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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의 고민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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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석우 선교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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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우 선교사

선교사에게 제일 중요한 관심사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자기의 사역을 얼마나 잘 하느냐?’ 하는 것이다. 누구나 다 사역을 열심히 하려고 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하겠지만 사역을 잘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교회를 개척했다면 일 년 안에 한 백 명 교인이 모이고, 신학교를 한다면 적어도 수십 명이 되는 학생들이 다 좋은 사역자로 키워질 것 같지만 고생고생해도 예상한 만큼 결과가 나타나주지 않을 때 선교사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태국 선교사로서 15년을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니 첫 텀 6년은 언어 때문에 너무 고민했었다. 완벽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필자로서는 견디기 매우 힘든 기간이었다. 마음먹은 대로 태국어가 잘 되지 않고 설교는 해야 하는데 설교를 듣는 청중들의 표정에서 어리둥절해 하는 듯한 표정을 볼 때면 한 순간에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밀려와서 설교를 망쳐버린 일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한 경험은 지금도 가끔씩 경험하고 있으니 언어 문제는 참으로 평생 숙제이고 문제가 될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얼굴이 좀 두꺼워져서 좀 틀린 게 느껴져도 예전처럼 그렇게 부끄러워하거나 떨지 않는다는 게 좀 편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언어는 필자에게 있어서 아직도 큰 고민거리다.
교회에서 설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필자에게는 평소에 잘 쓰지 않는 특별한 용어들과 새로운 신학용어들 때문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잠시 잠깐이면 갑작스럽게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는 전체 강의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그런 기억이 있다. 졸업식 통역을 하는데 갑자기 단어 하나에 막혀서 애를 먹은 적이 있다. 특별히 모세 오경 가운데 성막이라든가 식물 이름 등, 평소에 잘쓰지 않는 단어들은 잘 기억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태국어로 번역된 인명들은 한국 이름이나 영어 이름과 발음이 전혀 달라서 실수가기 십상이다.
언어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언어는 도구에 불과하다. 선교사의 사역은 결국은 열매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닌가. 아무리 태국말을 잘해도 사역에서 결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으면 헛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수고가 당대에 결과가 나타나지 않고 나중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만 당사자는 자신이 계획한 사역의 결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지 않겠는가. 필자처럼 교회를 개척하고 목양하고 있는 경우에, 누구나 다 그렇듯이 교인수에 연연하게 된다. 필자도 그것이 고민 중에 일호이다. 신학교 사역은 당장 결과가 나타나는 사역이 아니라 함께 가르치는 교수들과 또 가르친 학생들을 통해서 나타나는 것이니 한 과정 너머의 일이어서 긴장감이 덜하다. 그러나 교회 사역은 바로 필자가 직접 설교하고 심방하며 돌보는 일이니 다른 무엇보다도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게 되고, 교인수를 늘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고민만 가지고도 안 되고 때로는 열심히 뛰는 데도 열매는 생각대로 맺어주지 않으니 이 일이 날마다 무거운 짐이 되어 필자의 가슴을 누르고 있다. 이 일은 어쨌든 포기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함께 일하는 태국 교역자들이 필자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필자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으니 답답하다. 아니 그들은 따라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교역자의 사역에 대해 아직 잘 모르고 있으니 그것이 더 고민이다. 그래서 날마다 교역자 훈련에 매달리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다. 그러나 고민만 할 수는 없다. 어떻든지 고민이 고민에서 끝나지 않고 좋은 사역의 결과가 나타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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