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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희 부소장, 용서는 남이 아니라 나 자신 위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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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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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극적으로 세상을 하직했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검찰 조사에서 나온 정도의 금품수수 의혹 때문에 그랬는가? 아니면 무리한 수사에 대한 격한 반발인가? 또는 우리가 모르는 대형 비리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도전적이고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다. 뒤에서 음험하게 행동하거나 터무니없는 공격에 굴복할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소 강한 정의감과 개혁의지를 나타냈다. 대통령 시절에도 그의 가치관에 맞지 않으면 여과 없이 비판했다. 그러다 보니 서로 못 참고 비판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집권기간 내내 적지 않은 갈등과 대립이 있었다.

당시 그는 스스로 정의(正義)롭다고 여긴 것 같았다. 사실 인간은 누구도 정의롭지 못한 데 말이다. 자신을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을 ‘불의(不義)’로 인식할 수 있다. 그들의 실수나 잘못을 지나치지 못하고, 가차 없는 비판과 적의를 표출할 수 있다. 어떤 대기업 사장은 그의 말에 충격을 받고 투신자살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평소 비판하고 불의스럽게 여겼던 것과 비슷한 모습을 자신이나 가족에게서 발견했다면 어땠을까. 어느 날 자신도 정의롭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오는 당혹감과 충격감은 어땠을까…. 그는 그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그의 죽음을 보면서 다윗(King David, ?~BC 961)이 생각났다. 그는 용감한 장군이요, 훌륭한 지도자였지만 그런 그도 일생일대 큰 죄를 저지른다. 부하 장군의 아내(밧세바)를 탐한 나머지 그 장군을 사지에 빠뜨려 죽게 하고 그녀를 아내로 삼는다.

이 스토리만 보면 다윗은 대표적인 패륜아로 취급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용서받고 왕으로서 천수를 누리고 갔다. 구약성서는 물론 역사상 유대인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영웅이 다윗이다.

유대인들은 그가 진심으로 참회했고 공(功)이 워낙 컸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간적 측면에서 볼 때 다윗은 평생 관용(寬容)과 용서(容恕)의 사람이었다.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사울왕(王)도, 자신을 반역해 쿠데타를 일으킨 친아들도 용서했다. 결국 그가 평소 행한 용서가 결정적 순간에 그를 ‘용서’해 준 것이 아닐까.

이 고사(故事)는 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용과 용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인간은 누구나 허물이 있다. 죄를 짓는다. 그러나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포용하고 용서해야 한다. 물론 용서는 때로 엄청난 인내와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나 사실, 용서는 남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일이다. 상처 입은 과거(過去)에 대한 치유요, 예측 불가한 미래(未來)에 대한 일종의 ‘보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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