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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우 목사와 떠나는 성경여행 – 요한복음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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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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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우 목사

 

부활하신 예수께서 10명의 제자들에게 나타나신지 일주일이 지났다. 하지만 그 현장에 없었던 도마는 다른 제자들의 말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요한은 ‘다른 제자들이 그에게 이르되’를 미완료 과거시제로 쓰면서 다른 제자들이 도마에게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말해 준 것으로 전한다. 아마 다른 제자들은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라며 찾아오셨던 예수님과의 그 놀라운 만남에 대한 흥분 때문에 서로 그 날의 감격을 나누되 현장에 없었던 도마에게 더 집중적으로 귀가 닳도록 계속 말했던 것 같다.

도마의 입장에서는 다른 제자들의 얼굴에 두려움보다 기쁨이 가득하며 절망이 소망으로 바뀐 점은 이상하나 “예수께서 부활하셨고, 우리를 직접 찾아오셨다.”는 동료들의 증언을 믿을 수 없었다.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인 반응이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25절), 이는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믿을 수 없다는 도마의 정면 거부였다.

비록 이것으로 ‘의심 많은 제자’(Thomas the Doubter)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지만 J.R.힐(Hill)은 “그의 강한 불신 표현은 상식과 또한 좋은 꿈에서 깨어날 때 찾아오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믿으려는 강한 의지”라는 템플(Temple)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했다. 한편 주경학자 모리스는 “비극적 십자가에서 받은 충격이 너무 커서 쉽게 그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다른 가능성도 제기했다. 여하튼 경건한 제자 도마에게는 온 우주가 다 무너지는 듯한 십자가였기에 실의에 빠져있었던 것만큼은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그 도마에게 예수님이 직접 찾아오셨다. 다른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지 ‘여드레’ 후, 첫 번째 부활절 바로 다음 주일이다. 도마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집안에 있었는데 요한은 그때도 ‘문들이 닫혔었다’고 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감격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제자들의 두려움의 문제와 예수님의 초인적인 능력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 같다.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26절, Εἰρήνη ὑμῖν), 다시 한 번 제자들에게 지난번과 같은 인사를 하며 나타나신 예수님은 완고한 제자 도마에게 직접 도마가 말한 그대로 자신의 손을 내밀어 못 자국과 옆구리를 확인하라고 하신다.

도마는 그렇게 고집불통의 철저한 회의론자만은 아니었다. 예수님을 직접 뵙기만 하고도 그의 의혹은 다 사라졌다. 그가 내세웠던 조건들을 실행했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 물론 예수님이 옆구리까지 직접 보여주셨을 가능성도 있지만 도마는 자신이 전에 한 말을 다 아시는 주님, 직접 인용하시는 주님으로 인해 신앙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깊은 절망의 늪에서 벗어났다. 아니 오히려 신앙의 절정에 도달했다. 그래서 즉각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My Lord and my God)라고 자신의 신앙을 고백했다. 많은 학자들의 견해처럼 21장이 훗날에 더한 부록이라면 이 고백은 요한복음에 기록된 최후의 고백이 되는 셈이다.

‘나의 주’라는 칭호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주인(Master)일 수도 있으나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 전까지 제자들이 늘 존경심과 신성(神性)을 인정하며 부른 호칭이며, ‘나의 하나님’은 도마가 이제 “맞습니다. 예수님은 저의 하나님이십니다.”라고 인정하는 고백, 모리스는 이것을 새로운 제언형식(提言形式)의 고백이라 했다.

사람을 하나님이라고 고백하면 신성모독, 이스라엘 전통으로는 사형감이다. 예수님도 신성모독 죄로 처형당하셨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이것을 잘 아는 도마의 입에서 이러한 고백이 터져 나왔다. 얼마나 감격이 컸을까? 요한이 밝힌 복음서의 기록목적대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고 생명을 얻은 자답게 헌신하기로 결단한 도마는 훗날 인도에서 일곱 교회를 세우고 대적자의 창에 찔려 장렬하게 순교했다는 아름다운 전설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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