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선한 남편들

<장자옥 목사>

어떤 청춘 남녀가 달콤한 열애 끝에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인생에게 주어진 행복과 희망이 자기들만의 것처럼 감격했다. 남자는 아파트를 준비했다. 여자는 새 아파트에 맞는 세간도 알아 보았다. 그런데 여자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여 회사 문을 닫았다. 그 충격으로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결혼을 한 달 앞둔 어느 날 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고 가슴 아픈 고백을 했다. “정말 미안한데 내가 보여 주었던 새 아파트는 사실 내 것이 아니야” 마음 아픈 일이지만 여자도 사실 새 아파트에 들어갈 혼수품을 살수 없는 형편이었다. 두 사람은 어렵게 단칸방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다. 거기다 신랑의 월급이 결혼 전에 이야기 하던 것보다 작았다. 그래도 여자는 신혼의 맛에 기쁘게 살았다. 그런 중에 여자의 아버지가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시작한 사업도 잘 되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참 이상했다. 친정집이 어려울 때는 그저 있는 것에 감사했다. 그런데 친정집의 형편이 좋아지면서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결혼 전에 새 아파트를 보여주고 경제적으로도 어렵지 않게 해 준다던 남자의 맘이 모두 섭섭하게만 생각 되었다. 그렇게 자랑스럽고 미더웠던 남편이 미워졌다. 너무 속상한 새댁은 친정 어머니를 찾아가 모든 것을 털어 놓았다. 딸의 이야기를 듣던 어머니도 딸과 함께 울었다. 그런데 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어머니는 딸의 손을 붙잡고 그간 숨겨두었던 비밀을 말해 주었다. “사실은 김서방이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제는 털어놓아야겠구나! 아파트는 네 남편의 것이 사실인데 고맙게도 그걸 팔아 아버지 빚을 갚는데 보탰단다. 어디 그 뿐 인줄 아니? 매월 김서방 월급에서 적지 않은 돈을 아버지 병원비로 대주었단다.” 이렇게 친정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딸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그렇게도 고맙고 고마운 남편을 섭섭하게 생각했던 자신이 너무나 철없는 어린아이 같았음에 너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에 통곡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토스토예프스키는 “불쌍한 사람은 자기가 행복한 줄 모르는 사람이다.” 라고 했다. 물고기는 물에 살면서도 정작 물의 고마움을 모른다. 생각해보면 이 땅에 이렇게 착하고 선한 남편이 어디 한 둘 뿐이겠는가.

맥컬리킨 박사는 미 컬럼비아 바이블 칼리지 확장이었다. 그런데 그의 부인이 치매로 고통을 겪게 되었다. 부인은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집을 나가고 불안해서 공포에 힙 싸이기도 했다. 이 사실을 안 그는 학장직을 사임하고 아내 곁에 있기로 했다. 내 곁으로 돌아갑니다. 42년 전 결혼 서약할 때 병들 때나 건강 할 때나 아내를 돌볼 것을 이미 약속했기에 나는 그 서약을 지키고 싶습니다. 내 아내가 42년 동안 나를 돌보아 주었기에 이제는 내가 그 사람의 빚을 갚기 위해 아내를 돌보는 것이라기보다 아내에 대한 사랑과 기쁨 때문에 나는 아내 곁으로 갑니다. (할렐루야) 사람들은 그가 학장으로 있을 때보다 그를 더 존경했다. 학장직을 몇 년 수행하는 것보다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를 곁에서 돕는 것이 남편의 책임이며 사랑이라 믿고 가정으로 돌아간 위대함이 전 세계 남편들에게 더 큰 감동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어느 날 노벨상이 수상한 테레사 수녀에게 어떤 기자가 “어떻게 하면 세계에 평화가 오겠습니까?” 물었을 때 그녀는 너무 간단하게 대답했다. “ 가정으로 가서 가족들을 사랑 하십시오“ 세계 평화라는 거창한 것을 염려하기 전에 자신의 가정부터 돌보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부부가 함께 다닐 수 없는 나이가 되어서야 후회한다. 그러므로 부부의 소중함을 알았다면 지금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