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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루었다”(τετελεσται) 요19: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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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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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우 목사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군인들은 사형수의 옷을 제비뽑아 갖던 당시의 풍습에 따라 부수입을 챙겼다. 현장을 지켰던 요한은 군인들이 “그의 옷을 취하여 네 깃으로 나눠 각각 한 깃씩 얻었다”고 했다. 평상시 옷차림인 가죽 혁대, 머리 수건, 신발, 겉옷과 속옷이었을 것이다.

처형을 집행한 군인이 네 명으로 보이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호지 않고 통으로 짜 가장 값이 나가던 속옷은 넷으로 찢지 않고 제비뽑기로 챙겼다는 것이다. 요한은 군인들의 생각 없이 한 이 행동을 “그들이 내 옷을 나누고 내 옷을 제비 뽑나이다”(시22:18)라는 구약성경의 문자적 성취였다고 했다.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섭리이며 인간의 의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성취한 사건들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요한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곁에 군인 네 사람 외에 네 사람의 여인들과 ‘사랑하시는 제자’라고 표현한 자신이 있었음을 부각시켰다. 그들이 외롭게 고통당하시던 가장 힘든 그 시간에 예수님 곁을 끝까지 지켰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한은 늘 그랬던 것처럼 예수님 모친의 이름은 여기서도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모의 이름도 밝히지 않았는데 모리스는 그 이모를 살로메일 가능성(막15:40)이 있다며 현장을 지켰던 세베대의 아들 요한이 자기 모친의 이름을 생략한 것은 이치에 맞는다고 했다.

요한은 이어서 십자가 위에서 그 극심한 고통 중에 하신 예수님의 가상칠언(架上七言) 중 세 가지를 기록했다. 누가가 기록한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 23:34)라는 제1언(용서)과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 23:43)는 제2언(은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없고 모친과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고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보라 네 어머니라”라고 하신 제3언(효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여자여’(gunai)는 하대가 아닌 극존칭, 핸드릭슨(Hendrickson)은 친절한 표현이라 했다. 예수께서 극심한 통증과 절망 속에서도 모친을 돌보셨다는 것이다. 어머니로서 겪으실 외로움과 고통을 헤아린 아들의 관심이며, 끝까지 곁을 지킨 유일한 제자 요한에게 어머니를 부탁한 의탁이다. 친형제들에게 의탁하지 않은 것은 그때까지 동생들이 믿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요한은 예수님의 의탁을 신성한 명령(as a sacred charge)으로 여기고 그때부터 모친 마리아를 자기 집에 모셨다고 했다. 숙소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보양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전설은 핍박이 심해지면서 요한은 터키의 깊은 산 속에서 마리아가 승천할 때까지 지극 정성으로 모셨고, 마리아 승천 후 체포되어 밧모섬(Patmos Island)에 유배되었다고 한다.

요한은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마27:46; 막15:34)라는 제4언(버림받음의 고통)도 뛰어넘고 뙤약볕 아래 십자가에 매달려 힘없이 하셨던 “내가 목마르다”는 제5언(예언 성취)을 기록하며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하셨다’고 했다. 시69:21에 해당하는 말씀이다. 이는 골고다언덕의 이글대는 햇빛 아래 물과 피를 다 쏟으신 후의 심각한 탈수증상, 깊은 영적 고통까지 포함한 운명 직전의 타는 목마름을 요한은 우슬초에 맨 해면에 적셔진 신 포도주(vinegar)로 축이셨다고 했다. 마태나 마가가 예수께서 마취성 포도주를 거부하셨던 것(마27:34; 막15:23)을 기록했지만 요한은 마지막 큰 외침으로의 승리 선포를 위한 준비 정도로 기록한 것 같다.

드디어 예수님은 “다 이루었다”(τετελεσται, 사명완수)고 선언하셨다. ‘이루었다(teleo)’는 단어는 “마치다. 끝내다, 지불하다, 이행하다, 성취하다”는 뜻, 이는 숨지기 직전의 모든 것이 “끝장났다”는 체념이나 패배자의 비명이 아니다. 사명 지향적(mission-oriented) 삶을 사셨던 예수께서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셨다는 선언이자 대속 사역의 완성을 알리는 승리자의 선언이다. 우리의 모든 부채 대장에 ‘완불’ 사인(sign)을 하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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