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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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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의 성경 속 세상

 

 

은혜

 

입추(立秋)가 지났다. 입추는 대서(大暑)와 처서(處暑)사이에 있는 절기다. 우리 선조들은 1년을 24절기로 나누어서 계절의 변화를 이해했고, 절기마다 계절의 특징을 깨달아서 생활과 농사에 활용했다. 입추란 가을이 왔다, 가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직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덥다는 의미까지 있다. 왜냐하면 다음 절기가 처서이기 때문이다. 즉 처서라는 절기는 아직 더위가 남아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추 다음에 오는 절기가 처서이기 때문에 이때 비가 오면 흉년이 든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을 만큼 처서는 여름이 완전히 끝나고 곡식을 여물게 하는 태양이 내리쪼이기 시작한다는 의미도 있다.

입추란 가을에 들어섰다는 의미로서 한 여름의 폭서(暴暑)는 한 풀 꺾기는 시점이 됐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절기다. 따라서 입추가 지나면 밤에 잠을 자는 일 만큼은 어렵지 않게 된다. 더위 때문에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 몸도 마음도 지치는 한 여름의 밤은 정말 힘들다. 하지만 입추가 지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새벽녘은 덮어야 잠을 잘 수 있을 만큼 새벽 공기가 썰렁해졌다. 지난밤은 잠들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될 만큼 완연하게 밤 기온이 내려갔다는 것을 느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기분이 상쾌할 만큼 습도도 적당해졌다. 지난 주간만 하더라도 언제나 이 더위가 물러갈까 하는 걱정을 해야 했는데 한 주간 사이에 계절이 완연하게 바뀐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한 해를 24절기로, 즉 보름에 한 번씩 변하는 기온과 자연을 읽어내어 생활과 농사의 지혜로 활용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비록 과학적인 분석이나 원리를 규명한 것은 아닐지라도 경험으로 깨달아서 정리한 지혜였다. 비록 경험을 통해서 터득한 것이지만 매우 과학적인 깨달음이었음이 현대과학에 의해서 규명된다.

또한 절기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더위가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는 복(伏)이라는 별도의 깨달음으로 정리했다. 즉 초복부터 말복까지 꼭 한 달이다. 금년의 경우 7월 12일이 초복이었고, 8월 11일이 말복이었다. 절기로는 소서(7월 7일)부터 대서(7월 23일) 그리고 입추, 처서(8월 23일)까지다. 절기로 보면 한 달 하고 보름 남짓이다. 절기로 보는 더위가 조금 더 긴 셈이다. 복으로 여름을 해석한 경우는 그야말로 가장 더운 기간만 계산한 것인데, 그 기간이 꼭 한 달이다.

비록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선조들이 남긴 계절의 변화에 대한 해석만 잘 알아둔다면 농사는 물론 다른 경제활동이나 사회활동에 참고가 될 것 같다. 새벽에 잠을 깨어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돌아본 우리 선조들이 남긴 계절에 대한 해석이다.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사람들로서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께서 자전하는 지구에서 인간이 살 수 있도록 계절을 만드셨고, 계절에 따라서 환경에 적응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일용한 것들을 얻게 하셨다는 것을 체험으로 깨닫게 된다. 물론 성경을 통해서 그 체험을 직접 깨닫게 될 때는 은혜가 더해진다. 이렇게 변하는 계절에 담긴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를 깨닫는다면 은혜로 사는 기쁨을 체험하게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덥지만 더위도 은혜다. 폭서에 지쳐서 더위를 원망하게 되지만 그 날들이 없다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에게 일용한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 밖의 일용한 것들도 한 여름의 무더위가 만들어준 열매들이다. 그러니 여름에게 고맙지 않은가? 온갖 식물(食物)들을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지구가 자전하면서 더위와 추위가 있는 계절을 번갈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제 더위를 보내면서 더위에 담긴 섭리의 은혜를 확인할 수 있다면 더위와 싸운 시간들이 더 감사하게 되지 않겠는가. 덥다! 덥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는 생각이지만 인간이 느끼는 한계에 대한 독백이었을 뿐, 그것은 감사가 아닐 수 없는 일이리라.

그렇게 보면 여름에 더운 것, 겨울에 추운 것, 봄과 가을에 주어지는 기온과 일조량은 모두 생명이 있는 것들에게 은혜다. 어떤 것도 은혜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감사한 마음보다는 언제나 더워서 불만, 추워서 불만인 것이 인간의 모습인 것을 어찌 부정하겠는가. 오늘도 감사할 수 있는 자신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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