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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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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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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

이제 학생들의 방학도 시작되었다. 장마가 늦어서 본격적인 더위에 대한 긴장감을 느끼면서 휴가철을 맞는다. 지난해에 비하면 아직 더위라고 할 것은 못되지만 벌써부터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고 있다. 장마도, 더위도 과거와 같이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지적인 폭우와 폭염이 잦은 터라 긴장이 더 하는 것도 사실이다. 기성세대의 경험으로 몸에 배어있는 여름은 대부분 8월 15일이 기준이다. 아무리 더워도 그날이 지나면 적어도 잠은 편하게 잘 수 있을 만큼 밤 기온이 내려간다는 경험 때문이다. 하지만 근년의 날씨는 정말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오죽하면 기상청을 비판하는 글들을 보면 기상청은 날씨를 예보하는 것이 아니라 중계방송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번 주간부터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 될 것인데 아무런 생각이 없다. 사실 지난 4~5년 동안은 여름휴가라는 이름으로 준비해서 다녀온 바가 없기에 무뎌졌는지, 딱히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하는 생각조차 없다. 하지만 때가 되면 휴가는 필요하다. 쉼과 회복이 없는 삶은 힘이 들뿐 아니라 삶의 의미를 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해결해야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일만을 해야 했던 그 시대에 휴가는 그 자체가 사치로 여겼다. 휴가란 배가 부른 사람들의 것이지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사치라고만 여겼던 것이다. 정부의 정책도 그랬다. 그래서 휴가를 가는 것은 철없는 청소년들의 일탈이나 돈 많은 사람들의 사치로 여기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국민에게 휴가는 당연하다. 그렇다고 강요하거나 꼭 휴가를 어디론가 다녀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든, 아니면 자신만의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으니 장소나 방식과 관계없이 의미있게 보내면 된다. 꼭 정형화된 어떤 일정이나 장소나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휴가는 자신만의 시간, 목적, 의미화를 전제로 선택하면 된다. 다만 그것 자체로 지치거나 힘에 겨워져서는 안 될 일이다. 또한 휴가 자체가 경쟁이어서도 안 된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자신만의 목적을 전제로 주어진 시간을 활용할 수 있으면 된다. 휴가마저 경쟁으로 생각한다면, 이미 그것은 이미 휴가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휴가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휴가는 쉼이어야 한다. 그 쉼은 일과 시간의 쫓김으로부터 잠시 자유를 얻는 것이다. 동시에 그 쉼은 재충전을 의미한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필요한 것을 채우고, 얻으며 누릴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천해수욕장에 있는 외국인수양관에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첫 번째로 보이는 것이 도서관 건물이다. 휴가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곳이다. 그렇다고 책을 읽고 공부만 하는 것이 휴가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휴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삶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거기가 어디가 되었든 하나님과의 관계를 점검하고, 자신을 하나님 앞에 있게 하는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 평소에 이런저런 이유로 소홀했다면 더욱 하나님과의 관계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기도원을 주로 이용했지만 꼭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그분과의 관계를 회복시키고, 더 가까이 나아갈 수 있는 자세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의 휴가는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쉼’ 그 자체가 필요하지만 ‘쉼’까지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면 ‘쉼’도 의미가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의 휴가는 ‘의미’를 동반해야 한다. 아니, 자신이 의미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의미를 스스로 기뻐할 수 있어야 한다. 휴가는 자신을 방임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방임은 무책임과 무의미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의 성숙한 휴가는 자신을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며, 그 과정을 누리고, 즐거워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어야 하고, 하나님의 기뻐하심 안에 있는 휴가이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휴가는 기간, 장소, 경비, 방법까지도 자유로워야 한다. 그것에 매인다면 휴가의 의미는 이미 없어진 것과 다름이 없다. 그리스도인의 휴가는 목적과 과정까지도 경쟁을 배제하며, 자신의 주어진 환경과 여건을 통해서 자신만의 휴가를 만들 수 있다면, 그 결과는 기쁨과 감사가 열매로 동반될 것이다. 또한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찾아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뜻과 은혜를 체험하고 누리면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기쁨으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대신총회신학연구원 원장/ 어진내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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