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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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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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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7.12.>

기적

 

매일 예배당 옥상에서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5월 첫 주일부터 매주일 주일의 식탁에는 채소가 올라온다. 한 주간도 거르지 않고 풍성한 쌈채는 모두가 맛있게, 넉넉히 먹고도 남을 만큼 공급되고 있다. 그 중에도 금년에는 호박 1포기를 심어서 작년과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과연 호박이 제대로 자랄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 특별한 기대는 하지 않으면서 심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잘 자랐다. 그리고 꽃을 피웠다.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 기대 반 걱정 반 하는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속내는 다른 모양이다. 호박이 꽃을 피우면서 나는 조바심이 생겼다. 제대로 열매가 맺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아니 호박을 꼭 먹을 수 있어야 하겠다는 집념이 나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꽃이 피고 며칠이 지났다. 나는 호박덩굴을 뒤지면서 열매를 찾았다. 하지만 암꽃이 진 후에 열매는 자라지 못한 채 모두 떨어져있었다. 내심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으로 기대하지 않는 것이 맞았다는 생각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꽃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민했다. 결국 꽃이 피는 시간에 맞춰서 인공수분을 해줘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에 일찍 옥상에 올랐다.

수꽃을 따서 인공수분(꽃가루받이)을 해줬다. 높은 곳이라서인지 벌들이 찾아오지 못하는 것 같아서 결정한 일이다. 그리고 나는 중국에서의 일을 위해서 며칠 동안 옥상의 상황을 접할 수 없었다. 출국하면서 비가 오지 않으면 누군가 물을 줘야 하는데 하는 걱정만 하면서 떠났다. 결국 중국에서 전화를 해서 비가 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물을 주도록 조치를 취했다. 마음은 옥상 텃밭에 가 있지만 몸은 중국이라는 또 다른 공간에 있어야 했으니 어찌하겠는가.

그런데 사진 한 장이 전해졌다. 주일에 식사 당번인 집사님이 쌈채를 준비하기 위해서 텃밭에 올라가 상추, 치커리, 케일 등을 살피면서 먹을 만큼 준비했다고 하면서 호박을 땄다는 것이다. 커다란 호박 5개가 주방에 놓여있는 사진이었다. 호박 사진을 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출국하기 전에 수분을 시킨 호박이 며칠 사이에 그렇게 컸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라웠다. 도대체 하루에 자라는 속도가 얼마나 빠르면 며칠 사이에 그렇게 크게 자랄 수 있을까? 게다가 5개나 땄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정을 한 꽃은 모두 열매를 맺은 셈이다.

그 호박들은 우리 교회 지체들 모두와 함께 나누는 기쁨이 되었다. 지난 주일 점심에 모든 성도들이 호박찌개를 먹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호박찌개를 먹은 것이 아니다. 기적을 체험하는 것이었고, 기적의 기쁨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서 사람의 먹을거리가 되는 것은 그냥 자연적 현상이 아니다. 호박이 꽃을 피우고 불과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 자라는 속도도 기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불과 한포기의 호박 덩굴이 큼지막한 호박을 다섯 개나 키운 것이다. 그렇게 자란 호박은 모든 성도들이 한 끼의 반찬이 되어주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단순히 호박을 먹었다는 표현은 아쉽다. 우리가 호박을 먹는 순간 그것은 기적을 체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옥상의 호박덩굴을 찾았다. 대견했다. 심을 때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열린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모두에게 기쁨을 주었으니 대견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한데 이게 웬 일인가? 벌들이 호박꽃을 찾아와 있었다. 그리고 두 개의 암꽃이 꽃잎을 오므리고 있었다. 벅차리만큼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수요일 오후에 다시 호박덩굴을 찾았다. 고추와 상추밭에 물을 주기도 하고 호박의 상태를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호박은 작은 바가지만큼 크게 자라있었다. 두 개만 가지고도 주일 점심 때 모든 성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을 만큼 큰 것이다. 특별히 돌봐주는 것도 없는데 ··· 그저 물이나 주고 이번엔 인공수분도 해주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벌이 찾아와서 수분까지 해주었으니 창조의 섭리를 확인할 수 있기까지 ··· . 창조의 기적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기적이라는 말을 생명에서 찾는다면 생명이 탄생하고 자라는 것이며, 그 과정 역시 기적이다. 무엇이? 어떻게? 생명을 탄생시키는가? 그것이 단순히 자연이라고 하면 그 자연은 스스로 가능한 것인가? 이제 이번 주일부터는 고추를 먹을 수 있다. 주렁주렁 맺힌 고추를 보면서 물을 주노라면 또 하나의 기적을 체험하는 느낌이다. 고추는 굳이 벌이 없어도 열매를 맺는다. 그렇다고 수분이 안 돼도 열매를 맺는다는 말은 아니다. 풍매화(風媒花) 즉 곤충에 의한 수분이 아니라 바람에 의한 수분이 이뤄지는 꽃이라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옥상에서는 매일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하나님은 창조와 함께 하나님의 뜻과 권능을 나타내 보여주시기를 그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다고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그 기적을 믿지 않는다. 아니 그것을 기적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창조이래로 단 하루도 그 뜻을 나타내지 않은 날이 없다. 매일, 매 순간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고,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일하심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기적을 보기를 원한다면 산야(山野)에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보라. 그것들은 하나님의 뜻과 능력을 나타내고 있다. 그것은 기적이다.

이종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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