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신 목사의 성경으로 세상 읽기

사무엘의 지혜를 배우길…

지난 주 토요일에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에 광화문에만 60만 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전국적으로 95만 명이 넘었다 하는데도, 반응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사람들이 답답해하고 있다. 한 주 전에 있었던 세 번째 촛불 집회는 100만 명의 사람들이 모였었는데, 꿈적도 않는 모습, 눈치만 살피는 모습, 자기들의 손익을 먼저 계산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세상 어느 나라 정치인들에게도 뒤지지 않을 이기적인 모습이다.

미국의 수도, 워싱톤에는 링컨 대통령을 기념하는 건물이 있다. 건물 앞 광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 했던 집회들이 여러 번 있었는데, 1969년 베트남 반전 시위가 열릴 때는 50만 명이 모였고, 1963년 ‘흑인의 인권 투쟁을 위한 위싱톤 행진’에서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이곳에 운집한 사람들에게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할 때는 25만 명이 모였다. 그리고 “워터게이트”라는 사건 때문에 미국인들이 닉슨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을 때는 만 명이 모였다 한다. 이런 숫자들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숫자를 비교하면, 100만 명이란 숫자는 실로 엄청난 수이며, 세상을 당장이라도 바꾸어야 한다는 하늘의 뜻과 같은 민의가 담긴 숫자이다.

시간이 갈수록 촛불은 커지는 데도,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일부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대통령을 옹호한 발언 때문에 교회 안 밖에서 분노한 사람들이 지도자의 부패를 바라보는 “성경적인 가치”에 대해 혼란스러워 한다. 그러면 성경은 정치 지도자의 부패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우리 시대의 상황을 예견이라도 하듯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를 도와 줄 사건이 삼상 8장 1-3절에 기록되어 있다.

당시 요엘과 아비야는 최고의 정치적, 종교적 권위를 가졌던 아버지 사무엘의 선택으로 사사가 되어 이스라엘을 다스렸다. 사사직이 부여한 정치적인 특권과 함께 그들은 백성들의 송사를 듣고 판결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백성들은 이들의 판결이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 이유를 찾았다. 성경은 백성들이 알아낸 이유를 “사무엘의 아들들이 이(利)를 따라서 뇌물을 취하고 판결을 굽게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사들의 공평하지 않은 판결에 대한 분노를 더 이상 참기 어려웠을 때, 그들은 자신들을 통치하는 사사를 세웠던 사무엘에게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원망의 말들을 쏟아 내었다. “당신은 늙고 당신의 아들들은 당신의 행위를 따르지 아니하니 열방과 같이 우리에게 왕을 세워 우리를 다스리게 하소서.”(삼상8장5절).

그런데, 이 말은 원망 정도가 아니라, 사무엘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백성들의 저항이었다. 사사인 사무엘의 두 아들을 지도자의 자리에서 쫓아 달라는 탄핵을 요구하는 말이었고, 이스라엘의 정치적인 시스템을 바꾸어 달라는 혁명적인 요청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무엘은 정치적인 시스템이 바뀌면, 이스라엘 사회가 정치적인 혼란을 겪게 될 것이고, 군사적인 위기 상황이 올 수 있으니, 제도를 바꾸는 일은 위험하다고 백성을 협박하지 않았다. 또한 아버지로서 아들이 그 동안 누리던 권력을 내어주고 쫓겨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참으로 고통스런 일일 텐데도, 사무엘은 백성의 요구들을 존중하고 그대로 들어 주었다. 사무엘이 이렇게 한 이유는 마음이 너그러워서도 아니고, 백성들의 의견을 무시할 힘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오직 이유가 있다면, 사무엘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두 아들의 부정부패로 백성들의 정치적인 저항에 직면했을 때, 사무엘은 하나님께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물었다. 그 때 하나님이 그에게 주셨던 응답이 삼상 8장9절, 22절에 기록되어 있는데, “백성들의 요구를 들어주라.”였다. 하나님 말씀 앞에서 사무엘은 아들들의 부정부패를 끊어내는 일을 했다. 이 모습이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자리에 있었던 이들에게 있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