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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의 고민 V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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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석우 선교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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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우 선교사

아이가 가진 본래의 성격과 어릴 때부터 받아온 ‘거절당함’의 상처로 인해 삐뚤어진 ‘웬’마음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필자에 대한 그 아이의 태도에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었고, 필자를 아버지로서인지, 한 남자로서인지 아니면 그저 자기에게 잘해 주는 한 사람으로서인지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채 필자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았다. ‘웬’에게는 사람들 모두가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였다. 자기 아버지는 마약을 하면서 가정을 내팽개치고 살던 사람이었고, 아버지가 죽자 엄마는 다른 남자를 찾아 살면서 자기에게는 관심도 주지 않는 여자라고 웬이 언젠가 필자에게 말했었다. 그런 아이가 양아버지라는 필자를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필자에게 응석을 부려보기도 하고, 일부러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 억지떼를 쓰기도 하고, 때로는 인사도 안하고 얼굴을 돌리고 지나치는 등 필자를 화나고 짜증스럽게 함으로써 필자가 정말로 자기를 사랑하는 지를 확인해 보려고 하였다.
그 과정을 넘어서 필자가 정말 자기에게 사랑을 가지고 돌보려고 한다고 믿어지기 시작할 때는 또 다른 엉뚱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 생각과 행동은 꼭 서너살 어린아이 같았다. 아이는 자기가 딸이라면 오직 자기만 필자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착각을 하였다. 때로 필자가 여러 사람과 심방을 하려고 차를 운전할 때, 자기가 꼭 필자의 조수석에 앉으려 하였고, 다른 사람이 눈치없게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밖에서 서성이다가 토라져서 자기방으로 들어가 버리기고 하고, 필자가 다른 아이들에게 잘해주면 ‘왜 그 아이에게 친절하냐?’고 투정을 부리고, 삐져서(?) 말도 안하는가 하면, 늦은 밤에 필자에게 전화를 해서 ‘자기가 내 딸이냐?’ 따져 묻곤 하면서 필자를 피곤하게 한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필자도 서서히 그 아이에게 지치고 화가나기 시작하면서, 혼내주겠다고 겁을 주기도 하고, 손바닥 때리는 벌을 주기도 했지만, 며칠 좋다가 옛 버릇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면서 필자가 그 아이를 위한 노력이 헛수고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어느 날 필자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그러려면 네 멋대로 해!” 라고 소리를 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다음날 아이의 눈이 퉁퉁 부어 있었고 행동이 이상스러웠다. 필자의 말에 아주 심한 상처를 받은 것이 분명했다. 필자는 ‘저러다가 혹시 자살이라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어서 웬을 불러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웬은 필자의 말에 고분고분 따랐고, 한참 대화 후에 마음이 풀어지자 웬은 한 가지 부탁하였다. “아빠, 다음부터는 제가 말을 안들으면 때릴지언 정 ‘네 멋대로 해’ 하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웬의 말을 듣는 순간 필자의 마음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필자가 그 아이의 가장 아픈 상처를 건드린 것은 사실이었지만 다행히 약간의 약효는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웬은 일주일이 멀다하고 예전의 태도로 돌아가곤 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웬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어른스러워지고 있음을 눈으로 보고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온전한 성인 목회자로 설 것을 믿고 있다.
하지만 ‘그 아이에 대해 필자는 정말 어떤 마음인가?’ 스스로에게 물을 때마다 ‘그 아이로 인해 창피를 당해선 안된다’는 이기적인 속마음이 마음 한 구석에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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