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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안개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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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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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는 우리에게 두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오리무중이거나 모호한 상태를 일컫는 상징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있고, 도화원(桃花源)이나 이상향(理想鄕)을 상징하며 꿈의 세계를 의미하는 경우로 이해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이해는 안개라는 그 자체보다는 안개 주변의 다른 주체를 이해하는 인지자세에서 오는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안개 속에서 다른 사물이나 사람을 보려고 하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안개에 대한 문학적 성취로 햇세(H. Hesse)의 시를 많이 떠올리게 된다. 그는 전자의 자세로 안개 자체보다 안개 주변의 주체들을 이해하고 파악하려는 자세에서 안개를 노래했다.

<안개 속에서> - 헤르만 헤세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 모든 나무 덤불과 둘이 외롭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나의 삶이 아직 환했을 때 / 내게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이제, 안개가 내려,/ 더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을, 떼어 놓을 수 없게 나직하게/ 모든 것으로부터 그를 갈라놓는 어둠을 모르는 자/ 정녕 그 누구도 현명치 않다.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삶은 외로이 있는 것/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근래 스승의 날에 제자들이 보내온 꽃다발을 기쁘게 받았다. 장미와 안개꽃이 조화를 이룬 정성어린 꽃다발이었다. 내가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때가 되면 작은 정성과 꽃을 보내는 사람들께 감사한다. 내가 보내드린 난에 대해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께서도, 대학 은사께서도 같은 생각이시리라. 두 주가 지난 꽃다발을 정리하며 장미와 어울려 더 빛나고 있는 안개꽃을 바라보며 새삼 아름다움을 느꼈다. 함께한다는 것의 아름다움과 그윽함이 느껴진다. 서로를 위하며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면, 어느새 자신도 배경 속에 주연으로 빛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안개는 함께 할 때만 그 것이 안개일 수 있다. 안개는 모여 구름 되고 이슬 되고 비된다. 비는 냇물 되고 강물 되어 바다에 이른다. 함께 할 때 우리는 외로운 단절의 내가 아니다. 안개 속에서 타자를 볼 때 외로울 수 있으나, 우리가 함께 할 때 더 값있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나만 생각해 우리 사회의 어려움이 커진 지금, 함께 그리고 이웃을 더불어 이해하고 사랑할 수는 없을까.

<우리가 안개 되어 >
함께
우리가 함께하여
아름다운 안개되어

새벽 아름다운 꽃 들풀의
조용한 노래되어
거룩한 기도되어

우리가 함께 한다면
몽환의 세상, 꽃피는 꿈되리
너른 들판, 노래하는 계곡되리

우리가 모여 함께하면
안개꽃 합창하는
어느 르느와르 예쁜 여인 가슴되리

모습은 달라도
우리가 함께하면
안개 되어 구름 되어
또 이슬 되어 비되어 함께 흐르리
시내 되고 강물 되어
함께 바다에 이르리

우리가 함께하여
안개 되어 이슬 되어 비되어
숲에 내린다면
땅 끝 외로운 가슴에 내린다면

늙은 치매 어르신 눈가에 내린다면
고아의 붉은 뺨에 흐른다면

함께 안개꽃 되면
장미 더 빛나리 꿈 더 따뜻하리
풀잎 더 푸르리

우리 안개되어 함께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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