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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를 회복시키시다 요21: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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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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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우 목사

 

숯불 곁에서 추위를 녹이고 조반으로 허기를 달랜 후 친구들의 면전에서 예수님은 베드로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세 번 확인하신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Do you love me?), 한적한 곳에서 둘만의 데이트를 통해 물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신 것 같지는 않다. 책망이나 추궁하려는 의도보다는 회복과 소명을 위한 따뜻한 사랑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세 번의 부인 이후 베드로가 의욕상실 상태에 빠진 것은 친구들도 이미 다 알고 있었고, 그 일로 인해 의혹을 살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굳이 따로 만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숯불과 세 번이라는 숫자에 트라우마(Trauma)가 있던 베드로의 입장에서 이 세 번의 확인은 큰 아픔이기도 했지만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기회’였고, 지난날의 과오를 씻어내는 ‘사랑의 재확인 기회’이기도 했다.

물론 전처럼 큰소리칠 수는 없었다. 아니, 큰 소리는커녕 오히려 “모두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결코 버리지 않겠나이다.”(마26:33; 막14:29)라며 호언장담(豪言壯談)했던 것이 부끄럽다. 대제사장도 아니고 하녀들 앞에서 그 분을 모른다고 비겁하게 거짓말로 시치미 떼고 저주까지 퍼붓다니, 너무 형편없이 믿음의 바닥을 드러냈었다. 요즘말로 정말 기분이 꿀꿀하다.

그런데 잔뜩 주눅이 들어 있는 베드로, 부활하신 후 뵙기는 했지만 가까이 다가가고 계속 따라야 할지 아니면 이제는 마음을 접어야 할지 착잡하기만 한 베드로에게 주님은 “요한의 아들 시몬아”라고 세 번이나 옛 이름으로 부르며, 원점에서의 재출발 제안을 “네가 날 사랑하느냐”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셨다. 딱히 드릴 대답이 마땅치 않았을까? 베드로는 “주께서 아시나이다”(You know I love you), 그저 “아시잖아요?” 정도로 대답했다. 이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시인(是認)이기는 해도 ‘주께서’라는 단어에 강세를 둔 대답이었다.

그런 베드로를 향해 주님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바꿔가며 세 번이나 물으셨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흥미로운 것은 이 질문과 답변에 사용된 ‘사랑’이라는 단어를 베드로는 일관되게 같은 단어, ‘필로스’(philos)를 사용한 반면 예수님은 처음 2회는 베드로와 다른 단어, ‘아가페’(agape)를 쓰셨고, 3회째에는 베드로의 단어, ‘필로스’를 쓰셨다는 점이다.

어떤 학자는 고차원적 단어를 사용하던 예수께서 베드로의 ‘좋아한다’ 정도의 낮은 차원의 사랑 고백 수준으로 내려오셨다고 해석하고, 다른 주석가들은 ‘차가운 사랑’이라도 가졌는지를 묻는 예수께 베드로가 그 이상의 사랑, ‘따사로운 사랑’을 고백한 것으로 해석하지만 모리스는 “3장 5절처럼 의미의 변화를 주지 않고 언어 사용에 변화를 주는 기록자 요한의 문장 구사기법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베드로의 ‘주여 그러하나이다.’라는 대답에서 질문을 교정할 의도가 보이지 않고, 사랑의 성격은 아예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둘 사이의 대화도 헬라어가 아닌 아람어(Aramaic)였다면 피차 본질적으로 동질의 사랑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예수님의 질문에 처음에는 ‘이 사람들보다’가 들어있었으나 이어진 두 차례의 질문에는 빠져있다는 것도 시선을 끈다. 관심의 초점이 비교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뜻 같다. 그러므로 더 크게 주목할 점은 흔히 사람들이 상대로부터 실망할 때 비난하며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과는 달리 주님은 끝까지 설득하며 다시 세우는 모범적인 목자상을 보여주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세 번째 질문을 받고 근심한 베드로가 이번에는 “주님 그러하나이다.”라는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주님께서 아시나이다”라고만 했으나 “내 양을 먹이라”며 예수께서 베드로를 신임 받는 위치로 회복시켜 주셨음을 부각시킨다. 당신을 향한 여전한 사랑의 고백에 자신만 위해 살기보다 당신의 양들을 위해 사명의 길을 가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그 날은 아마 베드로에게 스위스의 사상가 칼 힐티(Carl Hilty)가 말한 ‘자기 인생의 사명을 자각한 생애 최고의 날’이 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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