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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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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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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6.>

오보청

 

기상관측이래로 가장 더웠던 여름이 지난 달 26일 끝난 것 같다. 늦은 밤에 빗방울이 조금 떨어지더니 밤새 기온이 둑 떨어진 것이다. 새벽에는 추위가 느껴질 정도여서 자다가 담요를 꺼내서 덮어야 했다. 극심한 더위도 더위였지만 금년 더위는 길었다. 더위에 짜증도 나고 지치기도 했다. 평년보다 열흘 이상은 더 더위가 기승을 부린 것 같다. 그래서인지, 밤이면 ‘오늘은 잘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매일 반복되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가 “더워서 어떻게 지내세요?”였으니 금년 더위는 정말 대단했다.

한데 하루아침에 날씨가 갑자기 가을이 되었다. 자다가 일어나서 담요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이다. 분명히 잠을 청할 때만 해도 오늘은 좀 시원하게 잘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추워서 자다가 일어나야만 했으니 참 이렇게 다른 날씨가 되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어떻든 잠도 제대로 못자고 헤매던 날이 계속이었는데 그날 아침은 춥다는 느낌으로 아침을 열었으니 일단 살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아침을 열면서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얼마만인가? 아침부터 땀을 흘리면서 시작할 때는 몸도 마음도 지쳤다. 하지만 가을날 아침은 정말 기분이 좋다.

한데 기록적인 더위가 계속되면서 연일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기상청이었다. 아마 기상청 직원들은 나보다 더 힘든 여름을 지내지 않았을까? 평년과는 비교가 안 되는 더위가 계속되면서 기상청은 오보청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어야 했으니 말이다. 시민들은 더위에 짜증이 날대로 나있는데 정작 기상청의 예보는 맞지 않았다. 하니, 아예 기상청의 예보에 반대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는 한 방송사의 뉴스 클로징 멘트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마 나도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더위에 지치고 열을 받은 상태에서 예보가 계속해서 맞지 않으니 그렇게 표현을 한 것이다. 하지만 기상청이라고 어찌하겠는가. 이런저런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더 정확한 예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과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예산과 기술력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날씨 자체를 바꿀 수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인 것도 분명하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대처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기상청이 아무리 노력한들 더운 날씨를 시원하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어떤 날씨가 되었든 날씨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기상청을 탓하는 것은 왜일까? 예보의 정확도가 너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조급증 때문일지 모르겠다. 사실 정확하게 예보를 했다고 하면 어쩌겠는가? 정확하게 알면 알았기 때문에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더우면 더위를 견딜 수밖에 없다. 다만 정확한 예보가 안 되다 보니 속는 기분이고 이어서 짜증이 나고, 그 짜증을 기상청을 대상으로 몰매를 가하는 격이 되는 것이 아닐지. 혹 잘 맞히면 잘 맞힌다고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아마 잘 안 맞았으면 좋겠다는 소리를 할 것이다.

정확도를 높이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국의 책임이다. 일기예보와 현대의 생활과 산업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일기예보를 위해서 엄청난 예산을 쓸 뿐 아니라 사설 전문업체가 날씨 정보를 판매하는 제도까지 발전해 있다. 그만큼 많은 예산을 드려서 정확도를 높이려고 하는 것은 날씨가 사회, 산업, 국방, 농업, 레저에 이르기까지 중요하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정확한 날씨정보 도출해 내기 위해서 기상학도 발전해 있다. 그만큼 일기예보가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침을 맞으면서 시원해서 좋기도 했지만 기상청 직원들을 생각하면서 웃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긴 여름동안 이래저래 오보청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온갖 수모를 당했는데 이제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었다.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기상청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졌으면 좋겠다. 애 많이 썼다고 전하고 싶다.

더위 또한 은혜인 것을 지금 들녘에 익어가는 곡식을 보면 알 수 있다. 벌써 남녘에서는 벼를 벤다는 소식이 전해지니 말이다.

 

이종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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