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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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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가을이면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겨울 동안 먹을 식량을 준비하는 것은 가을날에 큰일이었다. 냉장고와 함께 저장 기술이 발달하였다지만 과거에 하던 방법을 넘어설 수는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게다. 다만 과거에는 자연적인 방법밖에는 없었기에 자연 그대로를 이용해서 겨울나기 준비를 했다. 하나 지금은 전기와 전자기술을 이용해서 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이 조금 나아졌을 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것은 과거에 하던 방법을 토대로 할 수밖에 없음은 어쩔 수 없으니 어찌하겠는가.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서 겨울나기 준비는 추수와 김장이 기본이다. 가을걷이를 하여 겨울식량을 준비하느라 짧아지는 낮의 길이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분주해야 했다. 새벽부터 타작마당에는 장작불을 지펴놓고 얼은 손을 녹여가면서 탈곡을 위해 법석을 떨어야 했다. 새벽부터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도록 일을 끝내지 못하면 등불조차 밝히지 못한 채 캄캄한 저녁시간까지 마무리를 하느라 숨쉬기조차 힘겨운 것이 가을이었다.

요즘 김장은 소꿉장난하는 정도라고 할 만큼 조금밖에는 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김치를 반(半)식량으로 여겼기 때문에 김장은 식구 수와 그 집에 경제적인 능력과 비례해서 엄청나게 많은 양을 담아야 했다. 가족도 많았지만 기본적으로 겨우내 김치 외에는 먹을 수 있는 것이 달리 없었기에 김장은 식량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김치를 해도 겨울나기가 힘든 집들이 많았다. 해서 이듬해 이른 봄이면 묵은 김치를 내다 파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처럼 겨울나기를 위한 갈무리는 김장이 전부가 아니었다. 아이들은 얼마나 많았는가. 어머니들의 손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누구를 위해 어머니들이 그렇게 일해야 했는지. 결코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면 그렇게 일하지 못했을 터인데 말이다. 어머니들의 손길은 한 겨울 온 가족들이 따뜻하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헌신이었다. 참 힘겨운 인생살이였지만 누구에게도 말 한 마디 못한 채 자신의 도리만을 다하려 했다. 어머니들의 갈무리하던 모습이 귀했다는 것을 이제야 돌아볼 수 있음은 겨우 철이 드는 나이가 됐기 때문인지 ···.

하나 모든 것이 풍요로워진 오늘에 갈무리하는 일이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는지 모른다. 언제고 마트에 가면 한 겨울에도 채소가 있고, 김치도 원하는 대로 구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해서인가, 무엇이든 넉넉하게 갈무리할 수 있으면 아무리 힘이 들어도 기뻐하셨던 어머니들의 모습이 아주 먼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먹을거리가 절대 부족했던 시대의 어머니들은 몸이 힘든 것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든지 가족들이 겨우내 걱정하지 않고 넉넉히 먹을 수 있게 준비할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의 몸은 부서저도 날밤을 새워가면서도 일을 해냈다

가을이 깊어가는 날이 되면 어머니들이 겨울을 위해서 갈무리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요즘 도시에서 하는 김장이라는 것이 과거에 비하면 일도 아니지만 버거워하기는 매양인 듯하다. 그러나 비록 하는 양은 많이 적어졌지만 가족들을 위해서 김장을 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다르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힘들고 어려웠어도 가족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을 준비하는 마음의 기쁨도 같은 것이리라.

아무리 힘들었던 세월에도 가족들을 위해서 갈무리하던 어머니의 모습엔 기쁨이 가득했던 것처럼 김장을 하면서 그것에 담긴 하나님의 은혜도 함께 갈무리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김장을 해야 하는 것처럼 추워지는 날이지만 심령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를 함께 갈무리할 수 있다면 아무리 추운 겨울이 온다 해도 늘 감사한 날이 아닐까.

풍요로워진 만큼 김장도 귀찮은 일이 되었다면 갈무리하는 기쁨은 누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작은 것에 담겨진 하나님의 은혜를 확인할 수 있고, 그것을 갈무리하는 기쁨을 누리를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신앙의 기쁨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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