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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우 목사와 떠나는 성경여행 – 요한복음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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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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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우 목사

예수께서 자신을 내어주시자 군대와 천부장과 유대인의 아랫사람들이 예수를 잡아 결박하여 먼저 안나스(Annas)에게로 끌고 간다. 안나스는 그 해의 대제사장인 가야바(Caiaphas)의 장인, 여기서 ‘그 해의 대제사장’이라 한 것은 종신직이었던 대제사장이 로마가 통치한 후 돈을 많이 내고 협조를 가장 잘하는 자가 맡았기 때문에 대제사장직이 타락한 때였다는 뜻이고, ‘바로 그 숙명의 해’라고 보면 무난할 것 같다.

안나스는 AD 6-15년에 대제사장을 지냈다. J.R.힐은 “그 만큼 잘 알려진 인물도 없으며, 그와 동시에 그 만큼 악평을 들은 자도 없다”고 했던 에더샤임(Edersheim)의 말을 인용하며 “그들이 엄청난 부자였고, 그의 네 아들들이 그 직을 계승해 왔는데 지금은 그의 사위 가야바가 대제사장 일을 맡고 있다”며 “안나스가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세(實勢)로 대제사장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고 했다. 모리스는 유대인들도 그를 합법적인 대제사장으로 여겼다고 했으니 그는 나라의 실권자(實權者)였던 것이다.

예수님의 성전 청결 행위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불편했던 사람들, 그들이 대제사장들이었기에 공정한 재판은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요한은 아예 가야바 법정에는 관심이 없었고, 빌라도의 법정에만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24, 28절).

그런데 문제는 예수님이 결박당하시자 엉겹결에 도망치기는 했지만(막14:50) 베드로와 다른 한 제자가 용기를 내어 예수님이 잡혀가신 곳 근처까지 가보기로 결심했던 것이 발단이 됐다(15절). 이 때 그 ‘다른 한 제자’를 주경학자들은 사도 요한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지만 그가 ‘대제사장과 아는 사람’이라고 했기에 세베대의 아들이 예루살렘 상류사회에 이렇게 얼굴이 알려질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아리마대 요셉이나 니고데모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가 누구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요한은 그가 대제사장의 집 뜰에 출입할 수 있었다는 것과 문 지키는 여종에게 말해 베드로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런데 낯선 남자를 눈여겨보던 여종이 “너도… 제자 중 하나가 아니냐?”라고 직업의식으로 물었다. ‘너도’라는 표현은 베드로를 데리고 들어간 제자가 이미 예수님의 제자임이 드러났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예수님과 연결해서 쓴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여하튼 4복음서가 똑같이 여종이 “설마 너도… 제자 중 하나가 아닌가?”라며 은근히 “아니요”를 유도하는 덫과 같은 질문을 했고 베드로는 “나는 아니라”(I am not)고 대답한 것을 부각시켰다.

베드로는 뜰 안으로 일단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과 여종이 기대하는 대답을 할 때 별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 J.R.힐은 ‘아주 즉흥적으로, 너무 쉽게’ 라고 주석했던 템플(Temple)의 말을 인용했다. “우리는 어떤 지위를 갑자기 제안 받을 때, 또 그것이 여러 곤란한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해 줄 수 있다면 너무 쉽게 수락하고 말지 않나. 그 후에 닥칠 해악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 바로 그런 행동이지. 그러나 그리 죄가 될 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그 행동에 따른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봐야겠지.”

요한은 당시 상황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그 밤은 추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들과 아랫사람들이 뜰에 숯불을 피워놓았고 그들이 불 주변에 모여 섰는데 베드로가 그 사이에 끼어드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지만 끼어들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한 일, 남의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처지였던 점과 추웠던 상황을 들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베드로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불을 쬐었다고 하지만 상황윤리는 누구든 빠지기 쉬운 유혹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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