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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빌 대지의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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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칼럼

 

혼빌 대지의 영성

 

“타나 꺼냘랑” - 혼빌의 대지. 열대우림의 적도를 지나는 땅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대지를 이렇게 부른다. 보르네오 북부 사라왁에 사는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터전을 가리키는 이말, 타냐 꺼냘랑. 이들에게 타나, 즉 대지는 열대의 정글 – 질척한 저지대의 늪지 그리고 원시 열대우림의 고립과 단절이 만들어낸 대자연의 신비가 생존의 영성이 된 곳이다.

꺼냘랑, 즉 혼빌은 부리가 몸통보다 커 보이는 신비의 새는 하늘과 인간세계를 연결하는 중보자며, 때가 이르면 난 곳으로 돌아오는 귀소본향의 영조다. 정글 원시림 속에 혼빌을 통해 열린 하늘의 길을 보고 살아온 대지에 살아있는 세상의 영성, 그것이 혼빌의 영성이다.

열대우림 원시림 수십 미터 나무 꼭대기에 펼쳐져 있는 ‘나무들의 지붕’ 캐노피의 세상은 천상의 세계이다. 그곳엔 땅과 인간의 세상과는 다른 신비와 영험함이 살아 숨 쉰다. 그곳엔 세상을 떠난 조상들이 영혼이 모여 사는 서바얀이 있고, 또한 전쟁에서 승리를 기원하며 찾는 싱알랑 부롱의 주신 혼빌의 거처이다. 1994년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에서 로완 앗킨슨의 소리로 인기를 모았던 상아처럼 크고 무거워 보이는 부리를 가진 새 주주로 그려진 혼빌의 고향이다. 외뿔 달린 혼빌 부쎄로스 비코니스는 열대 정글 원주민의 신앙 중심에 있다.

원주민들에게 혼빌은 영적인 존재 그 이상이다. 크고 무거운 부리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하늘의 뜻과 계시를 전달하는 천상의 존재요, 깊은 정글의 늪에서 고되며 힘겹게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길을 안내하는 의지의 존재다. 혹과 같은 뿔과 부리는 영험의 표상으로 앞날을 예시하고 하늘의 기운을 전하는 신앙의 계시자였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희귀성은 신비요, 평생 한 대상에 올인하는 일자일웅(一雌一雄)은 지조와 절개요, 때가 이르면 고향으로 돌아오는 귀소의 정리로 기독 영성의 깊이와 맞닿아 있다.

타나 꺼냘랑에는 북반구 한 여름의 짧은 우기가 들어있는 건기와 결실과 추수를 하는 우기의 두 계절로 나뉜다. 하지만, 열대수렴대 혹은 적도무풍대의 적도는 기본적으로 무덥다. 식물에겐 생명의 원천일 한낮의 태양은 머리가 핑돌 정도로 모든 기력을 쇠하게 한다. 살갗을 태우려고 달려드는 햇살에 견디게 할 체력을 위한 보양의 필요성은 절박한 생존이다. 더위를 잊게 하는 납량특집 호러물의 범람은 적도지역의 일상이다.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에게서 가끔 나타나곤 하는 집단히스테리 현상과 이슬람을 포함한 토속신앙들의 혼령숭배 경향은 질척한 늪지가 만들어낸 이 대지의 어두운 자화상이다.

 

김권민 목사(말레이시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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