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란 과연 어떤 존재일까?”
이 질문 앞에 내가 스스로 답해 보는 게 하나 있다. 일명 ‘3C’라고 한다.

첫째, 코치(coach)이다. 내 자녀들이 청소년기를 보내기 전까지 아버지란 자녀들의 삶에 코치와 같은 존재여야 한다. 코치는 감독과 다르다. 감독은 벤치에 앉아 작전 지시만 하면 그만이지만 코치는 선수들과 함께 뛰어야 한다. 같이 뒹굴고 같이 땀 흘리고 어떤 때는 먼저 희생을 치러야 할 뿐 아니라 시범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아버지란 존재는 자녀들의 삶에 하나의 표지판이 되고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둘째, 카운셀러(counselor)이다. 내 자녀들이 사춘기란 긴 터널을 들어서게 되면 아버지는 조명등을 켜고 실내등을 밝혀 주어야 한다. 즉 아버지란 존재는 그들에게 카운셀러가 되어야 한다.
카운셀러는 선생과 다르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며 고통을 나누어 가진다. 무엇보다 말 같지 않은 말과 철없는 생각에도 오래 참음으로 귀 기울일 줄 안다. 내 자녀들이 성(性)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장래에 대해 불안해 할 때 가장 먼저 다가가 주어야 하는 이가 바로 아버지이다. 그러므로 나의 자녀들이 다른 답을 듣기 전에 그들에게 들려 줄 답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셋째, 동반자(companion)이다. 내 자녀가 청소년기란 긴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휴게소에서 잠깐의 휴식과 ‘교대 운전’만이 안전 운행의 지름길이다. 이제는 그들을 내 삶의 동반자로 여겨야 한다. 상광은 항상 지시하고 평가하고 따지기 좋아한다. 하지만 동반자는 같이 의논하고 협력하며 도움의 손길을 베푼다. 인격적으로 무시하지 않는다. 서로 존중함으로 공동 승리를 얻게 된다. 내 자녀를 내 인생의 동반자로 여겨주고 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댈 때 내 자녀들은 온전한 성인으로 자라게 된다. 그래서 자녀들은 아버지의 친구가 되는 그 때 진정한 성인으로 새 출발하게 된다. 자녀는 부모의 벤처 기업이라 한다. 유능한 경영자는 벤처 기업의 성장 속도에 맞는 기업 환경을 만들고 필요한 재정 지원과 기업 경영의 노하우를 벤치마킹 해준다. 무엇보다 단기 이익에 매달리지 않는다. 먼 장래를 위한 투자 계획으로 알토란을 만들어 간다.

3C의 ‘아버지 정신’이 세상을 행복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