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목회

성경속세상 분류

겨울유감

작성자 정보

  • 연합기독뉴스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겨울유감

 

쓸데없는 걱정이라면 쓸데없는 것인데 계절에 대한 걱정을 할 때가 있다. 언젠가부터 예상치 못한 날씨와 기온이 계속될 때면 나도 모르게 걱정을 한다. 사실 몇 년째 강수량이 충분하기 못해서 대형 댐들이 100퍼센트 담수를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금년 겨울에 산천어축제를 계획하고 있던 화천이나 인제의 빙어축제가 불가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질 만큼 물 부족과 이상 기온으로 인해서 얼음이 얼지 않았다고 한다.

나도 모르게 지난 주간의 걱정거리는 겨울이 겨울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입버릇처럼 ‘겨울이 너무 따뜻해서 걱정이야!’ ‘이렇게 따뜻하면 안 되는데 ...’ ‘이러다가 어떻게 될 텐데...’ 등 쓸데없는(?) 걱정이다.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음에도 계절의 변화와 상태가 예년과 달라지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된다. 옛날 어른들이 하던 말을 내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세월을 탓하면서도 입에 붙은 걱정은 떨쳐버리지 못한 채 이 겨울을 지나고 있다.

‘겨울’은 추워야 한다. 온대지방에서 겨울은 추워야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만일 그러한 패턴이 무너진다면 생태계는 심각한 혼란과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춥기에 걱정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겨울이 추워야 하는 것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겨울이 겨울다울 때 건강한 환경이 유지되고, 겨울에 사는 것들에게는 행복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물론 어려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추운 것보다는 따뜻한 것이 낫다. 그러나 지구에 생존하는 것들을 모두 생각하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온대지방에서 겨울이 추워야 하는 이유는 사실 ‘쉼’을 위한 것이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것은 추위가 없다면 진정한 쉼을 이루지 못한다. 대지는 물론이고, 거기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생명들이 모두 추위를 통해서 쉼을 얻는다. 곡괭이를 내려치더라도 튕겨져 나올 만큼 대지가 꽁꽁 얼어야 한다. 그래야 흙도 쉬고, 그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생명들도 쉴 수 있다. 동면하는 짐승, 벌레들, 그리고 흙과 그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풀과 나무들, 그런가 하면 씨앗으로 동면하는 것들까지 겨울이면 모두 쉼을 얻기를 원한다. 표토가 얼었다가 녹는 과정을 통해서 분해되고, 해토가 되면서 미생물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조건이 만들어지니 생명들이 깃들 수 있게 된다.

그러니 겨울은 대지와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든 생명들에게 쉼을 주는 계절이고, 추위는 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환경이다. 그러니만큼 겨울이 추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또 추워야 한다. 춥지 않으면 당장은 좋을 것 같지만 더 큰 부담과 어려움으로 돌아올 뿐이다. 추위가 없는 겨울은 겨울이 아니다. 겨울이 춥지 않다면 사람들에게도 오히려 걱정거리가 더하여진다. 추위를 통해서 생태계가 조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생명체들에게 어려움과 고통을 주는 병균이나 자연적으로 도태되어야 하는 것들이 추위를 견뎌내는 동안 적당하게 조정이 되다.

하지만 춥지 않으면 생태계의 자연적인 조정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철을 따라서 옮겨 다니는 생명들에게 게으름을 피우게 만들고, 게으름에 따른 도태가 이뤄지게 된다. 어디 그 뿐인가? 그러한 생명체들이 계절을 따라서 옮겨 다니면서 만들어주는 아름다움이란 인간이 대신할 수 없다. 인간은 그들을 철새라고 한다. 환경과 먹이를 따라서 옮겨가는 것은 녀석들의 생존전략이기에 결코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인간에게는 먹을거리와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겨울에 찾아오는 녀석들은 더 북쪽에서부터 온 것이고,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곳 보다 더 따듯한 남쪽으로 가고자 하는 녀석들은 이 땅을 떠나서 따뜻한 남반구까지 비행을 한다. 그곳에도 녀석들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에게도 기쁨을 더해준다. 철새들은 이처럼 멀게는 북반구와 남반구를 오가는 것들도 있기에 오가는 길목에서 녀석들을 만나면 누구나 기쁘고 감격하는 장면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만 모든 생명체에게 유익하다.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이 있을 때 사람은 발전(?)한다. 또한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생명체들은 겨울을 통해서 여름을 준비한다. 녀석들은 겨울날 동안 삭풍과 동토의 조여드는 아픔까지도 참고 인내해 냄으로 이른 봄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식재료가 된다. 일반적으로 봄에 씨앗을 뿌려서 얼마동안 가꾸어서 사용되는 먹을거리와는 근본이 다르다. 긴 겨울의 추위를 동토에 뿌리를 내린 채 견딘 생명들은 겨울을 나는 동안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를 확보해서 그것을 다시 인간에게 나눠준다.

지난 주간 겨울이 춥지 않다고 걱정을 했는데 갑자기 추워졌다. 이번엔 춥지 않아서 걱정이 아니라 옥상에 심은 마늘과 시금치를 보면서 춥지만 겨울을 날 수 있어야 진정한 마늘이 될 것이니 봄날을 기다리라고 격려해야 했다. 갑자기 영하 10도로 내려간다는 예보에 걱정이 앞선다. 입버릇처럼 추워야 한다고 걱정을 했는데 막상 추워진다고 하니 또 걱정이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어쩔 수 없이 인간인가보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