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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돌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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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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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5.>


우리말 ‘돌아보다’는 말은 몇 가지 의미가 있다. ‘몸이나 고개를 돌려서보다.’ ‘지난 일을 다시 머리에 떠올리다.’ ‘두루 다니며 살피다.’ ‘돌보다.’ 등과 같은 뜻을 가지고 경우에 따라서 적절하게 사용하는 말이다. 그 중에 세 번째와 네 번째에 해당하는 의미로 생각하려는 ‘돌아봄’이다. 100미터경기를 하는 사람에게 돌아볼 것을 요구한다면 경기를 포기하거나 양보하기 전에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삶을 살아온 현대인들의 모습에서 아쉬운 것이 돌아봄의 여유를 회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특별히 한국교회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교회 안에서조차도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앙의 본질적인 목적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고, 그 뜻 안에서 주님과 함께, 주님이 허락하시는 쉼을 얻는 것이라고 한다면 한국교회의 경쟁하는 현실에서 쉼은 가깝게 있는 것 같지 않다. 교역자들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온전히 주님 안에서, 주님이 허락하시는 은혜를 누리는 쉼을 누릴 수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성장지향적 목회의 현실에서 경쟁구도를 포기할 수 없는 교회들은 무엇이든지 경쟁을 시킨다. 이러한 경쟁적 관계에서 지체들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다는 것이 쉽지 않는 것도 자연스러운 아닐까? 그래서인지 세모(歲暮)가 코앞에 닥쳐와도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음은 주변을 더 춥게 하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교회 안에서 지체들과의 관계가 지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공동체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공동체로서의 의식이 살아있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다.
신앙은 경쟁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다른 사람보다 앞서기 위한 방편이 아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다. 신앙은 창조의 하나님의 뜻을 사는 것이고, 그 뜻을 이루는 것이며, 하나님 안에서 허락하신 복을 누리는 것이다. 즉 단지 세상에서 다른 사람보다 앞서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는 사람들조차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신앙을 생각한다면 그 신앙을 통해서 지체들을 돌아본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어떤 의미에서 돌보는 일까지도 자신의 복을 위한 수단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제 세모다. 명절이 오면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은 더 힘들어진다. 마음이 힘들어지는 만큼 더 추워지기도 한다. 단지 경제적인 어려움만이 아니다. 관계의 어려움으로 인해서 힘들어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시스템에 의해서 사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하나님이 창조하실 때부터 관계를 통해서 존재하게 하셨다. 따라서 사람이 가장 힘든 것은 단지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관계에 있느냐 하는 것에 더 중요하다.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고 해도 가족관계나 이웃관계, 혹은 교회에서의 지체관계가 돈독하다면 그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동물과 다른 인간의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세모에 자신과의 관계에 있는 주변을 돌아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아니, 꼭 어떤 날이기 때문이 아니라 평소에 이웃에 대한 돌아봄이 그리스도인의 일상이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혹은 더 이상 무관심의 대상이 아니라 돌아봄의 대상으로서 지체들을 살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때 돌아봄 역시 어떤 대가나 목적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돌아봄은 돌아봄 이상의 의미를 가져서는 안 된다. 즉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돌아봄이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돌아봄은 지체들에 대한 배려와 이해, 관심과 사랑을 통해서 순수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돌아봄 자체로 기쁘고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
지체를 돌아볼 수 있는 신앙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것은 신앙의 구현이고, 그것은 인간에게 허락하신 아름다운 것을 회복하여 누리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신앙은 단순히 이기적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종교적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 신앙은 자신을 존재하게 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영원하신 뜻을 기뻐하며, 그것을 이루는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삶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돌아봄은 신앙의 표현이어야 하고, 실천이다.
따라서 더 이상 돌아보는 일이 특별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신앙고백은 돌아봄으로 나타나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앙은 주님의 은혜와 사랑을 근본으로 하는 것이기에 돌아봄은 주님의 은혜를 확인하는 것이고, 나누는 것이다. 이제는 경쟁을 지양하고 돌아봄의 여유를 채우는 신앙인격과 교회의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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