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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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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만남에 앞서

 

1945년 광복을 맞을 때, 우리는 세계정세는 전혀 모른 채 식민지로부터 해방을 감격하는 것을 만족했다. 우리는 오직 식민지 지배를 받은 나라로서 피해의식만 있었을 뿐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책임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세계정세는 급격하게 바뀌어갔다. 우리는 그러한 변화에 대해서 알 수도, 알려고 하는 사람도, 그것이 당장 우리의 현실과는 관계가 없다는 정도의 안일한 생각이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누군가 자세하게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것에 대한 정보를 나눠주거나, 그 의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해를 시켜주는 이웃 나라는 없었다.

우리는 그저 광복이라고 하는 기쁨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도, 생각할 여력도 없었다. 하여, 광복을 맞는 날, 거리로 쏟아져나가 목청껏 자유와 광복을 만세라는 단어로 표현했을 뿐이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감격하듯 35년간의 식민지 지배를 벗어났다고 하는 사실 앞에서 모두가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 뿐이다. 그냥 단순했다. 어떤 계산이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준비하지 못한 채 광복을 맞은 것이다.

게다가 당시의 우리 국민들의 민도는 지구상의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에 속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사람도 많지 않았고, 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식민지 상태에서 받은 교육인지라 사리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국민적 의식은 많이 부족했다. 또한 오랜 식민지 동안 지쳤고, 경제적으로 피폐한 상태에서 맞은 해방은 단지 식민지로부터의 자유를 확인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사회적, 정치적 혼란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함께 당장 먹을 것을 해결해야 하는 절박함에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한 혼란 속에서 우리나라는 경쟁력을 갖춘 경제중심국가로 발전했다. 이것은 기적이다. 우리 스스로는 기적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실감을 못하지만 실제로 식민지로부터 해방이 되고, 또 한 번의 전쟁, 한국전쟁을 치른 나라로서 세계에서 이만한 경제력을 이룬 나라는 유일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한(恨) 내지는 아픔을 갖고 있다. 그것은 국가의 분단이다. 우리의 분단은 누구도 원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분단국가가 되어야 하는 어떤 이유도 없었다. 우리의 의사와 전혀 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한반도가 열강들에 의해서 남과 북으로 분단이 되었다. 전쟁에 대한 책임도 우리에게는 없었다. 굳이 그 책임이 있다면 우리를 식민지 삼았고, 2차 세계대전의 주역인 일본이다. 그런데 우리가 왜 분단국이 되어야 했는가? 그리고 이어서 우리는 왜 적대적 관계로 전쟁을 해야 했는가? 분명한 것은 우리 원한바 없는 분단국이 되었다는 것과 분단은 냉전시대의 이념 투쟁의 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저 한민족이고, 세상물정을 모른 채 군주의 얼굴만 바라보고 살았던 어리석을 만큼 순진한 국민이었다.

이념이 뭔지, 국민의 주권이 뭔지, 정치가 뭔지, 무엇 하나 제대로 알고 당면한 것이 없다. 주어진 현실에서 당황했고, 당장 먹을 것을 해결해야 하니 먹을 것을 따랐고, 조금 배워서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사람은 정치적 이상을 따라 뛰어다녔다. 이도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조금 더 아는 사람들이 하자는 대로 따랐다. 그렇게 냉전시대의 강대국의 대리전을 하는 피해자로 싸워야 했다. 그 싸움은 민족상잔이었고, 같은 국민임에도 원수가 되었다. 그러한 문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는데 전쟁까지 해야 했다.

분단된 국가로 73년 만에 남북의 지도자가 남쪽에서 만났다. 국민들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진행되는 회담을 지켜보았다. 분단은 우리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었지만 통일은 우리의 의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물론 여전히 주변의 강대국들의 동의와 협력이 없이는 어렵다. 그럼에도 당사자들이 뜻을 모을 수 있다면, 그리고 강대국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다만 모두가 내려놓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욕심이다. 특별히 강대국들의 욕심이 내려놓아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통일은 어렵다. 또한 남북한 당국자들도, 과거의 잘잘못에 대한 진정한 용서와 이해를 구하는 가운데 통일을 위한 내려놓음이 있어야 한다. 정치적 욕망을 위해서 힘없는 국민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자신들의 이해타산만 계산한다면 통일은 불가능하다. 국민중심의 생각과 함께 정치적 욕망을 내려놓아야만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다. 모두가 통일과 평화를 말하면서도 그 욕망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통일은 기대할 수 없다.

인류의 역사에서 국가가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 욕망을 채우기 위한 치열한 투쟁의 산물이었으니 역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진정한 내려놓음이 있다면 통일과 평화는 결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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