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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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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미세먼지

 

그동안 봄철의 불청객으로 황사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봄은 황사의 계절이라는 것이 익숙해져서 연례행사로 봄이 오는 소식과 함께 원치 않는 손님맞이를 해야 했다. 봄을 맞는 기쁨과 함께 감내해야 하는 불청객의 심술이라는 정도로 여겼다. 봄철에 불어오는 편서풍에 실려서 중국 내륙에서 형성된 모래 바람이 서해를 지나 한반도까지 옮겨오는 현상이기 때문이었다. 모래먼지라고 하는, 그래서 불편한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황사라는 말 대신에 미세먼지라는 말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을 때만 해도 ‘그것이 그것이겠거니’ 하고 지나쳤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것과는 다른 것임을 알게 되면서 격한 반응마저 일어나고 있다. 오래 전부터 황사라는 말은 귀에 익은데 언제부턴가 그 소리는 들리지 않고 미세먼지라는 말이 대신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 굳이 따지자면 황사도 미세먼지일 수 있다. 하지만 표현에 담긴 것은 전혀 다른 물질인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요즘은 미세먼지도 등급이 생겼다. 그냥 미세먼지로 통칭하던 것이 언제부턴가 초미세먼지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미세먼지와 비교했을 때 더 작은 크기의 먼지가 발생해서 대기를 덮게 되면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다. 그런데 시각적으로는 비교적 대기가 깨끗하게 보이지만 정작 미세먼지보다 더 나쁘다고 한다. 따라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구별해서 예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황사는 계절적인 요인과 함께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자연현상이지만 미세먼지는 자연적인 것도, 계절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계절과 관계없이 상시로 한반도의 공기를 지배하러 온다. 그러니 미세먼지는 정해진 계절도 기온도 그렇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 계절적인 요인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미립자의 공해물질이 공기와 함께 지구의 대기권 안에서 가는 곳마다 동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필요에 의해서 사용하거나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공해물질이다. 그러니 계절이 따로 정해지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바람의 방향만 맞으면 실려 온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발생되는 미세먼지까지 더해지면서 누구도 반기지 않음에도 한반도를 찾아와 고통을 준다.

미세먼지로 인한 폐해가 크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당장 숨 쉬는 것이 어렵다. 민감하거나 폐기능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숨 쉬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다. 게다가 미세먼지에 포함된 공해물질, 그 중에도 발암물질까지 있음이 알려지면서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마스크가 없어서 팔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외출할 때만의 문제가 아니고, 가장 많은 시간 머물게 되는 주거공간의 공기의 질이 나빠지면서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단다. 지난겨울부터는 실내용 공기청정기가 대박을 쳤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웬만한 가정은 공기청정기를 들여놓았다는 이야기다. 가격도 만만치 않은 고가임에도 건강이 더 중요한 것이기에 필수용품으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어쩌면 외출할 때는 방독면이나 휴대용 공기 청정기 내지는 휴대용 공기를 갖고 다니면서 간간이 신선한 공기를 마셔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소리까지 들린다. 물을 판다는 생각이 어이없다고 여겼던 시대의 사람들은 ‘누가 물을 사서 마실까’ 했다. 그러나 현실은 물을 사먹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시대가 되었다. 세계 어디를 가도 물을 팔지 않는 나라가 없다. 여행자에게는 당연한 것이 물을 사서 마셔야 하는 것이다. 비례해서 물장사는 대박을 쳤다. ‘누가 물까지 사먹느냐’고 하던 이야기는 먼 옛날이야기가 됐다. 그리 오래 전 이야기도 아니지만 그 시대의 사람들은 흔한 물, 언제 어디서나 깨끗하게 마실 수 있는 물이 있다는 생각으로, 물을 팔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아연 질색했던 것이다. 또한 물을 팔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시대의 사기꾼처럼 여겼다. 하지만 사기꾼이 아니라 물장수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 깨끗한 공기를 휴대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서 팔면 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결코 허황된 것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의 의식에 위기감이 느껴지고 있다. 언젠가 깨끗한 공기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도 인기 있는 상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특별하지 않다. 아니, 어쩌면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사람들의 의식에 미세지에 대한 위험성이 크다고 느낀다는 반증일 것이다.

미세먼지는 인간의 창조물이다. 필요만 생각하고, 정작 공해문제는 생각하지 못하거나 무시한 채 만들어냄으로 인간은 스스로 고통과 절망의 환경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쉽게 중국을 탓하고 있지만, 우리는 만들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누구를 탓하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산업화와 경제적 발전은 필연적으로 미세먼지 생산을 동반한다. 쓰레기문제와 함께 미세먼지는 줄여야 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것 같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에 살면서 인간이 만드는 것은 쓰레기와 미세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인간의 의식과 능력을 돌아보게 된다. 쓰레기와 미세먼지를 만들어놓고, 스스로 한탄을 하고 있는 모습은, 하나님께서 만물을 창조하시는 과정에서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했던 만족과 비교한다면 참 못난 모습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미세먼지는 인간 자신의 역할과 한계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누구를 탓하지 말고,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온전하게 응답하는 지혜와 순종이 그 책임을 다하는 최소한의 자세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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