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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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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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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3.>

조류독감

 

AI(avian influenza, 조류독감)가 가금류(家禽類)를 기르는 전국의 축산 농가들에게 직격탄을 날려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주고 있는 조류독감의 실상이 정치문제에 관심이 쏠리면서 사람들의 눈과 귀에 크게 들리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전해지는 뉴스에 의하면 가금류 2천6백만 마리를 살처분해서 매립했다고 한다. 그 수만 생각해도 엄청나다. 그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이 또한 엄청난 것이고, 2차, 3차 피해로 이어지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실로 국가적인 재앙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큰일이다. 계란을 재료로 하는 식품을 가공하는 업체들은 계란확보를 위해서 비상상태이고,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가격이 급등함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은 무감각해진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일이 아니라서인지 국민적인 관심이 없어 보인다. 당국도 예전 같지 않다. 정치적 현안이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된 탓일까 언론들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한 보도만 쏟아낸다. 몇 년 처음으로 조류독감이 대규모로 창궐할 때는 지금과는 많이 대조적이다. 당시 조류독감을 차단하기 위해서 전국적으로 축산농가나 철새도래지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방역을 위한 장비를 설치하고 출입을 제한하는 등 불편할 정도로 방역작업을 했다. 추운 날씨 때문에 차량에 소독액이나 분말이 얼어붙어서 보기 싫게 되어도 조류독감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 모두가 받아들였다.

철새도래지를 방문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탐조여행을 위해서 지자체들이 준비했던 시설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당시보다 훨씬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방제시설이나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이마저도 내성이 생긴 탓인지 모르겠지만 걱정이 큰데 대처하는 것이 굼뜬 것인지, 그냥 계절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국민들에게는 실감나게 느껴지지 않는다. 뉴스시간에 살처분해서 매립하는 장면을 멀리서 잡아준 그림이 전해질 뿐이다.

문제는 조류독감이 확산되면서 전국적으로 이미 2천6백만 마리를 살처분했다고 하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어떤 것이든지 질병이 있을 수 있다. 가금류들도 다르지 않다. 녀석들도 독감으로 치명적인 상태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녀석들은 인간에 의해서 열악한 상태에서 오직 생산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육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서 전염병에 약할 수밖에 없고, 다시 인간에 의해서 살처분이 된다. 인간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열악한 상태에서 사육해서 면역력이 거의 없는 허약한 상태를 만들었고, 독감이 유행할 때 속수무책으로 가금류가 피해를 보는 것이다. 자신들의 필요를 위해서 사육환경을 만들었지만 살처분을 당해야 하는 것은 가금류들이니 녀석들은 누구에게 하소연조차 할 수 없다.

인간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지만 독감이 유행할 때 닭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녀석들은 사육하는 인간의 도움을 받는 것은 그만두고 그 인간들에 의해서 그냥 살처분해서 매장된다. 그러나 야생에 살고 있는 조류들은 어디서도 독감에 의해서 집단을 폐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다. 어쩌다 발견되는 몇 마리씩의 주검은 발견되지만 무리 전체가 죽는 경우는 없다. 그런가 하면 사람들이 야생조류를 잡기 위해서 독극물을 살포한 결과 집단으로 폐사된 경우들이 발견될 뿐이다.

2천6백만 마리를 살처분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옥상에서 기르고 있는 백봉과 청계 녀석들이 신경에 쓰였다. 매일 늦은 시간이라도 올라가서 녀석들이 잘 있는지 컨디션을 살폈다. 아침에 올라갈 경우는 녀석들의 먹이 활동과 운동하는 모습을 유심히 살핀다. 바람막이조차 변변하지 않고, 보온을 위한 특별한 설비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더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볼 때마다 기특하다. 요 며칠은 밤새 수은주가 많이 내려갔다. 아침 기온이 영하 8도라는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 옥상에 올라갔다. 잘 잤다는 듯 씩씩한 모습으로 ‘구구’거리면서 달려들었다. 계사 안쪽을 살피니 물이 꽁꽁 얼어있었다. 물통 전체가 언 것이다. 뜨거운 물을 가지고 올라가 언 물통을 녹였다. 잠시 후 녀석들이 몹시 갈증을 느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내 달려들어 말랐던 목을 축이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건강한 모습이다. 그리고 낮에 몇 번이나 다시 올라가서 살폈다. 어김없이 이틀에 한 개씩의 알을 낳았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내려가면 자연 상태의 닭은 알을 낳지 않는다. 한데 녀석들은 그렇게 추운 날에도 알을 낳는다.

영하 8도의 날씨에도 녀석들은 웅크리고 몸을 포갠 채 잠을 잔다. 특별한 항생제나 약물을 투여하지 않아도 건강하게 지내는 것을 보면서 AI에 결렸다는 이유로 무참하게 살처분해서 땅에 묻는 인간의 모습이 무엇인가를 묻게 된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생산성만을 생각해사 열악한 조건을 만들어 사육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없게 된 것인데, 그로 인해서 조류독감에 걸리면 걸렸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살처분해서 묻어버린다. 포대에 담긴 채 퍼덕거리는 생명들을 구덩이에 던져넣는 인간의 모습이 잔인하기만 하다. 인간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또 어떤 일을 할지 ... 당장의 책임조차 인식하지 않은 채 살아있는 생명을 살처분해서 매장하는 모습은 그마저 또 다른 이익을 위한 조처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종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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