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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가 CEO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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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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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성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이다. 1990년대 말 부터는 목회의 패턴이 어떤 프로그램을 도입하느냐에 따라서 신앙이나 교파에 관계없이 달라지는 현상이 뚜렷하게 보인다. 따라서 목회란 어떤 프로그램으로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가능해질 만큼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한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으면 마치 목회에 뒤떨어진 목회자처럼 간주되는 분위기도 있다.
이러한 정도이다 보니 목회자들은 자신에게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는 현상도 나타난다. 그렇게 찾은 프로그램이 자신의 목회방법으로 생각해서 일단 도입해서 적용을 한다. 목회는 그 프로그램에 적용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진행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목회를 하고 있는 한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신자들 관리가 참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해서 주변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적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한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목회에 대한 개념을 교회경영이라는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근자에 와서는 프로그램으로 목회를 대신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목회를 경영과 프로그램 적용으로 한계를 짓는다면 진정한 목회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목회는 목사가 신자들과의 관계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고, 지체들을 섬기면서 이끌어가는 관계를 지속해가는 삶이기 때문이다. 단지 한 교회를 경영하는 CEO가 아니라는 의미다. 어떤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적용하여 신자들이 그 프로그램 안에서 잘 적응하는 것을 만족하는 기술자가 아니라는 의미다.
신자들과 신앙을 공유하고, 그 신앙의 이상을 구현하도록 함께 기도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신자들이 지도자를 신뢰하고 따르는 가운데 삶의 여정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목회자와 신자는 같은 지역교회(local church)라고 하는 제한 된 곳의 지체들과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는”(골1:28) 삶을 사는 것이다. 이것이 목회인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목회는 단지 무엇인가를 해서 많은 것을 남기고 나타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정작 목회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지체들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면서 하나님의 뜻을 가르치고 동시에 그 말씀을 이루는 삶을 사는 것이다.
물론 교회가 해야 하는 본분으로서의 역할과 일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교회의 본분으로서 감당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회를 사회적 기업을 경영하는 개념에서 생각한다면 그 목회는 목회자를 위한 일에 제한되고 말 것이다. 목회는 목회자 개인을 위한 일 이 아니다. 그것은 교회적인 일로써 목회자의 일이다. 때문에 목회를 개인의 일로써 여긴다면 목회자는 충분히 CEO이어야 한다. 하지만 목회자는 그 직무가 교회(회중)와 함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단지 CEO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언제부터인가 목회자의 의식 가운데 CEO라는 의식이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때문에 목회자는 경영에 성공하기 위해서 갖가지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도입해서 신자들로 하여금 그 안에 적용시켜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훌륭한 목회자로 여긴다. 즉 목회자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해서 신자들을 그 프로그램을 따라서 조련하는 기술자로 여긴다. 그리고 얼마나 탁월한 기술을 가졌는가에 따라서 훌륭한 목회자로 인정을 받는다. 또한 목회자 자신은 그러한 사람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이러한 상황이 현실일 때 목회자는 성공한 지도자이기 위해서라도 경영의 귀재가 되든지 아니면 탁월한 프로그램을 찾아내고 적용하는 기술자이어야 한다. 그리고 성공한 목회자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마음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우선 외적인 모습이 다르다. 목회자로서 신실한 모습이기 보다는 성공한 CEO의 모습이다. 결코 CEO들과 다르지 않은 그러한 모습으로 서로를 견준다. 목회자 사회에서는 그것을 부러워한다. 그렇다면 신자들은 무엇인가? 목회자가 CEO로서 성공한 모습을 만들어주기 위한 사원들에 지나지 않는가?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결코 원하는 표현이 아님에도 현실을 담아낼 수 있는 용어가 마땅치 않을 뿐이다.
이것은 목회자로서의 리더십과는 다른 문제이다. 분명히 한 공동체의 지도자라고 하면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굳이 목회자에게 있어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하나님의 말씀 되도록 하는 자세로 자신의 삶을 살면서 그 말씀의 권위를 신자들에게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목회자가 가르치는 그 말씀의 권위 앞에 신자들이 순복하게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서로의 삶을 존중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공유하는 가운데 서로를 섬기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한데, 언제부터인가 만연되고 있는 한국교회의 목회자상에 CEO처럼 보인다는 것은 많은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목회자들이 더 이상 세상의 흉내를 내면서 자신을 만족하려는 모습은 떨쳐버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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