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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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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

 

약 3주간 전, 옥상 텃밭에 상추모종을 사다가 심었다. 시기적으로 조금 이르지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난해에 비해서 날씨가 따뜻하다는 느낌 때문에 망설이다가 결국은 샀다. 모종을 구입해서 곧바로 옥상으로 향했다. 미리 뿌려놓았던 퇴비를 적당히 뒤집어 골고루 폈다. 그리고 적당한 간격으로 상추모종을 옮겨 심었다.

그 후 비가 내리지 않는 한 격일로 충분히 물을 주었다. 가능하면 해가 질 녘에 시간을 맞춰서 물을 주면서 상추가 자라는 상태를 살폈다. 품종에 따라서 온도에 더 민감한 것들은 결국 착근과 활착에 실패한 채 비실비실 하다가 녹아버리고 말았다. 전체 모종 중에 10%정도가 그렇게 되었다. 모두 같은 품종의 상추였다. 내년에는 녀석들은 고려해야 할 대상으로 기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물을 주는 것과 관계없이 매일 몇 번이고 상추의 상태를 살폈다. 처음 한 주간은 활착하기 까지 많이 힘들어하는 녀석들을 보게 된다. 또 한 주간쯤 지나면서 숨어있던 풀 씨앗들이 생존경쟁을 시작하면, 채소들은 그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하지만 잡초의 견제를 힘들어한다. 이때부터는 주변의 풀들을 제거해주지 않으면 상추는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이때 도와주지 않으면 인간이 먹을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텃밭이라도 김을 매주어야 한다. 김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상추와 생존경쟁을 하는 풀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상추는 우리의 입으로 들어갈 수 없다. 이때부터는 한 주간에 한 번씩은 풀을 제거하는 작업도 겸해야 한다.

그렇게 24일쯤 지나고 나니, 벌써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비한 일이다. 그 작은 모종을 심고 3주간이 지나고 나니 엄청난 양의 상추쌈을 먹을 수 있도록 자란 것이다. 싱싱할 뿐 아니라, 퇴비 외에는 화학비료는 물론 어떤 소독약도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채소가 먹기 좋게 자라서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금년에는 날씨가 일찍 따뜻해서 성장속도가 평년에 비해 며칠 앞당겨진 때문인지 먹을 만큼 자랐다. 풍성해지는 상추밭을 보면서 먹기도 전에 그 향에 취하게 된다.

하나님은 창조와 함께 인간에게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 작품과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은혜와 기회를 주셨다. 그 중에서도 창조에 있어서 하나님께서 설정해주신 섭리의 원리는 감격에 감격을 더하게 된다. 상추모종을 고르면서 망설였던 것은 품종과 시기의 문제였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인간에 맡기신 책임이다. 동시에 하나님은 인간의 지혜를 통해서 창조와 섭리의 원리로서 질서를 깨닫게 하셨다. 그 깨달음을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하게 하신 것도 하나님의 뜻이다.

또한 이것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하신 약속이다. 그리고 그 약속은 창조 이래로 지금까지 결코 어기지 않으시고, 반드시 지켜주셨다. 만일 지금이라도 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인간은 스스로 어떤 예측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결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날씨와 기온, 계절의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면 농사는 지을 수도 없다. 그러나 뿌린 씨앗이 자라서 식탁에 오르기까지 일정한 시간을 예측할 수 있기에, 그것에 대한 믿음이 나로 하여금 다음의 일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과 준비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것은 창조주의 영원한 약속이다. 피조물을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변함없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그것을 확인하고, 그 앞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하게 된다. 내가 한 일은 격일로 물을 주는 것과 풀과의 경쟁을 조금 도와준 것 외에는 특별히 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옥상의 텃밭에서는 매일 창조와 함께 영원히 약속하신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고, 증명되고 있다. 이 약속은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하나님 자신의 명예를 걸고 지키실 것이다.

인간끼리 하는 약속은 믿을 수 없으나 그분의 약속은 영원하시기에 오늘도 나는 그 믿음으로 상춧잎을 딴다. 그리고 상추가 주는 기쁨을 교우들과 함께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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