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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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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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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5.>

배움

 

일찍부터 서둘러서 공항에 도착했다. 모두 약속된 시간에 도착하려고 애씀이 역력했다. 하지만 선택한 항공사의 규정과 저가 항공사에게 주어진 배려(?) 덕에 탑승구까지 가는 거리는 물론 과정까지 불편했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일찍 모이느라 아침도 걸렀으니 탑승수속을 마친 다음 겨우 간단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탑승구에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일찍부터 움직였고, 탑승하는데 까지는 뭔가에 집중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 과정이 지치게 했는가, 활주로에 대기하는 시간에 깜빡 잠이 들었다. 5분 쯤 고개를 꼿꼿이 든 채 잠이 들었다가 비행기가 다시 움직이는 순간 놀라서 깼다. 5분의 깜빡 잠이 신기하게도 정신을 맑게 했다. 사람이 잠을 통해서 얻는 회복의 은혜를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비행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비로소 책을 꺼내들었다. 최근에 보내온 한 작가의 책이었다. 그녀는 고졸 작가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몇 권의 책을 받았지만 읽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있어 이번 여정에는 꼭 읽어보겠다는 생각에 그 중 최근에 보내온 책을 가방에 넣었다. 몇 편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그녀의 작품세계로 빠져들어가야 했다. 가볍게 읽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그녀의 작품세계가 결코 가볍지 않았고, 읽을수록 심취해야 했다. 그녀가 담아내고자 하는 논지가 분명하면서도 문학으로써 작품성도 특별했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서 작가가 얼마나 많은 배움을 위한 노력을 하는지 글에 담긴 내용을 보면서 새삼 놀랐다. 문학단체행사에서 몇 번 만날 수 있었지만 그녀의 사상이나 필력(筆力)은 잘 몰랐다. 또 읽었다고 한들 문학에 일천한 내가 어떤 평을 내릴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단 몇 편을 읽으면서 작가의 글을 통해서 전문 작가로서 배움을 위해 얼마 치열한 노력을 하는가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작가로서 배움에 대한 갈구와 노력은 글 곳곳에 담겨있었다. 단어 하나, 문장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서 필요하지 않는 미사구(美辭句)를 최대한 절제하는 가운데 담아내고자 하는 것을 깊은 사유와 깨달음을 통해서 표현하고 있었다. 비록 문단에는 고졸 작가라는 별명일지, 아니면 작가의 수준을 가방끈과 비례시키려는 학력 기준의 가치관이 약자를 배제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표현을 듣고 있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배움을 위한 노력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가 느껴졌다.

글을 읽으면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문장을 위해서 어떤 단어를 선택 할 것인지를 판단하고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한 작가를 생각하면서 단지 학력이나 경제력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가방끈이 짧기 때문에 좋은 글을 쓰지 못하거나, 반면에 가방끈이 긴 사람도이라고 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든, 학력이 어떻든 배움의 노력과 수고가 없다면 담아 낼 수 있는 것이 없다. 작가의 학력이 문제가 아니라 그 작가는 무엇을 깨닫고 있으며,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그동안 보내온 책을 읽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다가온다. 작가로서 치열한 배움을 통해서 자신의 문학을 완성시키려고 하는 의지가 글속에 오롯이 담겼다. 불과 몇 편의 글이지만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학력이라는 액세서리로 자신을 뽐내거나 만족하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것이고, 때로는 오히려 그것이 부끄러움을 선물할 것이다. 잠시의 시간 한 작가의 글을 통해서 배움에 대한 필요를 새삼 깨닫고, 도전을 받으며 또 다른 배움을 절감하는 시간이었다.

숙소에 도착, 그리고 저녁식사와 식사 후의 일정에서 여러 사람의 섬김이 있었다. 사람들과의 만남, 대하는 사물, 주어진 것들까지 하나하나가 배움의 순간이며 감사의 과정이었다. 특히 저가 항공사를 이용해서 단체를 인솔하여 외국여행을 가이드해야 하는 여정은 내게 많은 것을 경험하게 했다. 지금까지는 메이저항공사를 이용하면서 편안하게 했지만 이번은 경제적인 문제로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면서 가이드하는 내게는 많은 것을 해결해야 했다. 그 과정이 힘들었지만 이 또한 배움이었다. 모든 것은 배움을 주는 것이었다.

그 배움의 기쁨을 함께하는 지체들 일 때 감사하는 마음이 더 풍성해 질 것이다. 만일 배움을 위한 의식이 없다면 주어진 것이 모두 은혜인 것을 결코 누리지 못할 것이다. 사물을 통해서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뜻과 은혜도 깨달음과 함께 자신의 것이 될 것이고, 모든 것은 감사와 누림의 수단과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깨달음이 없다면, 사유하는 과정이 없다면 그냥 지나치는 것, 지나치는 시간일 뿐이다.

이종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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