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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지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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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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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나물> 낮선 이름이다. 하지만 봄날 가까운 야산 양지바른 곳에 오롯이 피어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귀한 우리 꽃이다. 큰 모양새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게다가 그 이름마저 생소하니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
비록 낮은 키 때문에 사람들에게 성큼 다가서지는 못하지만 몸집에 비해 큰 꽃을 가지고 있으니 관심만 가지면 쉽게 만날 수 있는 녀석이기도 하다. 꼭꼭 숨어있는 성질도 아니다. 햇볕을 유난히 좋아하는 녀석인지라 양지바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무리지어 있기를 좋아하기에 무심코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녀석들이 뽐내고 있는 아름다운 자태를 만날 수 있다.
녀석은 잎과 짧은 줄기에 뽀송한 솜털을 예쁘게 치장하고 있다.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솜털을 많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녀석이다. 우리나라 식물들 가운데 솜털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보기 힘든 것도 아니다. 흔히 알고 있는 에델바이스(Edelweiss)는 우리나라 <솜다리>와 매우 흡사하다. 다만 여름에 줄기 끝에 작은 꽃을 피우는 것이 조금 다를 뿐. <솜다리>는 꽃잎까지 솜털로 치장하고 있다. 그에 비해서 <솜나물>은 꽃잎은 일반 꽃과 같다. 그리고 꽃대에 뽀송한 솜털을 달고 있다.
녀석의 솜털이 숲 사이로 내리는 햇살에 청순하고 순결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우연치 않게 녀석을 발견한 길손들이 발걸음을 멈추고는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발길을 옮기려 하지 않는다. 나뭇잎 사이로 내리는 햇살에 청순한 자태를 드러낸 것을 보는 순간 설렘이 녀석으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기 때문이리라. 비록 몸집은 작지만 청순하고 풋풋한 자태는 봄날을 더 아름답게 한다. 다소곳한 모습으로 지나는 길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하지만 길손들의 발걸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곁눈조차 주지 않고 무엇 때문인지 앞으로만 간다. 시간을 내어 봄을 맞으려 나왔을 터이련만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 보인다. 쉼마저 일등하기를 원하기 는 것인지 열심히 앞으로 내닫기만 한다. 그런가 하면 일행과 수다에 몰입하여 주변이 뵈지 않는 것일까. 깔깔호호, 자지러지는 웃음소리만 요란한 것이. 봄나들이에 뜻을 같이한 이들이 삼삼오오 호숫가 산책로를 걷는다. 하지만 무엇엔가 홀린 듯 녀석에겐 관심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건만 수줍은 듯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는 솜나물에겐 눈길을 주는 사람이 없다. 지나는 길에 힐끗 눈길 한 번 주더라도 녀석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으련만 예까지 나왔으나 그만한 여유가 없는 것일까. 특별한 곳에 숨어있는 것도 아니고 산책로 양지바른 곳에 오롯이 자리하고 있는 녀석들은 길손들의 눈도장이라도 받기를 원하건만 지나는 사람들은 무심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크고 화려한 것에 쉽게 눈길을 빼앗긴다. 그래서인가, 봄이 오는 날이면 봄맞이를 간다고 야단들이다. 특별히 진달래와 벚꽃을 찾아나선다. 멀리 진해로, 경주로, 하동으로, 경포로, 그리고 강화로 북적거리며 몰려간다. 모두 같은 마음 때문일까. 사람들이 몰려가는 곳이 같으니 말이다. 그렇게 찾은 곳이련만 정작 인파 때문에 찾아간 목적은 뒷전이고 무엇을 먹을지, 2차는 때문인지 정작 찾아간 꽃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혹여 그것은 인증사진으로 족한 것일까.
그러니 어디 작디작은 꽃들에게 눈길이나마 줄 수 있을까. 봄을 맞으러 갔건만 정녕 봄은 안중에 없고 서로의 욕구를 찾을 뿐이다. 저마다 내뱉는 말에 깔깔호호 하는 소리만 남길 뿐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조차 없는 게다. 지나는 사람에게 배려할 수 있는 여유도 없다.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욕구를 내뱉을 뿐이다. 그마저 시간을 낼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련만 그들의 눈길엔 낮은 곳에 찾아온 봄은 보이지 않는 게다.
봄날은 그리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는 겨우 세 치도 안 되는 솜나물과 함께 와있다. 무심코 지난다면 눈에 띄지도 않을 만큼 낮은 키의 솜나물이지만 녀석은 봄을 가득 이고 있다. 천성이 나대지 못하는 녀석은 지나는 길손을 불러 세우지 못한다. 그 탓에 녀석은 쓸쓸하기까지 한 몰골로 지나는 봄날을 보내고 있다. 이제 곧 물러갈 때가 되려나, 바람이 심상치 않다. 반소매 옷을 입어야 할 만큼 더운 날씨에 솜나물은 고개를 떨군다.

봄의 전령들은 크고 화려한 꽃들이 아니다. 그들 보다 한걸음 빨리 찾아온 녀석들이 진정한 전령이다. 그리고 허리를 굽히고 엎드려 다가가야 만날 수 있는 아주 작은 풀꽃들이다. 노루귀, 산자고, 변산바람꽃, 별꽃, 봄까치꽃, 현호색, 꽃다지, 얼레지, 그리고 흔한 민들레까지, 크지 않기에 무심하게 지나치는 녀석들이지만 봄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전령들이다.
봄이 지나는 길목, 솜나물의 작은 꽃잎이 무심히 지내온 날들을 돌아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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