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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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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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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녘에 겨울비가 내렸다. 그리고 아침엔 보슬비가 되어 내리고 있다. 아침에 신학대학원으로 출근하면서 차창 유리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오랜만이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사돈이 자기 집에 돌아가지 않고 오래 머무르자 “사돈 가시기 좋으라고 가랑비가 내립니다.” 했더니 “웬걸요. 더 있으라고 이슬비가 내리는 걸요.” 했다는 유머스런 옛날이야기를 떠올리며, 오늘 아침 이 비는 내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보배로운 보슬비’라고 생각하면서 분위기를 즐겼다.

사실 태국에서는 겨울비가 내리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본래 우기에 비가 심하게 내리고
혹서기에는 간간이 비가 오지만 겨울에는 전혀 비가 내리지 않던 날씨가 최근 들어 많이 변하고 있다. 한 주 전에도, 그 한 주 전에도 조금씩 비가 내렸었다. 이러다 보면 한국의 가을 날씨와 비슷해지고 겨울비라는 말이 낳선 말이 아닐 때가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태국에 13년 째 살고 있다. 그런데도 생각과 습관은 여전히 한국적이다. 언젠가 선배 선교사 한 분으로부터 필자의 생각이 태국에 상황화되지 않았다고 핀잔을 들은 적도 있지만 아직도 한국에서 배우고 익힌 옛 습관들이 그대로 있다. 그렇다고 필자가 태국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태국 사람들을 나와는 다른 사람으로 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아직 어릴 때 자라면서 습관되어 온 한국의 여러 가지 것들이 좋고 어쩌면 앞으로도 바로 그런 모습들을 그대로 유지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변치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니, 어쩌면 내 스스로가 변하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필자는 한국에서 자랐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해서 교회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신앙인으로 컸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나 기독교인으로서 내가 길들여 왔던 습관들은 어딜 가나 변치 않아야 된다고 믿는다. 어쩌면 한국 선교사들이 가는 곳에서 새벽기도가 중요한 신앙인의 일상적인 일처럼 여겨서 그곳에 새벽기도 운동을 일으키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그 선배에게 필자가 대꾸했던 것처럼 만약 내가 태국인처럼 되면 내가 저 사람들에게 무슨 필요가 있을까에 대해 스스로 답하면서 어쩌면 나는 나대로의 신앙적인 모습, 신앙 훈련 받은 그것들을 지키는 것이 이곳에서 선교사로 일할 수 있는 가장 합당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를 즐기는 것은 어쩌면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그 덕분에 내가 이곳에서 살고 태국 사람들과 일하면서 저들의 삶이 잘 바뀌지 않는 것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 받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그대로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만약 태국의 날씨가 바뀌듯 태국 사람들의 성품이 바뀌어서 겨울의 추위를 대비할 줄 알고, 비가 내릴 때 열심히 일할 줄 아는 사람들로 바뀌고 다른 사람에게 필요할 때 내려주는 비와 같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보슬비와 같이 일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우리의 선교 사역의 열매도 그만큼 커지지 않을까 하는 소망스런 생각을 갖게 된다. 보슬비처럼 조금씩 내리지만 끝내는 그 사람을 다 젖게 만드는 그런 신앙인들이 되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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