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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와 함께 하는 들꽃 여행.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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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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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꽃

손자와 함께 길을 걷고 있는데 손자가 “할아버지 길가에도 나팔꽃이 피었네요.” 한다. 나팔꽃을 빼어 닮았으니 메꽃을 나팔꽃이라고 할만도 하다. 나팔꽃은 알아도 메꽃은 모르는 아이들이다. 어른들 중에도 나팔꽃은 알면서 메꽃을 보고는 처음 본다는 이들이 있는 것을 보면 메꽃을 모르는 이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메꽃이 나팔꽃을 닮았을까? 나팔꽃이 메꽃을 닮았을까? 나팔꽃과 메꽃은 우리네 족보로 따지면 메꽃과라는 본(本))은 같지만 나팔꽃속, 메꽃속이라는 파(派)가 다르다. 꽃도 크고(지름 10 내외) 남보라 또는 진한 자주색 꽃을 피우는 나팔꽃이 훨씬 가깝게 느껴지지만 나팔꽃은 우리 들꽃이 아니다. 일부러 씨를 뿌려 가꾸는 열대아시아가 원산지인 이방인인 것이다. 그러나 메꽃은 심지 않고 가꾸지 않아도 우리 곁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 들꽃이다. 6월에서 8월에 걸쳐 피는 지름 5cm 내외의 연한 분홍색의 꽃이 아름답다. 메꽃을 미초(美草)라고 부르는 만큼 나팔꽃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깔끔하면서도 은은한 색감에 더욱 정감이 가는 예쁜 꽃이다. 어떤 이는 이러한 메꽃의 아름다움을 시골 색시의 상기된 볼에 비유하기도 했다. 필자도 이에 동의한다.

나팔꽃은 해마다 일삼아 씨를 뿌려 가꾸면서 한번 심어 놓기만 하면 해마다 절로 꽃을 피우는 메꽃은 왜 뜰에 심지 않을까? 꽃이 나팔꽃만 못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필자도 해마다 나팔꽃을 심어보려 생각은 하면서 아직 심지 못했는데 생각을 바꾸어 올해엔 메꽃 뿌리를 구해 우리 뜰 한 구석에 심으려고 한다. 마침 이웃 원로목사 댁 마당에 메 싹이 많이 있어 뿌리를 캐어다 옮겨 심으면 될 것 같다. 내년부터는 여름이면 연분홍 얼굴로 나에게 웃음 짓겠지. 벌써부터 내 마음이 설렌다.

메꽃은 가늘고 긴 덩굴성 줄기가 꼿꼿하게 서있는 식물이나 물건 등에 감아서 올라가는 모습에서 영어로는 ‘감는 풀(bindweed)’이라고 한다. 메꽃은 좀처럼 씨가 맺지 않기 때문에 뿌리를 캐어 포기나누기를 해 심어야 한다. 메꽃의 뿌리를 메라고 부른다. 땅위의 메 싹 중심으로 흙을 파내면 흰색의 뿌리가 땅 속에서 사방으로 퍼져 있는데, 필자의 어린 시절 봄에 이 메를 캐어다 잘 씻어서 밥 지을 때 얹거나 밀가루를 살짝 입혀 쪄서 먹었던 것이 기억난다. 달콤한 맛이 먹을 만하였는데 간식이기 보다는 양식 보탬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한의서에 의하면 이 메가 근육과 인대, 뼈를 늘려주며 허약한 체질을 바꾸는데 상당한 효력이 있으며, 오줌을 잘 누게 하며 혈압을 낮추고 당뇨의 혈당치를 낮추는 데에도 효능이 있다고 하니 어릴 적 간식이나 양식 보탬으로 먹었던 메는 보약을 먹은 것인 셈이다. 꽃도 아름답고 먹으면 몸에도 좋은 메꽃을 더욱 사랑해야겠다.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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