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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속세상ㅣ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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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전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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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의 가뭄이라는 말도 있고, 소양강댐을 만든 이래로 최악의 가뭄이라는 말도 들린다. 도시에서의 생활은 평소에 비가 오든 오지 않든 별로 관심이 없다. 어쩌면 비가 오지 않으면 활동하는데 지장이 없어서 좋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된다.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생활하는데 문제가 생길 것이 없으니 말이다. 생활용수는 수도꼭지만 틀면 언제든지 잘 나올 뿐 아니라 부족함도 없다. 최악의 가뭄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수도권에 수돗물 공급을 제한하는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있으니 실제로 가뭄에 대해서 특별한 생각을 하게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농촌의 경우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생활용수도 문제지만 절박한 것은 농작물을 재배하는데 필요한 농업용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벼를 재배하기 위한 물만이 아니다. 밭에 심어야 할 작물을 파종조차하지 못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밭에 습기가 전혀 없으니 씨앗을 심은들 발아(發芽)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농민들은 하늘만 바라보면서 발을 구르고 있다. 넓은 산자락과 등성이에 일군 밭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달리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다.

가뭄이 계속되니 뉴스시간에 보여주는 것은 바닥이 드러난 소양강댐이다. 댐을 조성하면서 사라졌던 옛 마을의 집터나 우물, 집 울에 심겨있던 대추나무가 죽은 채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면이 얼마나 가뭄이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소양강 상류지역의 가뭄이 극심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럼에도 도시에는 변함없이 수돗물이 나오고 있으니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만일 수도권의 대도시에 단 몇 시간만 물 공급이 되지 않는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전해지는 소식은 소양강 상류지역에 수일 내에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수도권에도 생활용수공급을 제한해야 한다고 한다. 급박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당장은 물이 나오는 상태이니 멀리 다른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생활용수공급이 제한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내일을 장담할 수 없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가, 요즘 내게 생긴 입버릇이 있다. “가물어서 어떻게 하나!” 보는 사람마다, 전화를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어제 비가 내렸다. 얼마나 반가웠든지 혼잣말로 열심히 응원(?)했다. ‘비야 많이 내려라.’ ‘제발 가뭄이 해갈될 만큼 내려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도착하기 까지 혼잣말은 계속됐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었다. 비가 내리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겨우 몇 방울씩 떨어지는 정도의 비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치지만 말고 밤새 그렇게라도 내려라.’ 그렇게 혼잣말로 응원을 하고서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창밖을 내다보았다. 질퍽한 도로에 차가 지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밤새 비가 왔구나! 다행이다. 얼마나 내렸을까?’

아침식사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주차장에 세워놨던 차들이 나간 자리가 뽀송했다. 밤새 비가 내린 것 같았는데 겨우 차가 있던 자리조차 적시지 못할 만큼 조금밖에 내리지 않았던 것이다. 실망이 컸다. 지난 해 봄부터 가뭄이 계속되면서 대지가 타들어가고 있는데 지난 밤 내린 비는 아스팔트를 적시지도 못한 것이다.

한 방울의 비가 이렇게 간절할 수 있는 것인지 ···. 평소에는 비가 오는 것이 귀찮고 불편했는데 ···. 오늘은 비가 오지 않는 것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니, 인간이란 것이 이렇게 간사한 존재인가. 인간의 기술로 비가 내리게 하는 연구와 시험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지만 현재까지 원하는 만큼, 비용과 환경적인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결과는 멀기만 한 것 같다. 만일 그러한 기술이 축적되었다면 이렇게 가뭄이 계속될 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텐데 비가 내리는 것은 아직도 하늘만 쳐다보아야 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것은 막대한 비용을 드려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것이거나 지하수를 개발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어떤 것도 대지 전체를 적시거나 전체의 생명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노력으로 어느 지역이나 일정한 범위 안에서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비를 마음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인간이 발전해야 할 것이 많이 있다는 생각과 함께 인간의 한계가 분명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현실에서 도시에 제한 없이 공급되는 물을 사용하면서 한 방울의 물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인간의 만용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무지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면 아쉬운 일이다. 단지 가물기 때문에 물을 아껴야 한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기회에 평소에 흔하다는 이유로 물의 귀함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온 우리의 자화상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자신의 한계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살면서 만용을 부리는 모습이 되고 말 것이다.

한 방울의 비가 이렇게 귀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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