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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속세상|뇌물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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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전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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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주간 내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한 기업 총수의 자살과 그가 남긴 메모 때문이다. 그 내용은 앞으로 조사를 통해서 밝혀지겠지만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는 것이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뇌물을 주었는지? 오랫동안 계획적이고 지속적으로 해온 일이니 궁금증이 더해진다. 게다가 그 뇌물 리스트가 실존한다는 소문이 돌 뿐 아니라 뇌물을 제공한 대상이 대부분 정치인들이라는 사실 때문에 가뜩이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에 심각할 만큼 충격을 주고 있다. 아마 그의 죽음보다도 정치권에 미치는 불신이 더 큰 문제로 대두되는 양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기업현황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과 지식이 없는 사람이니 잘 모르지만 그가 회장으로 있는 기업을 대기업이라고 생각했고, 나름 장학재단을 통해서 사회적 기여도가 높다는 인식도 있었는데 총수의 자살과 함께 불거진 실망과 분노는 이제 남은 자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평소에 그를 알던 사람들도 생각이 나뉜다. 저마다 자신이 경험하고 처한 상황에 따라서 긍정과 부정으로 나뉜다. 어디 그 뿐인가? 정치권은 그와 일면식도 없다는 관계의 부정과 단절을 극단적인 용어까지 써가면서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가 뿌리는 돈을 필요로 할 때는 서로가 줄을 대고 섰던 사람들조차도 철저하게 꼬리를 자르고 있다.

그런가하면 그동안 나돌던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사실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게 되니 사람들은 이때를 놓칠 수 없다는 듯 몰려들어서 돈의 행방을 찾고 있다. 그의 돈을 받은 사람들이 누군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결국 관심은 돈이 간 곳일 뿐 아닐까. 그러니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한 개인의 죽음을 아파하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그것이 가져다주는 충격에 온 나라가 침통해진다는 사실에 더 아프다. 그의 삶에 대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비판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죽음을 선택한 그에게 돌을 던지고 있는 그들은 누구인가? 그의 돈을 필요로 했던 이들이 아닌가?

이제 문제는 그가 남긴 메모들이다. 그가 죽음의 길을 택하면서 남긴 메모와 수첩들에는 그동안 후원(?)했던 사람들의 명단과 돈의 액수가 기록되어있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들의 이목은 그 수첩에 누가 얼마나 받았는가 하는 것에 집중되어있다. 이 수첩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보이는 태도가 어쩌면 그렇게 달라지는지 ···. 자신은 그 사람과 일면식도 없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하면 그런 일이 있다면 자신의 생명도 걸겠다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하루도 못가서 그와 함께했을 뿐 아니라 특별한 관계였다는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일면식도 없는 것이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이 함께 했다는 것도 통신기록과 사진이나 영상까지도 확인되고 있다. 그러한 일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이미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나 이제는 없다고 일면식도 없다고 한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평소에는 그의 돈을 필요로 했던 사람들이었지만 그의 죽음 앞에서 그는 더 이상 알지 못하는 사람이고, 알아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다. 결국 필요에 의해서 함께했던 관계이기에 그의 죽음과 함께 밝혀지는 사실들 앞에서 결코 모르는 사람이고 싶은 게다. 이미 죽음의 길을 간 사람도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투자(?)했던 대상들이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려는 현실을 알게 되었을 때 하소연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리라. 해서 마지막 죽음을 선택하기 직전까지도 나름 자신이 공을 들였던 힘 있는 사람들을 사람들에게 읍소를 했다는 정황이 밝혀지고 있으니 그 스스로가 얼마나 참담한 현실을 느꼈을까?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이 그 길을 선택한 것 아닐까.

뇌물은 지름길을 수 있으나 사실은 몰락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뇌물은 일방의 문제가 아니다. 뇌물이 움직이는 사회, 기업, 관계라면 더 이상 미래가 없다. 뇌물은 언제나 정도(正道)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땀을 흘리는 과정을 원하지 않는다. 또한 정도로 가려는 사람들의 사기를 여지없이 꺾어놓는다. 언제나 다 된밥에 슬그머니 숟가락을 올려놓기를 원한다. 사람의 관계도 언제나 필요하거나 유리할 때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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