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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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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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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

 

꼭 25일 전의 일이다. 암탉이 둥지에서 나오지를 않고 웅크린 채 꼼짝을 하지 않았다. ‘아차!’ 싶었다. 올해는 봄이 지나도록 닭이 둥지에 들어앉아 알을 품으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봄날이면 본능적으로 알을 품게 되는데 아무런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 이제는 노계가 되어서 대를 잇는 일은 하지 않는가 싶었다. 하여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둥지에 자리를 잡은 한 마리 암탉이 꼼짝도 않은 채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둥지에 손을 넣으려고 하자 암탉은 내 손을 쪼아댔다. 아픔을 무릅쓰고 어미를 들어봤다. 두 개의 알을 품고 있었다. 그 길로 마트로 달려갔다.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품었지만 한 마리도 부화를 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험상 얻은 결론은 옥상에서 키우고 있는 닭들이 낳은 알은 비록 수탉이 있지만 수정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유정란을 구하기 위해서다. 양계농가에 가서 구할까 생각도 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쉬운 방법을 택한 셈이다.

마트에 가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상품에 대한 불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진짜로 암탉과 수탉을 합사시켜서 계란을 생산한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열된 계란을 생산방식부터 여러 가지를 비교해보았다. 그 중에 눈에 띄는 산림방사유정란을 먼저 골랐다. 정말 산에 방사해서 기른 닭이라면, 계란도 건강할 것이고 유전자도 건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생산지가 각각 다른 유정란을 샀다. 그리고 생산지별로 각 두 개씩, 여섯개만 넣어주었다. 혹 확인하기 위해서 옥상에서 낳은 알도 두 개를 넣었다.

그리고 꼭 20일이 되는 날, 바로 지난 주일이다. 아침에 올라가 보니 한 마리가 부화를 한 상태고 두 마리는 부화를 위해서 알을 깨고 있는 상태였다. 오후예배를 마치고 성도들이 모두 돌아간 다음 다시 확인했을 때는 두 마리도 완전히 탈피하고 어미 품에서 몸을 말리고 있는 상태였다. 또 한 마리는 이제 막 껍질을 깨고 주둥이를 내민 상태로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닭장으로 올라갔다. 전날 알을 깨고 있던 녀석을 살펴보았더니 아직도 그 상태로 있었다. 어미를 들어내고 알을 꺼냈다. 상태를 살피니 살아있기는 한데 껍질을 벗지 못한 상태로 이미 수분이 말라있었다. 껍질을 벗겨주었더니 살아 움직였다. 어미 품에 다시 넣어주었다.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하지만 다음날 찾았을 때 녀석은 이미 죽은 상태였다. 너무 오랫동안 껍질을 벗느라 힘을 다 쓴 상태로 기력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옥상에서 낳은 알은 역시 무정란이었고, 마트에서 사다가 넣어준 알 중에 또 하나는 병아리가 알속에서 자라다가 죽은 것 같았다.

다음 날, 어미는 나머지 알을 포기했다. 결국 일곱 개의 알 중에서 세 마리만 부화에 성공했다. 어미는 병아리를 데리고 둥지에서 나왔다. 이제부터는 병아리를 키우는 것이 녀석에게 주어진 일이다. 총 2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둥지에서 오직 부화시키는 일에만 전념했기에 살은 완전히 빠졌고, 털은 볼품이 없는 몰골이 되고 말았지만 병아리를 지키기 위한 몸집 부풀리기와 병아리 근처에 얼씬거리는 다른 닭들을 다그쳐 쫓아내는 것을 보면 어디서 그런 힘과 용기가 나오는지 알 수 없다. 어미는 꾹꾹거리면서 새끼들을 위한 먹이를 찾는 일에 전념하면서 외부로부터 새끼들이 공격을 받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병아리들은 연실 어미의 품을 들락거리면서 어미가 찾은 먹이를 먹기 위해서 분주하게 뛰어다닌다. 어미가 먹이를 찾아놓고 부르면 쏜살같이 뛰어간다. 어미주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부지런히 먹이를 찾는다. 어미는 그러한 병아리들을 지키느라 분주하다. 또한 어미의 위세에 다른 닭들과 수탉도 꼼짝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 병아리 근처에는 항상 뛰어놀 공간이 있다. 어미는 열심히 먹잇감을 찾느라 자신의 배를 채우는 일은 뒷전이다. 그렇게 앞으로 어미는 다시 한 달을 병아리들을 지킬 것이다. 한 달 후에는 병아리들이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 어미는 병아리가 부화한 후 꼭 한 달만 양육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그 후에는 다른 닭들과 똑같이 경쟁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연이어 전해지는 자기 자식을 죽였다는 뉴스들을 접하면서 정말 아프고 힘들다. 정말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알 듯 모르겠다. 미물의 짐승조차도 자기 새끼를 지키고 양육하기 위해서 온 몸으로 희생하는데 말이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바뀔 수 없는 것이 모정인데 말이다.

 

<대신총회신학연구원 원장/ 어진내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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