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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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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상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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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철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거리가 한산해진다.

숨가쁜 러시아워를 겪으며 차량홍수를 지나 출퇴근하던 직장인에게 한산해진 거리를 보는 것과 조용히 텅빈집을 지키는 것조차 쉼은 가치롭다.



휴가는 쉼이다.

바쁘고 고단함을 잠재우며 잠시 삶의 쉼표를 찍는 시간이다.

너무 안달하면서 살아가는 삶, 자칫 밀려버릴것 같은 공포에 전전긍긍 동동거리던 삶속에서의 휴식, 지치고 피곤한 자아에게 주는 포상같고 산소호흡같은 시간.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게 임파워가 되는 시간을 몸도 마음도 필요로 한다.



휴가는 나태함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업무, 늘어나기만을 반복하는 일속에서 지칠수밖에 없던 몸의 끼인 때를 벗기기 위해서 늦게까지 자는 것, 오랜시간 브라운 관과 사이좋은 것, 물속에서 머물며 태양광선에 피부를 노출하는 것, 노느라 한껏 고단해진 몸을 털썩 눕히며 누구의 제약없이 느적거리며 늦게 먹고 느릿느릿 움직여도 눈치안보는 시간.

태양광의 색깔이 갑자기 어제와 달라보임을 느끼며 그 굴절의 스펙트럼속에서 뭔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휴가만의 일탈같다.



휴가는 그래서 일탈이다.

존재되어지는 내 삶의 프레임을 뚫고 나갈 수 없고 남의 시선을 의식지 않을 수 없도록 짜여진 사회인이라는 날인이 찍혀버린 삶을 살다가 휴가는 웬지 청소년기의 꿈을 한번쯤 되돌려보며 청년의 눈부심으로 돌아가 사고를 반전시킴이 가능해진다.

일탈이 용납되는 것은 과거뿐이다. 시도할 수 없는 시간속에서 간혹 용감한 형제같은 정의감과 이룰 수 없는 분홍빛 꿈이 달콤할 수 있는 건 현재가 아니라서 가능한건지도 모른다.

바쁨속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채 늘 숙제가 되었던 일들, 생각하기조차 피로감을 느껴왔던 책장정리, 수납장 비우기, 옷장뒤지기, 통장정리하기, 컴터안의 환경정리, 원고쓰기..평소에는 엄두도 내지 못할일들이 조용히 수면위로 떠오르게 하는 휴가.

만나야할 사람인데 적조함으로 미안함이 쌓여왔던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살짝 생각나는 휴가, 인간관계의 부담이 아닌 새롭고 반가운 미지의 누군가를 만나는 환상도 가능하다.



휴가는 그래서 환상적이다. 몽환의 꿈을 마음껏 꾸는 시간, 그래서 철없는 나로 돌아가 혼자만의 의미있는 웃음을 머금고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는 휴가중 꿈꾼 슬몃 혼자만의 음모를 비밀하게 간직하고서 신비주의를 옷입고 돌아오는 아슬아슬함을 가진다.

니들이 알어? 건방을 떨면서 혼자 흐뭇해한다. 그또한 일탈이요, 프리사고다.

그런데 모니터를 보면 공항에 몰린 인파가 무섭다. 출국과 입국장에 몰려있는 남녀노소. 그 왁자한 무리속에서 저들은 휴가를 휴가로 보낼 수 있을까? 의심가득한 눈으로 걱정스레 바라본다. 그 인파속의 피로감은 업무의 피로감보다 더하게 느껴지니 결국 올해도 나는 비행기타는 휴가는 글렀다. 행복한 쉼과 혼자만의 나태함이 제격인 나! 뒹굴뒹굴 먹고 놀며 엉뚱한 생각속에서 키득거리며 몸과 맘을 살찌우는 망중한을 택한다.

문득 여름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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