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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속세상ㅣ맹꽁이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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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전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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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빗소리와 함께 반가운 소리가 들려온다. 비가 처음 내리기 시작했을 때는 들리지 않았다. 한 나절이나 쏟아진 후에 저녁이 돼서야 들리기 시작한 소리다. 녀석들의 울음소리는 밤이 깊어갈 수록 세찼다. 새벽이 돼도 그치지 않았다. 아침이 돼서야 잦아드는 듯 하더니만 멈추지 않고 종일 울었다. 지칠 법도 한데 이튿날에도 녀석들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처음에는 반가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새벽이 되도록 울음이 그치지 않으니 걱정스러웠다. 이튿날에도 멈추지 않고 울어대는 녀석들은 내 마음에 애처로움을 느끼게 하고야 말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는 아직 논이 한 배미 남아있다. 주변에 있던 논들은 모두 밭으로 형질변경을 했다. 겨우 하나 남은 작은 논이지만 천수답이다. 여름이 깊어지도록 비가 내리지 않았으니 겨우 모를 심어놓기는 했지만 논에는 물이 없었다. 주변에는 다른 습지가 없다. 하니 겨울잠을 자고 깨어나서 종족번식도 하고 먹이 활동을 해야 하는데 녀석들은 여전히 사실상 동면상태에 있던 것 아닌지? 봄이 왔으나 녀석들이 필요한 습지가 없었다. 그러니 살펴보지 못했으나 땅속에 몸을 숨긴 채 꼼짝도 않고 동면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깨어났으나 먹이활동은 하면서 종족번식은 하지 못한 상태로 적당한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릴 수 있었는지 모른다.

정말 오랜만에 비다운 비가 내렸다. 쏟아지는 비가 반갑기만 하다. 종일 내려도 더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을 보면 그동안 지속된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알 것 같다. 장마에 태풍까지 겹쳐서 올라온다는 예보에 많은 비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 내리지 않았다. 워낙 오랜 동안 가물었으니 내린 비가 그동안 메말랐던 대지를 흡족하게 적시기에는 역부족 이었나보다. 지역에 따라서는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고 하는데 홍수와 관련한 뉴스는 전해지지 않으니 말이다.

충분한 비는 아니지만 논과 밭의 작물에게는 여유를 느낄 만큼의 비가 왔다. 주변의 습지가 없으니 물이 고일 곳이 마땅치 않다. 하지만 겨우 한 배미 남은 논에 물이 찼다. 녀석들은 본능적으로 웅크리고 있던 흙속에서 박차고 나와 물 냄새를 따라 논배미에 모였다. 그리고 반가움과 생명의 환희를 느끼며 울기 시작한 것이다. 녀석들의 울음소리는 잠시도 그치지 않고 하룻밤을 새웠고 이튿날 저녁까지 계속되었다. 얼마나 울고 싶었을까? 얼마나 기다렸을까? 마음껏 울면서 기뻐하고, 짝을 찾아서 다음 세대를 이어가야 할 것인데 문제는 번식할 수 있는 습지가 없으니 그 때를 기다린 것이다. 하나 둘씩 모여든 맹꽁이들이 목을 놓아 울고 있다. 처음엔 한두 마리가 시작했는데 깊은 밤이 되어서는 합창이 됐다.

녀석들의 합창은 하룻밤을 지나면서 잠시 중창단의 소리로 들리더니 다시 합창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그치지 않고 이틀을 밤낮 울더니만 지친 모양이다. 사흘째 되는 날 밤에는 그 소리가 겨우 들리는 정도다. 웅덩이에 괴었던 물이 사라졌는지, 아니면 주어진 환경이 열악한 만큼 빨리 짝을 찾아서 종족번식의 사명을 다했기 때문인지 알 수 없다.

내 귀에는 비로 인해서 만들어진 작은 논에서 지난 이틀 동안 밤낮으로 울던 맹꽁이들의 소리가 지금도 들린다. 녀석들의 소리가 귓전에 계속해서 울리고 있다. 비가 내린 첫날밤에 들렸던 녀석들의 울음소리는 애처로웠다. 그렇게 울고 싶었지만 울 수 없었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도 없었다. 누구를 원망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녀석들은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해야 하는 입장일 뿐이다.

주변에 많았던 습지만이라도 그냥 있었으면 그렇게 서럽게 울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때를 따라서 비가 내렸다면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이 인간의 탓이다. 이제는 시세가 없어진 논 대신에 밭을 만들어야 했고, 밭으로 형질을 변경한 곳에는 얼마 지나서 창고와 농산물 보관과 유통을 위한 시설을 만들었다. 자신들의 유익을 위해서 습지공간은 비록 논일지라도 남겨두지 않았다. 더욱이 자연습지는 주변 어디에도 없으니 맹꽁이 녀석들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은 없어졌다.

게다가 금년에는 비까지 오지 않았으니 녀석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린 시간이 아니었을까? 장마철임에도 비가 오지 않는 것도 인간이 자연환경을 파괴한 때문이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모두 인간 때문에 녀석들이 겪게 되는 고통이 아니겠는가? 이래저래 맹꽁이들은 죽을 판이다. 그나마 남겨진 논배미도 언제 형질변경을 할지 모르는 일이니 그 공간마저 없어진다면 녀석들은 모두 어떻게 될는지. 어쩌면 내일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녀석들이 더 서럽게 울었는지 모른다.

너무나 흔한 것이기에 당연히 거기에 있을 것이고, 물웅덩이에 모여서 노래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녀석들이 서식하는 곳도 지극히 제한적이다. 그나마 서식할 수 있는 환경도 최악의 상태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심어주고 있는 녀석들의 울음소리가 지금도 들린다.

그러나 녀석들의 울음소리가 금년이 마지막이 될는지 모른다. 그래서 금년에 더 서럽게 울었는지 모른다. 인간의 이기적인 생각이 밉다고 목을 놓아 울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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