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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경영 | 장발장의 한국적 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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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섭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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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장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를 위고( (Victor-Marie Hugo, 1802-1885)의 대표작《레 미제라블》(프랑스어: Les Misérables)의 주인공이다. 레 미제라블은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의미이며 1862년에 프랑스 민중들의 비참한 삶과 1832년에 있었던 프랑스 6월 봉기를 소재로 하였다. 위고의 이 작품은 이미 고전으로 인간의 근원적 문제인 사회부조리와 구조악 그리고 그속에서 인간애를 갖고 살아가는 선량한 사람들의 의지 그리고 프랑스 혁명으로 대표되는 시민의식의 변화 등을 포괄하는 장대한 작품이다. 어린시절 ‘장발장’이란 축약된 소설로 이해해 온 우리에겐 주인공 이름이 더 친숙하다.

근래 우리사회에 장발장을 딴 은행이 생겨 화제다. 장발장은행은 무이자, 무담보로 최대 300만 원까지 빌려주며, 이자로 수익을 내지 않는 구조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만들어서 그들에게 이자까지 얹어서 돌려받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무이자를 유지한다. 빌린 돈은 6개월의 거치 기간 이후 1년 안에 갚으면 된다. 이 은행의 기본이 되는 기금은 뜻있는 시민들이 후원한 금액으로 마련된다.

돈이 필요해 신청한다고 해서 모두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며, 43199위원회(대출심사위원회)가 심의해서 대출여부를 결정한다. 범법자는 제외되는 경우가 많고 주로 가계 형편과 사정이 어렵고 부양가족이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 43199위원회는 지금까지 총 3차에 걸쳐 33명에게 5,890여만 원을 대출했다고 한다. 동위원회의 명칭 '43,199'는 2009년 한 해 동안 벌금을 못 내 교소도에 갇힌 사람들의 숫자다. 장발장은행을 만든 인권연대는 2013년부터 '43,199 캠페인'이라고 해서, 벌금을 내지 못하면 감옥에 가야 하는 제도를 고칠 것을 주장해 왔다. 장발장은행도 이 캠페인의 연장선에서 만들어졌다.

장발장은행에는 종교인, 학자, 법률가, 언론인, 예술인 등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협동조합 가장자리 홍세화 이사장이 은행장을, 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가 고문을 맡고 있다. 이외에 18인의 장발장위원회(운영위원회)와 7인의 대출심사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다.

현재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350여 명의 시민이 약 7,300만 원을 장발장은행에 보탰다(3월 12일 기준). 주요 언론은 많은 사람들이 장발장은행의 취지를 지지하고,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대부분이 개인 후원이라면서, 시민단체나 종교 기관의 참여는 부족한 실정이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벌금을 선고받으면 30일 이내 일시불로 완납하도록 되어 있다(형법 제69조). 벌금을 못 내면 교도소에서 노역해야 한다. 예를 들어 1일을 노역하면 벌금에서 5~10만 원이 차감되는 꼴이다. 현재 벌금을 못 내 노역하는 사람의 수는 일 년에 평균 4만 명이나 된다. 2014년에는 약 4만 2,000명, 2012년에는 약 3만 9,000명이 노역했다.

장발장은행 오창익 사무국장은 "국내 벌금 제도는 소득 불평등이 형벌 불평등을 낳는 구조다"고 말한다. 돈 있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이 똑같이 죄를 짓고 똑같이 벌금을 내도,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느끼는 형벌의 무게는 부자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낼 형편이 없는 이들은 교소도행을 선택한다.

그는 유럽 국가들처럼 소득에 따라 벌금을 차등으로 부여하는 일수벌금제 도입이나 벌금 분할 납부 및 납부 기한 연장, 사회봉사 제도 확대 등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으며,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절실한 금전적 도움을 실현하는 장발장은행의 출범은 의미가 큰 사건이다. 정부 주도의 다양한 유사 금융제도가 있으나, 중소기업이나 창업 등을 목표로 지원되고 있다. 금융정책을 통해 경제와 밑바닥 수요를 끌어올리는 것은 중요한 정책이며, 이를 지속 확장함으로 수요를 확대하고 더나아가 소비와 저축을 늘리고 전체 국민경제를 선순환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는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뜻있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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