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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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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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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과거에는 농부들이 봄을 기다렸고,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겨울에 채소와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사람들은 봄이 오기를 기다렸다. 모든 것이 넉넉하지 못했던 시대에는 봄이 오는 것 자체가 한시름 놓을 수 있는 것이기에 저마다 봄을 기다렸다.
그런데 요즘, 봄을 특별히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손꼽아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산야초의 꽃을 사진에 담기 원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야생화를 사진에 담기 위해서 겨울이 어서 지나고 봄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서 여가를 보람과 함께 자기 성취감까지 맛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산야초의 꽃을 사진에 담는다.
이른 봄이라고 하기 보다는 아직 겨울이 남아있는, 그래서 겨울 끝자락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들은 2월이면 벌써 들로 산으로 꽃을 찾아 나선다. 그들이 찾는 꽃은 개나리나 진달래처럼 화려한 꽃들과는 달리 숨은 곳에서 남모르게 피는 꽃들이다. 가장 이른 봄에 수줍은 듯 몰래 숨어서 피는 꽃들은 대부분 진정한 전령들이다. 하니, 꽃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은 저마다 설렘을 가지고 있다.
가냘프기 그지없는 작은 생명들이 동토(凍土)를 뚫고 나오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나 녀석들은 겨울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삭풍을 마다하지 않는다. 모두가 잔뜩 움츠리고 있을 때인 겨울의 끝자락에 녀석들은 오롯이, 그리고 고고하게 자태를 드러낸다. 수줍은 듯, 때로는 보란 듯 자신만의 멋진 꽃을 피운다. 사람들은 그런 꽃에 매료되어 해빙이 되자마자 녀석들을 찾아나서는 것이리라.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스스로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의지가 더 강하게 보이는 녀석들이다. 외진 곳,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 그늘진 곳, 그런 곳을 좋아하는 이유가 특별히 있는 것일까. 녀석들은 그런 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는 곳에 있어봤자 어차피 주목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해서인지도 모른다. 해서인가, 녀석들은 외로운 곳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들만의 때를 따라 의연하게 꽃을 피운다.
그러나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그냥 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겨울의 모진 고통을 이겨내야만 꽃을 피울 수 있다. 겨울의 추위를 지나면서 꽃을 피울 수 있는 상태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겨울을 나지 않는 녀석은 결코 꽃을 피우지 못한다. 작은 산야초들이 이른 봄,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야만 한다. 가냘프기 그지없는 녀석들이지만 온몸으로 겨울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이겨야만 꽃을 피울 수 있기에 더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 그냥 피는 것 같지만 녀석들의 겨울나기를 통해서 저온처리과정을 온 몸으로 견뎌야만 꽃을 피울 수 있는 꽃눈(花芽)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희생이 없이는 열매를 얻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한다.

복음은 사람들에게 영원한 소망과 기쁨을 보장한다. 하지만 복음이 우리에게 복음일 수 있었던 것은 그냥 된 것이 아니다. 예수님이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한 희생의 제물이 되는 고통을 담당하심으로 복음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복음은 어디서 뚝 떨어진 공짜가 아니다. 그 복음이 인간에게 영원한 복음일 수 있기 위해서 대신 감당하신 희생과 고통이 없이는 결코 복음일 수 없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는 사람만이 복음에 대한 기쁨과 감격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한 의식이 없다면 복음의 가치는 하찮은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마치 산야초의 작은 꽃들이 그냥 피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른 봄날 산야초의 꽃을 찾아 나선 이들은 그것을 알기 때문에 고마워한다. 동시에 녀석들이 피운 꽃을 보면서 감격한다. 그렇게 추운 곳에서 고고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웠는지 눈물겹도록 고마워한다. 해서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들로 산으로 꽃을 찾아 헤매기를 자처한다.
사람들이 겨울 끝자락에 제일 먼저 피는 산야초의 꽃들을 찾아나서는 그 즈음이면 주님이 당하신 고난을 생각하게 된다.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사람들에게 기쁨과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게 하는 산야초의 꽃들처럼 절망과 갈급함에 지쳐있는 생명들에게 영원한 소망과 기쁨을 체험하고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생명의 꽃이 되어주신 주님을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을 형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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