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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과의 전쟁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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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석우 선교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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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개월이 지나는 동안 ‘웬’은 너무 잘라진 모습을 보이며 교회 사역과 학교에 적응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아직은 나이가 든 다른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는 편이지만 공부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고, 교회에서는 제법 여전도사 티를 내면서 전화 심방을 하고 자기가 맡은 셀그룹 회원들을 돌보려고 힘쓰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여전히 ‘웬’과의 전쟁에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아직도 자기만 알아달라고 어리광 비슷한 투정을 하기도 하고 자기 맘대로 되지 않을 때는 뿌루퉁하거나 성난 표정을 하고 있어서 주위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전체 분위기를 깰 때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에 있었던 청년부 수련회에서도 그랬다. 금요일 오후에 함께 심방을 잘 마치고 교회에 들어오면서 자기는 청년회 수련회에 가지 않고 토요일 종일 청소도 하고 주일을 준비하게 해달라고 몇 번 부탁하더니, 마지막에는 “그럼 아빠가 밤에 내려올 때 자기도 같이 내려올께요” 라고 조르는 것을 “안 된다”고 거절하였다. 그랬더니 갑자기 표정이 바뀌면서 자기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수련회에 참석하기는 했지만 준비해 오라는 담요도 준비하지 않고 성경만 가지고 갔고, 저녁 시간 내내 어두운 표정을 하고는 다른 사람들과 말도 안하는 등 수련회 분위기를 깨고 있었다.
다행히 다음날 내려왔을 때는 표정이 아주 밝아져서 내려왔다. 내려와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청소도 하고, 밤늦게까지 주보도 만들면서 안정된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표정을 보니 필자가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밤늦게 주보를 만들면서도 ‘웬’이 나름대로 자기 통제를 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전에도 몇 번 말 한 것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였다. “아빠! 그거 알아요? 내가 지금 아빠가 말씀하신대로 ‘순종’하려고 무진 애쓰고 있다는거요.” 필자는 ‘웬’의 이 말에 정말 많은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 ‘울며 씨를 뿌리는 자가 나중에 열매를 거두게 되리라’ 한 말씀이 이런 것이지 하면서 말이다.

‘웬’의 이야기는 아빠, 엄마의 돌봄과 훈육을 제대로 받고 자라지 못한 태국의 수 많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비슷비슷한 현상의 좋은 예이다. ‘웬’이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 다루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태국 아이들이 그렇다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니다. 감사한 것은 ‘웬’은 그래도 어릴 때부터 교회의 가르침을 잘 배웠다는 것이다. 시골에서 ‘랏’ 전도사님의 지도를 잘 받았고, 필자가 맡겼던 한인 집사님 댁에서도 좋은 것을 배웠고, 쑥가셈교회 기숙사에 오래 있으면서 훈련된 부분도 있었고, 하나님께서 준비해 두신 필자와 같은 양아버지를 만날 수도 있었기에 그 아이의 재능과 은사들이 나타날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필자에게 여력이 더 있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웬’과 같은 아이들을 좀 더 키웠으면 좋겠다. 양아버지래야 필자가 한 부분은 별로 없다. 다만 아버지가 되어주기로 했으니 약속한 것을 지키려고 작은 노력을 했을 뿐이다. 모쪼록 ‘웬’이 좋은 모델이 되어주기를 계속 기도하면서.... ‘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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