동안 지난 시간과 상황을 성찰하게된다. 다중의 사회생활의 속에서 어떻게 잃어버린 자신의 본 모습을 돌아보고 에너지를 충전하고 휴식을 즐기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셋째, 고독의 효용성은 ‘내면의 부조화를 인식하고 치유하는 힘’임을 제시한다.

우리는 고독속에서 큰 성취를 달성한 많은 사람을 기억한다. 악성 베토벤과 다산 정약용의 저술 그리고 카프카(F. Kafka)를 들 수 있다. 카프카는 고독함과 고독하지 않은 것을 동시에 두려워했다. 누군가가 곁에 있으면 그의 취약한 정신 구조가 무너질까 봐 두려워했고, 누군가 곁에 없어도 그 고독의 시간을 두려워했다. 그는 연인 펠리체에게 편지를 쓸 때는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랑의 주인공으로 대접하고는, 막상 만났을 때는 그녀에게 거리를 두었다. 그녀를 만나지 못할 때는 마치 불멸의 연인인 듯 애절한 사랑의 편지를 쓰고, 막상 만나면 그녀에게 최선을 다 하지 않는 이중성. 그것은 연인의 탓이 아니라 자신의 고독을 제대로 다룰 줄 모른 카프카의 책임이었다고 평가된다.

인간은 고독하다. 그리고 그 고독은 우리를 장성하게 하고 깊은 사색과 성찰로 더 높은 자아로 성숙하고 독립하게 하며, 큰 성취를 가져오게 한다. 동시에 지나친 고독과 외로움은 마음을 상하게 하고 관계를 어렵게 한다. 중용과 조화가 필요한 이유다. 인생은 늘 중용과 균형 그리고 그를 통한 조화를 추구하는 쉽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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