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새해맞이

서명수 교수 (협성대 신학대학)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이맘때면 누구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기 마련이다. 지난 해 미진했던 일들을 되돌아보며 금년 한해, 나아가 보다 먼 미래를 꿈꾸고 계획하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서양 사람들은 1월을 ‘January’라 부른다. ‘야누스의 달’이라는 뜻의 라틴어 ‘Januarius’에서 나온 이름이다. 야누스는 로마의 ‘문(門)의 신’이다. 이 신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과거를, 하나는 미래를 향해 있다. 과거에 대한 회고와 반성, 미래에 대한 계획과 희망을 의미한다.

한자문화권에서는 새해 벽두를 원단(元旦)이라 부르기도 한다. 해(日)가 수평선(-) 위에 떠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한해의 첫머리라는 뜻에서 세수(歲首)라 부르기도 하고, ‘삼가는 날’이란 뜻에서 신일(愼日)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 해의 행불은 첫날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에 달렸으니 마땅히 근신(勤愼)의 자세와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는 뜻에서 신일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음력이 폐지되고 양력이 도입된 것은 1894년 갑오경장 때 개화당의 김홍집 내각에 의해서이다. 당시 고종황제는 1895년 음력 11월 17일을 양력으로 바꾸면서 1896년 1월 1일로 선언하였다. 그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음력설을 구정(舊正), 양력설을 신정(新正)이라 부르고 있다. 새해 첫날을 의미하는 ‘설’의 의미적 기원에 관한 주장은 다양하다. ‘삼가다’,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라는 뜻의 옛말 ‘섧다’에서 ‘설’이 나왔다고 보는 민속학자가 있는가 하면, ‘설다’, ‘낯설다’에서 ‘설’로 의미가 전성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처음이기 때문에 (낯)설다는 것이다. 이 경우 ‘설날’이란 ‘처음날’을 뜻한다. 또 다른 해석은 ‘선날’의 원말은 ‘선날’이라는 것이다. 이때의 ‘선’이란 개시를 의미한다. 우리말 용례에서 ‘선다’는 개시, 시작을 의미한다. ‘장이 선다’할 때 ‘선다’는 개시, 시작을 의미한다. 따라서 ‘장이 선날’이라 할 때 ‘선날’은 처음 시작의 날을 의미한다. 1월 1일은 ‘선날’, 한해의 처음이 시작되는 날인데, ‘선날’이 ‘설날’로 발음되어 한해의 새날을 ‘설날’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붉은 원숭이의 해’라는 2016년이 밝았다. 교회에서는 송구영신 예배를 드렸고, 신년축복 성회도 이제 마치었을 시간이다. 그래도 1월 한 달은 이런저런 신년모임으로 바쁘게 지나가기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차분히 하고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위해 기도해야 할 때이다.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있어 과거를 되돌아 본다는 것은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는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의 사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뜻이 더 강하다. 이집트에서 출애굽한 백성들은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기적과 은혜의 사건들을 망각하고 당장 눈앞에 어떤 어려움과 문제만 생겨도 불평하고 원망하였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미래에 들어가게 될 약속의 땅을 바라보지 못하고 도리어 종살이 하던 이집트 땅을 그리워했다. 그 결과 그들은 여호수아와 갈렙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광야에 뼈를 묻어야 했다. 기억의 중요성에 대해 구약학자 엠더슨(B.W. Anderson)은 그의 저서 <구약개론>(Introduction to the Old Testament, 4th edn, 1986) 제1장 첫 문장을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다. “기억은 인간이 부여받은 최고의 천부적 재능 중의 하나이다”(Memory is one of the humanity’s supreme endowments). 그렇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천부적 재능으로서의 기억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한 기억이 되어야 한다.

이제 새롭게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를 바라보며 시작하는 새해 첫머리,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되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억하고, 미래에 펼쳐질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기대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기도할 때이다.
서명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