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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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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탕국

 탕국이란 말은 탕의 국물이라는 뜻이다. 우리 음식에는 다양한 탕이 있다. 우리의 환경과 먹을거리가 만들어낸 것이리라. 탕은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즐기기보다는 삶고 고아서, 그리고 깊은 우려냄의 과정을 통해서 전혀 다른 맛을 만들어 그것을 즐기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탕이란 우리 음식문화의 특징이며 독특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가, 대부분의 국민들이 탕을 즐긴다.

반면에 다른 나라에서는 탕국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혹 있더라도 비슷할 뿐 우리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음식문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의 탕은 서양에서처럼 단순하고 순수한 원재료의 맛이 아니라 우려내는 과정을 통해서 전혀 다른 맛, 구수하면서도 시원하고, 깊이가 있는 맛이 있다. 게다가 한 가지 재료만 넣어서 살짝 끓여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넣어 푹 고아내는 맛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양의 어떤 나라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맛을 느끼고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갈비탕이라도 갈비만 넣고 끓이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고기와 함께 다른 양념을 넣어 고기의 잡맛과 냄새를 없애면서도 깊고 진한 맛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우리의 탕은 각각 다른 맛과 다른 성질의 재료를 한 솥에 넣고 푹 고아내는 과정을 통해서 전혀 다른, 그러나 깊고 시원한 독특한 맛을 창조해 낸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먹지 않는 사골이나 족, 꼬리를 오랜 시간 고아내서 먹는 음식으로 창조하는 것은 기발하고 탁월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슬픈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먹을 것이 없고, 특히 쇠고기는 일반인들이 맛을 본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에 소를 잡았을 때 버려지는 부산물을 먹을거리로 재탄생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부위의 고기는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없으니 부산물일지라도 어떻게 먹을 수 있을지 고안해서 만들어낸 것이 곰탕, 설렁탕, 갈비탕, 양곰탕, 내장탕, 순대국, 소머리국, 선지국 등 가장 서민적이고 저렴한 음식이지만 반면에 매우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다. 사람들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그러면서도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창조해낸 것이 우리 음식의 탕 문화다. 이것은 우리의 독특하고, 생존을 위해 만들어낸 탁월한 음식이기도 하다.

비록 그 시작을 그렇게 했다고 할지라도 현재 먹을 것이 지천인 세상이 되었음에도 우리 국민이 즐기는 것은 여전히 탕이다. 그것은 우리의 맛이고 문화다. 음식이 개발되는 과정에서는 아픈 것이었지만, 이제 그것은 우리만의 맛이 되었으니 즐길 수 있어 기쁜 것 아닌가.

 

그런데 요즘 또 하나의 탕이 등장해서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양탕국이라는 것이다. 탕국인데 앞에 양洋자가 접두사로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즉 서양의 탕국이라는 말인 셈이다. 그러면 서양탕국은 무엇일까? 그것은 조선말기 고종황제가 처음으로 마신 탕국을 일컫는 말인데, 커피를 우리말로 바꾼 표현이다. 커피를 서양 사람들이 마시는 탕국이라는 의미로 우리말화한 것이 양탕국이다. 커피를 우리말로 옮기면서 만들어낸 우리식 표현인 셈이다. 좀 어색하기는 하지만 ‘우리스럽다’는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다.

전해지는 소식에 의하면 전국에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가 10만 개가 넘었다고 한다. 전국이 카페로 채워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만큼 가는 곳마다 카페가 생겨나고 있다. 카페의 탄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마치 한국 사람들이 모두 양탕국에 홀린 듯 전국에 하룻밤만 자고 나면 새로운 카페가 눈앞에 등장한다. 그만큼 커피가 우리 국민들을 지배하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국민들이 커피를 어떻게 즐기게 되었는가? 딱히 한 마디로 정답을 말할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상황과 여건, 그리고 타이밍이 맞아서 만들어내는 현상일 것이다.

1970년대 분말형 커피, 1980년대 믹스커피의 등장과 함께 우리 국민의 기호식품으로 자리를 확실하게 잡았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급격하게 커피 기호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좀 빠른 서울을 중심으로 1990년대 중반기에 이미 원두를 직접 볶고 갈아서 추출하는 커피의 맛을 즐기기 시작했다. 처음의 변화는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오랫동안 익숙해진 달착지근한 믹스커피로부터 이탈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두로부터 추출한 쌉싸름한 커피맛에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커피공화국이라고 할 만큼 전국이 카페로 채워지고 있는 듯하다. 어디를 가든, 시골 5일장에 가도 카페가 등장했으니 가히 우리의 커피열풍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왕 마시고, 카페와 커피문화를 즐길 것이면 좀 생각하고, 그것에 관해서 배우면서 즐기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즐기는 사람의 의식과 누림의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된장국조차도 맛집을 찾는 것처럼 양탕국을 잘 우려내는, 그래서 그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란 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생각 없이 양탕국에 빠지는 것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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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018.01.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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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018.01.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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