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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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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전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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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람

 

지난 주간 국가적으로 큰 사태를 경험했다. 전 세계의 이목이 극동 아시아의 작은 한반도에 집중되었다. 외신들은 금방이라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긴급뉴스로 타전을 했다. 정부에서도 긴박한 상황을 알리면서 대책을 세우느라 숨 가쁜 모습을 보였다. 정부 부처의 대변인들도 긴급한 상황인지라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남과 북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 시시각각 전해지는 가운데 군(軍)과 언론사들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소상하게 전했다.

48시간이라는 시간이 정해졌고, 그 시간을 지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한 가운데 시간은 흘렀다. 정해진 시간이 불과 서너 시간도 남지 않았을 때까지 남과 북은 어느 쪽도 양보함이 없이 충돌을 향한 일직선에 마주선 상태였다. 다음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 추측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방송사들은 평론가, 전문가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을 출연시켜서 다음 상황에 대해서 예측하는 대담을 내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정부 대변인의 발표가 속보로 전해졌다. 불과 서너 시간 정도 남은 시점에서 남북의 고위 당국자 회담이 판문점에서 있을 것이라는 발표였다. 그리고 발표한 시간에 양측의 대표가 모여서 일련의 사태의 해결을 위한 회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회담은 끝나지 않았다. 자정을 넘어서 새벽이 되어도 끝났다는 소식은 물론 어떤 내용을 의제로 한 회담인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회의는 무박 4일, 48시간이라는 긴 회담 시간의 기록을 남기면서 끝이 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북한은 일촉즉발의 전쟁의 공포를 느낄 수 있도록 위협수위를 높여갔다. 잠수함과 해상침투용 보트를 접경지역으로 이동 배치시켰다. 그런가 하면 휴전선 일대에 주력 포대를 집결시키면서 전면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준 전시상황을 강조하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포격을 가하겠다는 협박도 전해졌다.

무박 4일간 회담을 한 결과는 현 긴장상태를 상호간 합의하에 평상시 상태로 환원하는 것이었다. 4일간의 군사적 긴장을 초래했던 상황이 종료되었다. 군도 국민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긴장이 고조되면서 증권시장에서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는 현상도 있었으니 그에 따른 손해도 컸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끝났다. 정치적인 것들에 대한 해석은 입장의 차이에 따라서 다를 수 있으니 여기서 논할 일은 아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 즉 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과거에 이번 사태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면 국민들이 우왕좌왕하고, 남남갈등이 커지면서 정치권에 대해서 찬반을 주장하는 상황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어쩌면 북한은 그러한 사태가 일어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중앙통신이 전하는 뉴스에는 있지도 않은 사재기나 국외로의 탈출과 같은 허무맹랑하게 조작된 뉴스를 방영했지 않았겠는가? 그 방송 역시 역효과를 낳았다. 남한의 국민들이 그러한 뉴스를 만들어서 내보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더 확고한 입장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사태를 대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남남갈등도 없었다. 사재기나 도피하는 사람도 없었다. 언론도, 여론도 무관심하다고 할 만큼 냉소적이었다. 북한이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현상에 적지 않게 당황했던 것 같다. 외국으로 도망가고, 물건사재를 하고, 국론이 분열돼서 다투는 상황이 만들어져서 사회적 혼란이 일어났어야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젊은이들조차 “이참에 뭔가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기꺼이 자원해서 전장으로 가겠다.” 현역 군인들 가운데 제대를 앞둔 병사들이 자원해서 제대를 연기하고 전투에 임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 국민들은 더 확신을 갖고 의연하게 위기적 상황에 대처했다. 국민들도 놀라지 않고, 우왕좌왕하지 않고 평소와 같이 일상의 생활을 이어갔다.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남한이 진다는 생각이 없다. 오히려 북한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남한의 국민들이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이 되자 더 이상 긴장상태를 지속하거나 최악의 상태를 만들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합의문을 만들어내게 했다. 이것은 정치인의 역할은 별개로 하고 국민의식이 그만큼 자신이 있었고, 자신이 있었기에 의연하게 행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러한 의미에서 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의식(意識), 경제, 인격에 있어서 큰 사람이 될 때 상대를 포용할 수 있는 자신감도 생긴다. 자신감이라고 해서 상대를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긍휼히 여길 수 있고, 먼저 다가갈 수 있고, 관용할 수 있고, 때로는 더 양보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큰 사람으로 준비되어야 한다.

신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신앙인격이 준비된 사람이 되어서 직면한 상황에 대해서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을 때 조급하거나 어리석음으로 행동하지 않게 된다. 그리스도의 은혜와 사랑을 먼저 받고 깨달은 사람으로서 그것을 그대로 자신의 신앙인격으로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랬을 때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을 존중하고 나아가 존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결국 큰 사람이 이기게 된다는 교훈도 얻었다. 먼저 큰 사람이 될 때 상대를 포용할 수 있고, 그렇게 될 때 싸움을 걸어와도 싸움이 되지 않는다. 세상을 향한 그리스도인의 모습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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