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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을 미리 사는 봉쇄 수도원.....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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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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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호 목사

 

전라도에 예수님을 닮은 많은 수도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찾아다니며 발로 수집한 수도사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이 영길 수도사, 이 세종, 이 현필, 최 흥정 그리고 방 애인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1. 이 영길 수도사

우리나라 천주교 역사는 236년입니다. 그 동안 신부가 목사 된 분이 둘 있습니다. 그 중에 한 분이 화순에 살고 있는 정 훈섭 목사입니다. 그 분을 통하여 이 영길 수도사를 소개받았습니다.

그는 전남 화순 화학산 속에 10년 동안 하루에 한 끼 먹으며 수도하고 있습니다. 84년 만에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는 2016년 5월 정 목사를 만나 같이 이 영길 수도사를 찾아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핸드폰 전파가 오지 않는 깊은 산이었습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풀숲이었습니다. 길이 없어서 만들어 가며 걸었습니다. 땀이 비 오듯이 났습니다. 조금만 집이 초라하게 보였습니다. 6.25때 공산당이 이 곳에서 수도하는 가족을 몰살시킨 순교 터였습니다. 초라한 옷을 입고 하루 한 끼 먹으며 살기에 바짝 마른, 이 영길 수도사를 만났습니다.

밖에 다 찌그러진 의자가 한 개 놓여 있고 그 옆에 수도책 10여권이 놓여 있었습니다. 조그만 솥 하나, 쌀통 하나, 그릇 두어 개가 전부였습니다. 마당에는 콩이 흙을 들추고 나오고 있었습니다. 어려서 의정부 감리교회 다녔습니다. 떼제 공동체에서 영세를 받았습니다. 이태리 수도원, 러시아 수도원에서 살았습니다. 보성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대에서 공부하였습니다. 이스라엘 감람산 수도원에서 20개월씩 2번 살다가 나와 은수자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이스라엘 감람산 수도원에서 수도한 추억이 가장 큰 것 같았습니다. 수도생활 27년입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제안하였습니다.

“내가 수도원을 세우고 있는데 충주로 가셔서 저와 함께 지내시지 않으렵니까?”

“안됩니다. 수도가 끝나야 이 산에서 나갑니다.”

“언제 이런 수도생활을 끝내겠습니까?”

“두 가지가 완성되면 수도생활을 끝내겠습니다. 하나는 내 마음에 음란이 사라져야 합니다.”

“이 산속에서 여자를 본 적이 있나요?”

“없습니다.”

“그런데도 음란의 영이 끊어지지 않았나요?”

“네.”

“다른 하나는 무엇인가요?”

“나를 구원하신 예수님 십자가만 생각하면 한 시간에 한 번씩 눈물이 흘러야 합니다.”

벌써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습니다.

“사실 나는 여행을 좋아 하였습니다. 그러나 다 버려야 합니다. 밖을 버리지 못하면 안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와 수도생활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신중한 언어, 깊은 영성에서 조금씩 꺼내 나에게 주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하나님은 아니지만 하나님의 말이었습니다. 너무나 말을 막하는 경박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말을 꺼내어 씹어 조심스럽게 나오게 하는 반추 동물의 되새김질 언어였습니다.

다른 사람이 상처를 받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내가 하고 싶을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 버립니다. 그리고 뒤를 생각지 않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너무나 대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코람데오로 자기를 완성하고 나오겠다는 그의 모습에 고개를 숙이고 산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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