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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사역이야기|아름다운 직장 ‘역세습’에서 한 수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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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용일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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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용일 목사 오늘 출근하는데 서울 마포의 합정역 인근에 있는 한 중학교 학생들이 띠를 두르고 거리 홍보를 하고 있었다. 여덟 시 반쯤 된 시간에 수십 명 아이들이 지하철 출구 근처에서 늘어서 있는데 어깨띠를 두르고 패널을 들고 있는데 바로 ‘공정사회’에 대한 정부 홍보였다. 그것이 공정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봉사 점수를 준다고 공부할 시간에 중학생 아이들을 그렇게 불러내어 홍보를 하는지 모르겠으나 오늘 우리 사회에 갑자기 공정사회 붐이 일고 있다. 총리 후보 장관 후보들이 낙마하고 이 정부 내내 바뀌지 않고 야당의원 욕설 구설수 등에도 꿋꿋하던 외교통상부 장관은 딸의 특채와 관련해 사표를 냈다. 정말 공정한 사회가 될 것 같아 가슴이 설레기도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자신이 일하는 일터에서 일하게 하는 일, 그것은 일종의 ‘세습’이다. 끊이지 않고 기업계나 교계에서 도마에 올랐던 세습 문제의 또 다른 변형이다. 왜 사람들은 그렇게도 세습에 알러지 반응을 하는 것일까? 해답이야 당연하다.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도록 내버려두기 싫은 것이다. 직업 선택에는 자유가 있고 막대한 돈을 자식에게 유산으로 물려주는 자유도 있다고 강변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생각이 바로 문제이다. 공정하지 않은 것이다. 물려주려면 법대로 해야 한다. 세금 낼 것 다 내고 유산도 물려주고 공정하게 경쟁하게 해서 자식에게 자리도 물려주어야 공정하다.

이 복잡한 세습 문제를 한 마디로 정리해보고 싶다. “직업의 세습은 바람직한데 직장의 세습이 문제이다.”
자식이 아버지와 같은 직업을 가지는 것은 결코 문제되지 않는다. 기업을 경영하는 아버지를 따라 자식도 기업 경영자가 되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아버지가 목사인데 자식이 목사가 되는 것은 정말 칭찬해줄 만한 일이 아닌가. 우리 현실에서 목사라는 직업인으로서 자식에게도 존경을 받는 목사야말로 참으로 훌륭한 목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아버지와 같은 직업을 가진 자식이 아버지가 이루어놓은 재벌 그룹이나 초대형 교회, 즉 직장을 세습하려는 것이다. 아버지가 장관인데, 그 부서에 특별한 호의로 들어가려는 세습이 문제이다. 같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직장을 세습하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문제가 분명히 있지 않은가? 내가 이루어 놓은 기업이고 교회인데 내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한 가지만 지적하자. 기업이나 교회, 나라 등은 개인의 소유가 아닌 공익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이 점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지만).

물론 극히 예외인 경우도 있다. 정당한 경선과 같은 공개적인 방법을 통해서 결정해서 겉으로는 세습으로 비쳐도 사실은 공정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아들이라고 공정한 경선에게 제외하는 것도 공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경우는 아마 극히 예외일 것이다. 밝혀진 바 불공정한 모습이 다 드러나지 않았는가 말이다. 또 세습을 해서 2세가 기업이나 교회를 성공적으로 유지해나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외교부에 특채로 들어가서 일을 잘 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세습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뭔가 개연성이 부족하다.
부자간의 직장 세습이긴 한데 거꾸로 아들이 아버지에게 직업과 직장을 아예 세습하려는 영화가 있다. 잔잔한 아름다움이 아직도 가슴 한 켠에서 사라지지 않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이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정원(한석규)은 시한부 인생을 산다. 자신이 죽은 다음에 혼자 남을 아버지를 위해 비디오 작동법과 현상기 작동법 같은 것을 전수한다. 비디오 작동법을 반복해서 알려드려도 늙은 아버지(신 구)는 리모콘 다루는 법도 제대로 모른다. 그러자 정원은 벌컥 화를 낸다. 자기 신세가 너무 한심했던 것인가. 이불 뒤집어쓰고 운다. 그리고 정원은 죽기 전에 비디오 작동법을 메모로 남긴다. 자기가 죽어도 아버지가 보고 배울 수 있도록.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정원이 세상을 떠난 후에 아버지가 사진을 찍기 위해서 출장을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성공적으로 직업의 세습이 일어났고 또 직장의 세습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아, 그런데 이런 슬픈 직업 세습과 직장 세습이 이 세상에 또 어디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젊어서 세상 떠나는 아들의 직업과 직장을 늙은 아버지가 세습한 것이다. 누가 이런 ‘직장 역세습’을 비난할 수 있는가? 세습으로 비난받는 사람들은 이 직장 역세습을 감동적으로 펼쳐 보이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 수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들의 (공정하지 못하다고 평가받는) 세습에는 과연 이런 눈물 나는 감동이 담겨 있는지 확인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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