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의 여행들과는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그 동안의 여행이 목숨을 건 여행이기는 했어도 하나님의 지시에 의한 여행이었다. 그래서 까마귀와 한 과부의 도움도 받고, 죽었던 아이를 살리는 기적도 경험했다. 갈멜산에서는 영적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3년 반의 가뭄도 해결하고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들을 다 제거하는 가슴속까지 후련한 쾌거를 이뤄냈다.

그런데 웬일(?) 키에르케고르(S. Kierkegaard)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던 자기 연민으로 말미암은 고독에 갇힌 엘리야는 자살여행 같은 여행을 떠난다. 기도로 기적을 이룬 기도의 사람, 영적 대결에서 850명과 싸워 승리하고, 하늘 문을 열고, 마지막에는 죽음을 보지 않고 불 수레와 불 말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 능력의 사람, 모세와 더불어 구약의 대표적인 두 영웅 중 하나인 전설적인 인물, 엘리야가 마음의 감기라는 극심한 우울증 증세로 죽기 위한 여행을 떠난 것이다. 너무 낯선 모습이다. 엘리야는 지쳤고 지금 죽여 달라고 간청하고 있다(4절).

원인은 우선 “그가 이 형편을 보고”(3절), 하나님을 바라보지 않고 환경을 바라본 것과 벅찬 일과 과도한 스트레스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나친 주변의식과 너무 길었던 영적 대결이 문제였다. 또 실패의 경험도 완전 burn out의 원인일 것이다. 갈멜산 승리 후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동의 기운이 더 강해지며 이세벨은 엘리야를 죽이겠다고 맹세까지 한다(1-2절).

다급해진 엘리야는 이세벨을 피해 유다의 남쪽 끝인 브엘세바의 광야까지 도망쳤다. 갈멜에서 무려 200km나 떨어진 곳이다. 결국 엘리야는 혼자 조용히 죽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사환을 남겨놓고 홀로 광야로 나아갔다. 하룻길을 행한 후에 로뎀나무 아래 겨우 한 사람이 누울 정도의 그늘에서 엘리야는 ‘하나님 죽여주십시오.’ 하고 기도하다 지쳐서 쓰러졌다.

1) 천사의 마사지를 받다

“지금 뭐하고 있냐?”며 하나님은 걷어차지 않는다. 쥐어박지도 않는다. “천사가 어루만지며”(5절, touched him), “또 다시 와서 어루만지며”(7절), 터치해 주신다. 아마 머리를 쓰다듬고 몸을 다독여 주었을 것, 그리고 먹을 것을 주신다(6절). 잠든 엘리야를 또 깨워 다시 먹을 것을 주신다. 경험컨대 사람은 몸이 편해야 영혼도 편한 법, 잘 먹고 잘 쉬게 해주셨다.

2) 칠천 인이 남아있다

엘리야가 죽여 달라고 한 것은 자신에 대한 실망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나는 열조보다 못하니이다”(4절), 이는 비교의식에서 비롯된 고백이다. 자신이 실패했다고 느낀 순간 다른 사람들 특히 위대한 열조들과 자신을 비교했던 것 같다. 그럴 필요 없는데... 지나친 책임감도 문제였다. 엘리야는 거듭해서 나만 홀로라는 단어를 사용한다(18:22; 19:10, 14). 아마 역사의 모든 짐을 자신이 홀로지고 있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하나님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였다. “내가 … 칠천 인을 남기리니 다 무릎을 바알에게 꿇지 아니하고 다 그 입을 바알에게 맞추지 아니한 자니라”(19:18). 혼자가 아니라 7천 명이 더 있다는 것이다. 엘리사, 예후, 하사엘(아람왕)도 하나님의 일을 위해 나설 사람들이다. 엘리야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3) 사십 주야를 운동하다

하나님의 처방은 운동이었다. “이에 일어나 먹고 마시고 그 식물의 힘을 의지하여 사십 주 사십 야를 행하여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니라.”(8절) 엘리야는 바로 사역이 아니라 호렙까지 40일을 걸었다.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좋은 방법은 걷는 것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약보(藥補)보다는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는 행보(行補)가 낫다”고 했다. 사역을 위해 적당한 운동이 필요하다. 운동은 긴장을 해소시키고 활력을 준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다.

하나님의 만져주심과 잘 먹고 잘 쉬고 운동도 한 엘리야는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보며 새로운 계시를 받기 위해 호렙산으로 출발했다. 그는 이제 회복(refresh)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