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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이 목숨을 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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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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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옥 목사 간석제일교회 원로

공인이 목숨을 건다는 것

 

1961년 초 죤 F 케네디 대통령이 취임 축하연을 열었을 때 초대받은 손님 중에는 헐리우드 마릴린 먼로도 끼어있었다. 축하연이 한 참 무르익었을 때에 기분이 좋아진 먼로가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세상 모든 남성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녀의 춤사위에 사람들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먼로의 춤이 끝난 후 케네디 대통령은 감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먼로의 춤을 보았으니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그러나 ‘역사상 가장 유능할 것’이라고 세계의 인정을 받던 대통령과 ‘다시 그런 스타가 탄생할 수 있을까하는 찬사를 한 몸에 받고 화려함의 극치를 누리던 여배우’는 그리 길지 못한 인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먼로는 1962년 8월 5일 자기 집 침대에서 약물을 먹고 죽은 채로 발견 되었다. 물론 먼로의 사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공식적으로는 수면제 과다복용에 의한 자살로 되어 있지만 케네디 형제(죤과 로버트)와 부적절한 관계였기에 살해 되었다는 모살설이 더 유력하게 전해지고 있다.

먼로가 그렇게 죽은 후 1년이 조금 더 지난 1963년 11월 22일 낮 12시 반 무렵 이듬해의 대통령 선거에 대비한 남부 여러 주의 유세를 위해 텍사스 주 달러스시를 오픈카로 퍼레이드 하던 케네디가 텍사스 교과서 창고 빌딩 창에서 발사된 3발의 총탄 중에 오발을 맞고 절명했다. 곁에 나란히 앉았던 제크린은 ‘오 하나님’하고 몸을 떨며 외쳤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뒤였다. 3년 전 취임축하연에서 수없이 터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만났던 두 사람의 인생은 그렇게 끝이 나고 말았던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그 말이 사실이 아니었기를 바라지만 ‘먼로의 춤을 보았으니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내 뱉은 케네디의 말에 대하여 나름대로 유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축하의 주인공으로서 약간의 취기까지 있었다면 몰라도 공인으로서 아무리 농담이라도 죽음을 걸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마카로니 웨스턴이나 막장 인컴이라면 몰라도 사내가 죽음을 걸고 하는 말은 농담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케네디가 한 말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한낱 여배우의 몸짓에 장부의 목숨을 건다는 게 말이 되겠는가? 이것은 조크도 아니요, 말실수라고 볼 수도 없다. 이 한마디 말에서 우리는 숨겨진 그의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연예계에서 시작된 Me Too 선풍이 유럽을 돌아 우리나라에 뜨겁게 상륙하여 허리케인과 같이 정치, 교육, 종교, 연예계를 강타하고 있었다. 그 중에 가장 충격적인 경우가 충청남도지사였고 충청도의 꿈이었던 안모씨의 어이없는 추락이었다. 영국의 윈저공은 사랑을 위하여 왕위를 미련 없이 버렸지만 권력과 실세를 앞세워가며 파렴치한 행위를 해서는 결단코 안 된다. 공인은 목숨을 아무데나 걸어서도 안 되고 너 아니면 살 수 없다.

허세를 부려도 안 된다. 이순신장군은 명랑해전에서 사직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넬슨제독은 트라팔카 해전에서 영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서 두 분 모두 장열히 전사했다. 그러나 먼로의 요염함에 농담처럼 가볍게 걸어 놓았던 케네디의 목숨은 바람결에 날리듯이 순간에 날아가고 말았던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도 더구나 공인의 경우 어디에 목숨과 명예를 거느냐에 따라 한 몸에 받고 있는 온 백성, 온 세계인의 기대도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사욕과 순간의 정념은 영원한 치욕을 몰고 오지만 대의와 절제는 명예와 존중을 안겨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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