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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속세상 | 소신과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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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전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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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지체들과 함께 1박 2일 일정으로 충남 서천을 찾았었다.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 가운데 명성을 얻고 있는 빵을 나누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청년들에게 군산에 있는 빵집에 다녀올 것을 부탁하고 바로 빵집으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종업원의 대답은 매우 단호했다. 빵이 없을 뿐 아니라 그렇게 많은 양을 팔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출발한 청년들에게 전화를 해서 돌아오라고 해야 했다. 하는 수 없이 근처에서 구할 수 있는 모싯잎떡으로 대신했다.

이번에 군산의 기독교 유적지를 답사하는 일이 있어서 간식으로 그곳의 명물인 빵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의 경험도 있고 해서 미리 예약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하루 전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 들려오는 소리는 황당한(?) 것이었다. 역시 종업원의 단호한, 그러면서도 매우 냉정한 목소리로 주말에 빵을 구입하기 원하면 5일 전에 예약이 끝나니까 최소한 5일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 어떤 방법도 없단다. 그래도 꼭 사고 싶으면 빵이 오븐에서 나오는 시간을 알려줄 테니 그 시간에 와서 줄을 서면 상황에 따라서 몇 개씩 살 수 있을지는 그때 결정된다고 하면서 빵이 나오는 시간에 직접 오란다.

그렇게 가서 기다린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양의 빵은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오븐에서 한 번 구워지는 빵의 양과 그 시간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수가 빵을 구입할 수 있는 양이 된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하나가 될 수도 있고, 혹은 두 개, 세 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한 사람이 수십 개를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니 전화로 몇 개를 살 수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지난해의 경험 때문에 이번에는 하루 전에 전화를 한 것인데 주말의 경우 수요가 많기 때문에 최소한 5일 전에 예약을 해야만 빵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했다.

결국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한 참 생각을 했지만 묘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이번에도 그 빵을 맛보는 일은 포기해야 했다. 그래도 함께 가는 분들에게 맛볼 수 있는 기회만이라도 만들고 싶었다. 하는 수 없이 군산에서 목회하는 한 제자에게 부탁을 했다. 아침 일찍 첫 번째 빵이 나오는 시간에 가서 구할 수 있는 만큼 사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으로 일단 간식거리 준비를 마무리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생각했다. 빵이라는 먹을거리 하나를 갖고도 이렇게 사업을 할 수 있다면 괜찮다는 ···. 비록 한 개에 천원 남짓한 것이지만 그 빵을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자긍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우 장사가 잘 되니까 사업장을 확장해서 종업원을 많이 두고 대량 생산을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 더 많이 수입을 올릴 수 있을 텐데 결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서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 사람의 장인이 자신이 만든 제품에 대한 품질과 맛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한도 내에서 생산을 하다가 보니 소비자들의 요청이 많지만 그것을 다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것이 빵집 사장님의 뜻이다.

단지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어떻게 하든지 브랜드를 가지고 대량 생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을 철저하게 지킨다. 더 이상 주문도 받지 않는다. 만들어주겠다고 약속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절제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보이는데 그것을 마다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 아닌가? 그럼에도 그것을 애써 부정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절제로부터 나오는 결과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보면서도 그것을 외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패하는 경우가 여기에 있다. 계산상으로 남는 것에만 집착을 하기 때문이다. 몇 개를 팔면 얼마가 남는다는 산술적인 계산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맛을 파는 사업이라면 그 맛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비록 빵을 구워서 파는 일을 하지만 자신이 만든 빵에 대한 자부심과 그 맛을 지키겠다고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빵을 굽는 일을 하는 것 자체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그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보람도 얻을 수 없다.

이러한 사실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하면 아무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보인다고 할지라도 그것에 자신의 자긍심, 혹은 자신의 소신을 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판다면 돈은 손에 쥐어진다고 할지라도 정작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보람과 자긍심은 없어질 것이다. 이렇게 빵을 만들어 파는 사람도 나름의 소신과 절제를 통해서 자신의 삶과 일을 만들어간다. 하물며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그분의 말씀에 대한 믿음으로 자신의 모습과 일과 삶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이 하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의식조차 분명하지 않은 모습으로 크리스천이라고 말만 한다면 일반인들에게 보이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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