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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감옥 닫힌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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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감옥 닫힌 사회

현대사회는 개방성과 열림을 지향한다. 고도로 연결된 다는 것은(highly connected) 오늘은 현대사회를 결정하는 중요한 키워드이다. 다양한 교통과 통신으로 특히 인터넷과 SNS로 연결된 오늘의 시대는 세계성과 동시성을 중요한 기반으로 형성되고 소통된다.

개인적으로 우리는 고3 입시지옥을 거치면서 ‘열린 감옥’이란 개념을 생각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공간적으로 열려 있으나 하고 싶은 거의 모든 것들이 차단되고 오로지 공부만 해야하는 감옥같은 시간으로 생각된 적이 있었다. 동시에 군대생활은 ‘갇힌 자유’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정해진 군대생활은 갇히고 닫힌 공간에 처해 있지만, 다른 행동과 불확실한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갇혀 있으나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이었음을 기억한다.

지금 세계에는 도처에 열린 감옥 같은 사회가 존재한다. 중동의 시리아 내전 5년 동안 많은 어린이와 민간인들이 감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시리아 내전 5년’ 보고서는 “먹을 게 없을 때는 풀을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아빠, 이건 먹을 수 없는 풀이잖아’라고 했지만 아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 풀은 먹을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제가 먼저 풀을 뜯어 먹었죠. 아이들이 매일 말라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어요.”라고 시리아 중동부 데이르 에조르 주의 한 마을 주민 하산은 말한다. 이 기구는 <포위된 유년기- 시리아 봉쇄 지역의 삶과 죽음>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에 놓인 현지의 참상을 전했다. 최소 25만명의 어린이와 그 가족들이 사실상 ‘하늘만 열린 감옥’으로 변한 봉쇄 지역에서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살고 있으며, 교전 세력은 민간인을 전쟁 무기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유엔은 현재 시리아 내 봉쇄 지역이 18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으며, 국경없는의사회는 봉쇄 지역 주민이 최대 19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현지의 한 구호 활동가는 “마을 곳곳에서 저격수들이 아무에게나 총을 쏘고, 길거리엔 지뢰가 널렸다. 검문소에선 식량·의약품·연료 등 모든 생필품 반입을 막고, 치료가 필요한 어린이를 포함해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다. 집과 학교가 폭격으로 폐허가 됐고, 아이들이 굶주리는데 시장은 텅 비었다. 21세기라지만 이곳은 마치 100년 전 같은 풍경이다”라고 말했다. ‘국제적시리아지원그룹(ISSG)’을 이끄는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27일 자정을 기점으로 시리아 전역에서 모든 적대적 행위를 중단하고 휴전에 돌입하기로 합의했다. 유엔과 국제 기구는 시리아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최우선에 두자는 ISSG의 합의에 따라 봉쇄 지역에 식량과 의약품 등 긴급 구호품을 추가 지원했다. 그러나 필요한 수준에 한참 못 미쳤고 일부 물품은 아예 반입이 금지되기도 했다.

비슷한 곳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가자지구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 "하마스가 저항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에 있다"고 보도했다. 2000년 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반(反)이스라엘 저항운동) 이후 건설된 800㎞의 분리 장벽은 현재 가자 지구를 완벽하게 포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로 반입되는 모든 물품을 통제하고 있다. 가자 지구의 숨통을 이스라엘이 쥐고 있는 셈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가자 지구를 가리켜 '열린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팔레스타인 시민은 전쟁 통에도 영락없이 가자 지구에 갇혀 있는 상태다. 이곳 주민들 사이에선 '감옥(가자 지구)에 갇혀 서서히 죽을 바에야 전쟁으로 세상을 바꾸는 게 낫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들 지역 갈등은 종교적, 정치적 또는 인종적 갈등에 원인이 있다. 이들 지역 모두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라는 동일한 근원적 뿌리에서 출발하였다. 아브라함과 구약성경을 중요 텍스트로 삼고 가르침을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종교적 가르침을 자신과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왜곡되고 이념화, 신학화하여 다른 집단과 갈등하는 버릇은 인류의 오랜 관습이라 할 수 있다. 가르침의 본질인 사랑과 화해와 용서와 공평과 정의와 평등의 가치들은 사라지고 집단의 이익과 욕심을 채우려는 행동과 그런 정책의 구조화가 21세기에 ‘열린 감옥’의 상존을 부추기고 있다. 강대국들의 저개발국 자원과 노동력의 착취와 불공정 취득 그리고 거대기업들의 끝없는 돈에 대한 욕망과 그것과 공모하여 자기 집단의 권력을 유지, 확장하려는 정치집단의 음모들이 오늘의 비인간화와 가난과 전쟁을 지속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라 지적되고 있으며, 이것이 오늘을 겉으론 열렸으나 실은 닫힌사회로 평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끝까지 본질을 성찰하고 감시하고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이 우리들의 자세여야 할 것이 아닌가 절감하게 된다.

 

김홍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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