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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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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환경에 따라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계절의 변화가 만들어주는 환경에 따른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행히 경제성장과 함께 생존을 위한 극한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은 벗어났기에 그래도 여유롭다. 다만 질적으로 어떻게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여전히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경제적 약자들이 전혀 없거나 모든 사람들이 같은 환경과 조건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무리 경제대국을 이루고, 문화적으로 선진국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지금보다 몇 배나 경제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더라도 모든 사람이 획일적으로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기도 하다.

그중에도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의 뚜렷함과 지리적으로 북반구의 반도라고 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선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험적 지혜를 발전시켜야 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는 극한의 생존환경과 주변국들의 끊임없는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또한 우리만의 생활양식과 문화를 만들었다. 반도와 만주를 중심으로 주변에 살았던 민족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 민족 외에 우리 주변에 있었던 민족들이 지금까지 그 역사와 문화를 잇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는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았고, 남은 자들로서 독특한 의식주문화를 만들었고 잇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겨울을 나기 위해 온돌을 개발했다. 온돌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겨울나기를 위한 난방문화다. 가장 위생적이고, 효율적(?)이며, 인체건강을 위한 난방문화다. 또 하나는 겨울나기 위한 먹을거리를 갈무리하는 일이다. 겨우내 필요한 양식을 곡간에 채우는 일이다. 봄부터 여름과 가을을 지내면서 1년을 먹을 수 있는 양의 곡식을 준비해야 한다. 또 하나는 땔감의 준비다. 오늘날 도시생활은 별도의 땔감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땔감을 마련해야 했다. 장작, 연탄, 기름, 겨울을 날 수 있을 만큼 준비해야 했다. 그 다음은 밥이 주식인 식생활을 위해서는 반찬이 준비되어야 한다. 그 중에도 신선한 채소가 없는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비타민을 공급받을 수 있는 채소를 준비해야 했다.

한반도는 혹독한 겨울엔 어떤 식물도 자라지 못하는 지리적 환경이다. 겨울에도 비타민을 공급받을 수 있는 신선한 채소를 준비하지 못하면 생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현실은 한겨울의 반도는 동토凍土가 되고 만다. 모든 식물이 겨울잠을 잘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그러한 환경에서 비타민을 공급받을 수 있는 채소를 준비해야 했기에 가을걷이를 하면서 겨울에 먹을 수 있는 채소를 갈무리하는 지혜를 찾아냈다.

김장, 장아찌, 건조한 채소와 나물, 땅이나 토굴에 저장한 뿌리채소들(감자, 고구마, 무, 돼지감자 등)을 준비해서 겨울을 나야 했다. 경제적 성장을 했지만 겨울을 나기 위한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한겨울에도 채소를 쉽게 구할 수 있음에도 김장은 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정서고 문화다. 대신에 뿌리채소들을 갈무리하는 일은 거의 없어진 것 같다. 농업기술과 저장기술의 발전과 함께 한겨울에도 채소를 재배할 수 있게 됨으로 언제든지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다. 대형마트가 도시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채소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를 위해서 항상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장을 하지 않으면 겨울나기 준비를 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는 정서는 어쩔 수 없다. 비록 김장하는 양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김장을 하지 않는 것은 겨울나기 준비를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여긴다. 그것은 우리의 오랜 관습으로 몸에 배인 식습관과 음식에 대한 정서 때문일 것이다.

올해는 배추가 싸다는 소식이다. 하여, 농부들은 트랙터로 배추밭을 갈아엎는다는 소식도 들여온다. 몇 년에 한 번씩은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그때마다 안타깝다. 배추를 갈아엎는 농민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그런데 한편 도시에서는 그렇게 싼 배추라고 하지만 김장을 하지 못해 시름하고 있는 이들도 있으니, 이 또한 모르는 척 할 수 없는 것으로 참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아프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이 겪어야 할 땅에서의 삶일진대 탓만 하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니 어찌하겠는가.

겨울나기를 준비하면서 겨울이 추울 수밖에 없는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보게 된다. 마을공동체도, 이웃사촌도 없어진 현실에서 너무도 무심히 지나치는 보이지 않는 경제적,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조금의 배려를 할 수 있다면, 비록 긴 겨울이라도 조금은 짧아지지 않을지. 내 등만 따뜻하고, 내 배만 부르면 된다는 생각에서 만족하는 것은 왠지 이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지게 하는 것 같다.

어떻든 모두가 따듯한 겨울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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