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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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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 /대한신학대학원 대학교

 

봄맞이

 

길기만 했던 겨울의 끝자락이 어느 날 보이지 않는다. 동계올림픽 때문에 2월에도 눈을 기대해야만 했던 터라 봄이 온다는 생각보다는 눈이 내리고, 적당하게 추워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인가, 슬그머니 찾아온 봄을 맞을 수 있는 준비는 미처 못한 것 같다. 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까지 치러야 했기에 눈이 있어야 하니 겨울이 지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동계올림픽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 꽤나 걱정을 한 것 같다. 경제적인 걱정보다는 환경과 날씨에 대한 걱정이 컸다. 대관령을 자주 찾았었고, 그곳의 날씨나 환경을 조금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평창올림픽이 결정된 후 생각날 때마다 올림픽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적설량과 기온이 받쳐 줄 것인지를 걱정했다. 지금까지 동계올림픽을 치른 나라들의 경기장이 있는 곳은 눈이 참 많은 지역이었다. 지난 번 동계올림픽을 치는 러시아의 소치가 조금 걱정이 되는 곳이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현실보다는 나은 곳이었다. 또한 이미 개발을 해서 사용하고 있는 경기장들이 있기에 새로운 경기장을 만들기 위한 환경파괴도 비교적 적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거의 새롭게 만들어야 했기에 원시림을 파괴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었기에 안타까웠다.

그런데 지난겨울은 유난히 추웠고, 그 추위 또한 길었다. 겨우내 추웠다는 생각이다. 기온도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맹추위가 지속되면서 긴 겨울의 매서움을 경험했다. 난방이 잘 된 주거환경 때문에 과거와 같은 추위를 느끼진 못했지만 야외활동은 그 추위를 감당해야만 했다. 아무튼 지난겨울은 추웠다는 생각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있다. 그리고 대부분 무관심이지만 패럴림픽까지 치러야 했다. 그래서 아직 봄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두 올림픽을 모두 치를 수 있을 만큼 추웠고, 때 맞춰서 아쉬운 대로 눈도 적당히 내려서 설경이나 경기장을 유지하는데 체면치례는 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특별히 자원봉사까지 생각도 못했지만 이왕 하겠다고 해서 치른 올림픽이니 잘 치렀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던 탓일 게다.

그래서인가 텔레비전으로 전해지는 봄소식이 낯설다. 아직 봄을 맞을 수 있는 준비를 못한 탓일까? 그렇다고 경기장을 한 번도 찾지 못했고, 겨우 마음으로만 잘 치르면 좋겠다고 걱정한 것인데, 정작 아무 것도 못하면서 봄을 맞는 생각도 못한 것은 왜일지. 역시 인간의 한계인 게다. 걱정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변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특별한 책임이 주어진 것도 아닌데 걱정만 하다가 봄을 맞을 수 있는 여유조차 챙기지 못한 것이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하지만 분명 봄은 온 게다. SNS를 통해서 전해지는 화신花信은 벌써 봄이 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멀리는 제주도, 남해로부터 가깝게는 이미 중부지방에도 봄의 전령들이 꽃을 피웠다고 한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들 가운데 야생화를 찌는 이들이 많다. 그들의 발걸음은 이미 봄을 찾아 떠난지 오래다. 여기저기서 겨울을 이겨낸 이른 봄꽃들이 숨어있는 곳을 찾아서 전국을 누빈다. 좋은 현상이면서도 단지 사진을 위해서 환경과 야생화들 서식지를 파괴하는 역기능 또한 걱정이다.

그들 역시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사진에만 몰두함으로 동반되는 문제를 보여준다. 야생화를 좋아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기 원한다면 환경과 야생화 서식지도 지켜줘야 하는데 정작 자기 사진만을 위해서 서식지 파괴에 대한 책임은 의식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준비를 하지 못한 채 봄을 맞으려는 것은 분명 봄에 담긴 아름다움과 축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부정하는 것이 아닐지.

계절의 변화가 주는 기쁨은 그것을 맞을 수 있는 준비가 된 만큼 누릴 수 있는 것이련만 금년 봄은 올림픽에 정신을 빼앗겼기 때문인지 맞을 수 있는 준비를 못한 채 전해지는 소식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인가, 마음에 멀기만 한 봄이다. 분명 전해진 사진은 봄이건만 마음에 느낌은 울림이 없다. 주어진 것조차 누리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 탓일 것이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계절의 변화와 함께 전해지는 소식은 하나님의 창조섭리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한데 그것을 누리도록 허락받은 인간은 이런저런 이유로 봄을 맞을 준비를 못하거나 자기만 차지하려는 이기심이 서식지를 파괴시키지만 하나님은 모든 사람에게 이 봄날의 아름다움을 누리게 하셨다. 올 봄은 더 짧을 것이라는 예보도 있으니, 이 봄이 가기 전 이제라도 봄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벌써 봄인가 하는 순간 여름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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