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목회

목회영성이야기 분류

이희우 목사와 떠나는 성경여행 – 요한복음 80

작성자 정보

  • 연합기독뉴스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이희우 목사

 

세 번 부인했던 베드로에게 예수께서 과거의 실패로 더 이상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같은 질문을 세 번 반복하신 것은 당시 근동지방의 관행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당시 근동지방에서는 어떤 사람에게 권한과 법적 지위를 지닌 책무를 엄숙하게 부여하기 위해 증인들 앞에서 같은 말을 세 번 반복하는 관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베드로의 ‘회복’이다. 예수님은 한껏 위축되어 있던 베드로를 회복시켜 주셨을 뿐만 아니라 사명까지 부여하셨고, 그의 장래에 대한 예언의 말씀까지 주셨다. 이는 과거의 잘못이 무엇이건 ‘신임 받는 위치’로 회복시켜 주셨다는 뜻이고, “양을 치라”는 사명을 주시기 전의 세 차례 질문도 사랑이었음을 확인시켜 주신 셈이다.

예언은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라는 장중한 표현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를 띠고 네가 가고 싶은 곳을 다녔으나 네가 늙어서는 남들이 네 팔을 벌릴 것이고, 너를 묶어서 네가 바라지 않는 곳으로 너를 끌고 갈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수수께끼 같은 말씀이다. 기껏 넘어졌던 사람을 일으켜 세운 다음에 바로 죽음 예언이라니? 요한은 베드로의 죽음에 대한 언급이라는 해명(解明)을 덧붙였다.

그러나 이것은 베드로를 실망케 하는 말씀이 아니라 오히려 용기를 주는 말씀이었다. 아직도 실수할 가능성은 여전한데 순교(殉敎)로써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최후의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J.R.힐은 ‘팔을 벌리리니’라는 표현을 초대교회는 십자가형을 가리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는 모리스의 말을 인용하며 베드로의 십자가형에 대해 언급했다. 비록 사료(史料)로 확인된 바는 없어도 “베드로가 네로 황제에 의해 로마에서 십자가형을 당했다.”는 터툴리안(Tertullian)의 주장도 있고, “베드로가 자원해서 거꾸로 십자가에 달렸다”는 유세비우스(Eusebius)의 주장도 있다는 것이다.

예언 후 요한은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나를 따르라”고 하셨음을 밝히며, 그때 베드로가 요한이 따라오는 것을 보고 자기의 장래(將來)에 대한 예언과 비교해 요한의 장래에 대해 여쭙던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를 소개했다.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사옵나이까?” 리더십을 회복하며 용기를 얻은 베드로의 지극히 일반적인 질문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베드로의 그 호기심을 가볍게 책망하며 요한의 장래는 베드로가 알 바가 아니라고 하신다. “내가 올 때까지 그를 머물게 하고자 할지라도 네게 무슨 상관이냐”(22절), 모리스는 이 답변을 충동적인 베드로에게 그가 관여할 수 없는 상황도 존재함을 상기시켜 주는 강력한 강조법의 반문(反問)이라 했다. 속된 표현으로 뻘쭘(?)할 수 있는 답변, 하지만 결코 무안을 주시려는 의도가 아니다. 오히려 바로 “나를 따르라”는 명령을 다시 한 번 반복하심으로써 베드로의 역할을 강조하셨다. 자신의 소명과 ‘따르라’는 명령에만 집중하라는 뜻이다.

한편 예수님의 요한에 대한 말씀은 공동체 형제들 사이에서 “요한이 결코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으로 오해를 낳았던 모양이다. 이에 대해 요한은 “이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말씀이 아니라 “베드로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는 말씀이었다.”라고 바로잡는다.

본문에서 보듯 제자의 역할은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것 같다. J.R.힐은 요한의 역할이 베드로보다 덜 극적이었고 덜 영웅적이었어도 “그릇된 종교적 경험과 공허한 사색이라는 안개 낀 바다를 좌표 없이 표류하는 사람들을 육신이 되신 말씀, 하나님의 자기계시라는 확실한 항구로 이끌었다”는 타스커(Tasker)의 말을 인용하며 훗날에 더 크게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이제 요한은 산적한 자료 중 극히 일부만 선택한 것이라며 요한복음서를 끝낸다. 비록 종착역에 도착했지만 필자는 연애편지를 받은 느낌이었기에 “󰁕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절로 흥얼거릴 수밖에 없다. 대합실을 나오는 발걸음이 날아갈 것만 같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