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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레아니호 인양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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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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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옥 목사

 

2019년 5월 29일 (헝가리 현지 시간) 밤 9시 비가 내려 유속이 빠른 흙탕물 다뉴브강은 평소 낭만적인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무자비하고 잔인하기까지 했다. 비극의 그 날 밤 9시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 관광객 33명과 선원 2명 등 35명을 태운 27m 2층 목선 허블레아니호가 머르깃 다리 밑에서 ‘바이킹 시긴’호라는 커다란 관광선에 받친 후 불과 7초 만에 전복되어 가라앉고 말았다. 폭우로 인해 탁류는 빠르게 흘러서 실종자 수색은 물론 배를 인양하는데 여러 날이 지난 11일에야 가능했고 배 안 조타실에서 선장 롬보스 라슬로(58)씨와 2층에서 김모(6)양과 할머니가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13일 현재 허블레아니호에 탑승했던 한국인 33명중 생존자는 7명, 사망자 23명, 실종자는 3명이다. 설렘과 감격스럽던 관광이 애석하고 한스러운 비극이 되고만 것이다. 우리는 이 안타깝고 애석한 사연을 접하면서 특히 인양의 현장에서 본 두 가지 사실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첫째는 선장 고 롬보스 라슬로씨의 최후를 보면서 사명자의 바른 자세를 통감하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배 조타실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조타실은 높이 5.4m로 선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통상 출입문은 없고 좌우측에 큰 구멍이 있을 뿐이다. 문제는 선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순식간에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구조인데, 롬보스 선장은 마지막까지 조타실에 남아 배와 운명을 같이 했다. 헝가리 대테러청은 인양 계획을 사전 설명할 때 ‘선장이 반드시 제 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선장이 배를 버리고 자리를 뜬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어머니는 매일 기도하며 아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기다렸는데 지금도 거의 실신상태에 빠져 있다고 한다. 선장의 딸 오르솔라는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수십 년 간 배와 함께 살아오신 분”이라고 울먹였다.

또 선원 야노스 페토(53)씨는 사고 현장에서 4km 떨어진 지점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는데 그는 직업군인 퇴직 다음날부터 선원으로 일해 왔다.

이들과는 달리 2014년 4월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선장 이 준석(75)씨는 승객들을 외면한 채 속옷 차림으로 탈출했으나 살인죄가 인정되어 2015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지금 순천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위기의 순간이 닥쳐왔을 때 어찌 허블레니아호의 롬보스 선장 뿐 이겠는가? 모름지기 국가나 사회단체, 교회, 가정의 책임자라면 그가 누구이든 그 사명의 자리에 굳게 서서 죽기를 각오하고 헌신해야 하지 않겠는가.

둘째는 외할머니의 손녀 사랑은 죽음의 순간까지 변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수습하는 사람들이 발견한 장면은 절박한 순간 공포에 떨고 울부짖는 손녀를 할머니가 꼭 껴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구조대의 말에 의하면 ‘할머니가 아이를 끌어안고 입구에 쓰러져 숨져있었다.’고 했다. 인천에 사는 김양 어머니는 그간 어린 딸을 기르며 수고하신 친정 부모님께 감사드리며 이 여행에 같이 동승했는데 안타깝게 희생되고만 것이다. 할머니 품에 안겨 숨져간 손녀를 생각하면 가엾고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살아있는 인간은 누구나 싸늘한 죽음과 직면해야 한다. 우리들도 역시 언젠가 그 순간이 왔을 때 할머니 품에 안긴 손녀처럼 우리 주님의 크고 부드러운 품에 고이 안겨 하늘나라에 갈 것이다. 생각해보라. 그 순간이 정작 닥쳐왔을 때 불안과 공포에 떨며 홀로 몸부림치다 쓰러지기보다 베드로처럼 “주여! 어서 저를 품어 주시옵소서!” 하면서 그 품에 고이 자신을 맡길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다행이고 복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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